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근대철학의 해체 : 맑스, 프로이트, 니체
지금까지 초기 대륙의 이성주의 철학과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 그리고 독일 고전철학을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근대철학의 문제설정이 어떤 것이었으며, 그것이 야기하는 딜레마는 무엇이었고, 그로 인해 생긴 난점들은 어떤 것이었으며, 그것과 연관해서 근대철학자들의 대처는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근대철학이 그 근본적인 딜레마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과정과 그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의해 새로운 사고방식들이 출현하는 과정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역동적 과정을 통해 근대철학의 역사가 어떻게 풍부하게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말했듯이 근대철학 내부에 있는 그 딜레마는 근대적 문제설정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좀더 근본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딜레마를 야기하는 근대적 문제설정 자체에 대해 의심하고 그것을 벗어나려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사고하기에 근본적으로 의심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종종 ‘의심의 대가’라고 불리는 맑스, 프로이트, 니체가 바로 그들입니다. 어떠한 자명한 것이나 당연시된 판단, 당연시된 가치도 의문에 부치고, 그 의심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사상가란 점에서 ‘의심의 대가’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그들에게 이런 명칭을 붙이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데콩브(V. Descombe)가 쓴 프랑스 현대철학에 대한 책(Modern French Philosophy)에 따르면,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지적 풍토는 3H에 의해 지배되었다고 합니다. 3H란 헤겔, 후설, 하이데거를 가리키는데, 프랑스에서 이들 세 사람은 특히 현상학과 실존주의를 통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1960년대에 들어와 실존주의나 현상학, 혹은 역사주의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면서 인간이나 주체를 출발점으로 삼는 ‘주체철학’을 좀더 근본적으로 넘어서려는 시도들이 나타납니다. 흔히 ‘구조주의’라고 불리는 흐름의 출현으로 이러한 시도들은 강력한 힘을 갖고 가시화됩니다. 앞서 말한 ‘의심의 대가’세 사람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그리하여 3H의 시대를 마감하고 그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흐름의 형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근대철학과 관련해서, 특히 그것을 넘어서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이 세 사람입니다. 그들은 이후 근대철학을 넘어서는 데 긴요한 디딤돌을 확고하게 마련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세 사람이 어떤 식으로 근대철학을 해체하고 넘어서려 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