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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복음한글역주, 제32장 - 높은 산 위에 지어진 동네 본문

고전/성경

도마복음한글역주, 제32장 - 높은 산 위에 지어진 동네

건방진방랑자 2023. 3. 2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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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 위에 지어진 동네

 

 

32

1예수께서 가라사대, “높은 산 위에 지어진, 요새처럼 강화된 동네는 무너질 수 없고, 또한 숨겨질 수도 없다.”

1Jesus said, “A city being built on a high mountain and fortified cannot fall, nor can it be hidden.”

 

 

큐복음서에 나오는 자료의 한 원형을 여기서 엿볼 수 있다(도올 김용옥, 큐복음서115. Q22. 7:21~27, 6:46~49).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큐자료는 도마자료의 일면만을 분립(分立)시켰다.

 

 

(7:24~25)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漲水)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히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초를 반석 위에 놓은 연고니라.

 

(6:47~48) 내게 나아와 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마다 어떤 사람 같은지를 너희에게 보여주리라. 집을 짓되 깊이 파고 주초를 반석 위에 놓은 사람과 같으니, 큰물이 나서 탁류가 그 집에 부딪히되 잘 지은 연고로 능히 요동케 못하였나니라.

 

 

마태ㆍ누가에 공통된 이 큐자료의 특성은 도마의 메시지 중에 난공불락(難攻不落)의 견고성(invincibility)의 한 면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마의 로기온 속에는 두 개의 메시지가 융합되어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하나는 높은 산 위에 지어졌기 때문에 숨겨질 수 없다는 것이다. 드높은 곳에 있어 누구나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감출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명명백백함, 당당함, 개방성(openness), 그리고 보편성을 함축하고 있다.

 

또 하나는 강력한 성채처럼 견고하게 구축되어 무너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히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세상사람들이 아무리 공격을 가해도, 비난하고 음해를 일삼아도, 결국 굳건히 견디어낼 수 있으며 궁극적인 승리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후자의 메시지가 마태-누가의 큐자료로 확대된 것이다. 그런데 도마자료를 잘 살펴보면 높은 산 위에 지어졌고 또 요새처럼 강화되었다라는 융합된 표현은 극히 자연스럽다. 마사다 요새처럼 높은 곳에 위치하여 누구든지 바라볼 수 있으면서도 견고하여 공격하기 어렵다는 표현은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 융합된 표현 중 전자의 메시지는 마태 5:14에 분립되어 나타나고 있다. 마태를 조금 길게 인용하여 보겠다.

 

 

(5:14~15) 14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요. 15사람이 등불을 켜서 됫박 속에 숨기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취느니라.

 

 

높은 산 위에 있는 동네는 숨기우지 못한다라는 메시지는 분명 도마에서는 성채의 높음과 강함의 융합된 표현이며, ‘빛의 비유에 종속된 메시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마태의 5:15의 메시지는 또 하나의 큐자료(Q42)에 속하는 것으로, 또 다시 도마의 다음 장인 33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마태는 도마복음 32장의 전반부와 33장을 합성하여 그 유명한 산상수훈의 일부로 활용한 것이다. 텍스트는 단순한 형태에서 복잡한 양식으로, 미분화된 덩어리에서 분화된 양식으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도마 32장에 한정하여 말해도, 이것을 공관복음서 자료와 비교하여 본다면, 누구든지 상식적으로 도마가 원자료이고, 이 도마의 자료들(최소한 도마, Ur-Thomas)이 큐복음서와 공관복음서로 분화되어 나아간 과정을 쉽게 살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주석가들이 오히려 공관복음서의 다양한 자료들을 놓고 도마가 간추려 구성한 것이라는 식으로 억지춘향의 논리를 편다. 도마라는 기록자가 과연 그러한 짓을 할 정도의 천재였는지는 내 알 바 없으나, 세계 성서주석학의 수준이 어떤 이념적 편견에 묶이어 있다는 것을 개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우화중심의 방대한 장자의 다양한 파편들을 골라 모아 간결한 노자가 성립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노력과 같은 것이다. 사학자 치에 무(錢穆, 1895~1990)가 한때 장로사상(莊老思想)’을 운운했지만 간백문헌의 출현은 그러한 가능성을 일소(一掃)시켰다.

 

도마복음의 원래의 의미맥락에 관하여 우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높은 산 위에 지어진 동네를 예수를 따르는 자들의 내면적 실상(實相)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본래적 자아라는 표현을 도입한다면, 예수를 따르는 자들의 본래적 자아는 항상 그렇게 높은 이상과 견고한 신념의 자질을 지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박해는 끊임없이 다가오지만 숨지 아니 하고 당당하게 맞서 이겨내는 그러한 강인함과 공적인 개방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면 궁극적으로 승리를 맞이하리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 동네로 번역된 말의 영어번역이 모두 씨티(city)’로 되어 있듯이, ‘동네도시의 규모이며, 그것은 사회적 제도(social institutions)이다. 개인의 내면적 수양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예수운동의 공동체(Jesus Movement Community)를 전제로 한 논의일 수도 있다. 예수운동의 공동체는 남의 눈을 피해 다니는 비밀결사가 아니라 공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서 그 명백함(visibillity)과 견고함(invincibility)의 특징을 지닌다. 이 말씀은 예수운동의 방어와 궁극적인 승리를 보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운동의 승리는 단체의 승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예수의 은밀한 말씀들을 해석하는 개체의 내면에 의존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이 두 개의 해석의 가능성을 융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의 말씀의 은밀함은 비밀스러움이 아니라, 난해한 상징성일 뿐이며, 그 궁극적인 성격은 이와 같이 드높고 명명백백하며, 개방적이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측면 때문에 도마복음서는 밀교적 모호한 밀의를 벗어나는 위대성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유대광야의 마사다 요새, 거대한 바위산 정상 고지에 성이 자리잡고 있다. 주변 어느곳에서든지 보이지만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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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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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성서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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