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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이황과 이이 - 이황, 윤리적 감정과 현실적 감정의 차이를 사유하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이황과 이이 - 이황, 윤리적 감정과 현실적 감정의 차이를 사유하다

건방진방랑자 2022. 3. 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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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 윤리적 감정과 현실적 감정의 차이를 사유하다

 

 

이황은 사단의 순수성을 확신했던 유학자입니다. 그 순수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는 사단은 이()가 드러난 것이라고 역설했던 것이지요. 그런 이황에게 기대승의 편지는 도발적인 도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기대승은 자신보다 스물여섯 살이나 아래인 젊은 유학자이지 않습니까?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유학의 정신으로 보면, 이황은 기대승을 선배 유학자를 가르치려드는 오만한 학자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황은 기대승이 젊다는 이유로 그의 반박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기대승의 도전을 자신의 학문적 성숙을 가능하게 해준 행운이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이제 이황의 반론을 한번 들어볼 순서가 된 것 같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은 어디로부터 드러나는 것입니까? 인의예지의 본성으로부터 드러납니다. 희로애구애오욕은 어디로부터 드러나는 것입니까? 외부 사물이 육체에 감촉하니 마음에서 움직여 대상에 따라 드러나는 것입니다. (..) 사단은 모두 선한 것입니다. () 칠정은 아직 선악이 정해지지 않은 것입니다. () 이렇게 보면 두 가지가 비록 모두 이()와 기()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할지라도, 기원하는 바에 따라 각각 핵심이 되는 것과 중시해야 하는 것을 가리켜 말한다면, 이것은 이()고 이것은 기()라고 말하는 것이 어찌 불가하다고 하겠습니까? 퇴계선생문집(退溪先生文集)(16) 답기명언론사단칠정제일서(答奇明彦論四端七情第一書)

惻隱羞惡辭讓是非 何從而發乎 發於仁義禮智之性焉爾 喜怒哀懼愛惡欲 何從而發乎 外物觸其形而動於中 緣境而出焉爾 (..) 四端皆善也 (..) 七情善惡未定也 (..) 由是觀之 二者雖曰皆不外乎理氣 而因其所從來 各指其所主與所重而言之 則謂之某爲理 某爲氣 何不可之有乎

측은수오사양시비 하종이발호 발어인의예지지성언이 희노애구애오욕 하종이발호 외물촉기형이동어중 연경이출언이 (..) 사단개선야 (..) 정선악미정야 (..) 유시관지 이자수왈개불외호이기 이인기소종래 각지기소주여소중이언지 즉위지모위리 모위기 하불가지유호

 

 

이황은 사단과 칠정이 어떻게 드러나게 되는지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논의를 시작합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을 필두로 하는 선한 마음, 즉 사단은 인의예지의 본성으로부터 드러나는 것이고, 반면 즐거움과 노여움을 대표로 하는 현실적 마음들은 반드시 육체를 거쳐서 드러난다는 입장이지요. 이황은 어디서 이런 주장을 끌어왔을까요? 그는 정이가 안자소호하학론에서 피력했던 본성과 감정에 대한 논의를 전거(典據)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가 기대승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신의 이론을 차분하게 정리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황은 기대승이 지적했던 문제점을 일정 정도 수용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보았지만, 기대승은 사단이나 칠정에 모두 이()와 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지요. 사실 기대승의 지적을 전적으로 부정한다는 것은 주희의 이기론(理氣論)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주희를 존경했던 이황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여기에서 그는 하나의 타협안을 기대승에게 제안합니다. 사단에는 분명 이와 기가 존재하지만, 선한 감정인 사단에는 이가 더 강력한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칠정에도 이와 기가 함께 존재하지만, 선과 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감정인 칠정에서는 기가 더 강력한 작용을 하고 있다고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이어서 이황은 자신의 예전 주장은, 사단과 칠정에서보다 중요한 측면만을 강조해서 표현한 것이었다고 해명합니다. 결국 그의 결론은, 사단은 이가 드러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드러난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문제가 될 것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경우 핵심적인 것을 가리켜 말했을 뿐이니까요. 오히려 이황은 개념에만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기대승의 경솔함을 은근히 나무라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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