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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상병 - 02.07.01~31 군종의 고민, 대대 ATT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07.01~31 군종의 고민, 대대 ATT

건방진방랑자 2022. 7. 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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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하극상

 

0274() 몹시 더움

 

 

이번 달의 가장 큰 화두는 대대 ATT이다. 페바에 와서 처음 하게 되는 훈련이고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15개월이란 군 생활 가운데 처음 받아보는 훈련이다. 그래서 걱정이 태산이지만 지금껏 해왔던 소규모 훈련들로 내실을 다져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하리라 은근히 기대해본다.

 

그래서 오늘은 예비 훈련 겸 전투모형훈련을 시작했다. 준비태세, 거점 이동, 전투 휴식 및 지형 정찰, 공격 후 복귀, 이게 바로 내일 00시까지 있을 훈련의 일과표지만 조금 어긋나기 시작했다. 화학전 하 준비태세는 08시에 예정대로 했으나 바로 거점으로 이동하지 않고 재해 예방 공사때문에 주둔지에서 배수로를 파야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소대 전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우리 소대가 늦게 나왔다고 행보관이 기합을 주자 우리 소대장님이 가서 작업해!”라고 소리쳤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한 우리들에게 행보관은 작업 지시 누가 하나? 가지맛!”하고 소리를 지름으로 우리 갈팡질팡하고 있었지만, 상남이는 가버렸다. 직속 상관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지론이었고 상남인 소대장님을 믿는 마음으로 그렇게 행보관에게 반항성 짙은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러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행보관은 상님이를 불렀고 구타와 함께 삿대질을 하며 분을 서서히 식히고 있었다. 그때 소대장님은 뭔가 행동을 취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만히 있더라. 그 반응은 의외였다. 당연히 상남이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까닭은 직속상관으로서의 소대장님을 믿는 마음이 확고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악인 분위기에 소대장님은 지형 정찰을 하러 떠났고 곧이어 행보관의 꼬장은 우리들을 휩쓸었다. 그때 상님인 소대장님이 방어막을 쳐줘 60을 타고 지형정찰을 함께 갔기에 그 복수의 칼날을 피할 수가 있었고 그렇게나마 보호해준 것이 소대장님의 마지막 배려이기도 했다.

 

요새 기성이가 나에게 가장 큰 태클을 걸어온다. 예전에 그렇게 편했던 그 아이와 적대감을 쌓게 된 배경은 아무래도 그 아인 친하다는 걸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상관 없는 것으로 아는가 보다. 처음부터 너무 격이 없이 편하게 대해 주었더니 결국은 이 모양으로 원수지간이 되고야 말았다. 앗싸리 처음엔 강압적으로 나가서 나중에 결국 친구가 되고 말았던 상남이와는 너무 대조적이어서 너무도 아쉬웠다. 오늘은 나에게 왜 요즘은 일을 하나도 안 아십니까?”하는 얼토당토 않는 얘기까지 하더라. 난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걸 선천적으로 싫어하지만 요즘은 자꾸 내 선천적인 특성과 대립되는 일이 터지기에 나도 짜증 나서 죽을 지경이다. 후임에게까지 이런 얘길 듣는다는 게 정말 어이 없고, 그렇게 선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게 짜증났다. 두고 보라고 앞으론 모든 일을 다 너한테 시킬 테니. 두고 봐라 니가 이렇게 어이 없게 나오는 이상 나도 너에게 좋게 대해줄 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마라. 주여! 이 무지한 어린 양을 용서하소서~

 

너무 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쏟아지는 이 계절에 장마까지 왔다. 77일인 오늘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연 3일 간 비가 내렸다. GOP였다면 끔찍했을 테지만 여기 FEBA라 한결 편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이라 과연 이번 달에 있을 ATT를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 짜증의 순간, 잘 이겨나갈 수 있을까? 작년 여름에도 이만큼 더웠겠지만 지금은 작년 여름의 더위 따윈 안중에도 없다. 지금의 이 더위만이 거슬릴 뿐이다. 하긴 GOP는 더위 속에 무성히 자라는 잡초 때문에 짜증 나는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현일씨의 대대군종으로서의 고민을 듣다

 

0278()

 

 

오늘도 어김 없이 차방문이 있는 날이기에 근무가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서 교회로 향했다. 현일씨는 군종방에 있었다. 퍼붓는 빗줄기를 보며 좀 가늘어지면 그때 가자고 입을 맞추며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 와중에 현일씬 이제 교회에 일과 끝나고 오게 생겼다는 푸념으로 우리들의 얘기는 시작되었다. 군종이 되고부터 달라진 건 뭘까? 대대 군종과 중대 군종의 차이는 뭘까? 군종이 우선 되기 전보다 기도도 줄었고 하나님께 대한 갈급함도 줄었다. 멀리 있을 땐 오히려 더욱 열정적으로 그걸 갈망하게 되는데, 막상 가까이 있으면 그 애틋함이 떨어지기에, 언제라도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감정들이 무뎌져 가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렇게 신앙적으로 떨어진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제약들 또한 많이 따른다. ‘군종이란 마크를 옷에 달고 다니기 때문에 섣불리 아무 행동이나 할 수가 없다. 간혹 담배를 핀다거나 아이들을 갈구려 하면 내가 욕을 먹기보다 하나님이 바로 욕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 쳐도 소대일과 군종일 사이에서 발생하는 트러블은 무슨 일 하나 제대로 못하게 한다. 소대에선 소대일에 충실해주길 바라고 교회에선 군종일에 충실하길 바라는데 실질적인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심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일씨는 교회에 계속 있으면서 대대군종으로서의 일과를 해야 하는데 소대의 일과에 참가하게 되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교회도 돌보지 못할 뿐더러 소대일까지도 미궁에 빠지게 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일씨는 그런 정신적 착란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건 중대 군종인 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서 교회에 올라가는 거지만 쉬는 날에 교회에서만 있다 보니 좀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이건 더욱 기도를 촉발시킬 자성(自醒)적인 기회란 것이 현일씨와 나의 결론이다. 이 시기에 더욱 기도와 성령으로 연합 단결하는 군종들이 되어 대대 부흥이란 대명제 뿐 아니라 우리에게 닥치는 이 하나, 하나의 소소한 어려움들도 다 이겨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설득과 감동으로 관계를 맺는다면 소대 생활도 잘하지 될 뿐 아니라 주님을 전파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니 좌절하지 말고 새 가능성을 만들어보련다.

 

오늘 뜻밖의 얘길 들었다. 병장 달고 나선 상병 휴가를 못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지금까지 열심히 고수해 온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10월에 휴가를 가야겠다고 장장 11개월만의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된 이상 오래 기다릴 까닭이 없다. 그래서 바로 8월로 휴가 계획을 변경했다. 이로써 나의 휴가는 순간 100일 정도에서 40일 정도로 확 줄어들어 버렸다. 과연 휴가가 안 짤릴지 걱정이지만 어쨌든 9개월만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휴가 기간 하나가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군 생활이 이렇게 활기찰 수가 있다는 게 놀랍다. 아싸 한달만 버텨보자.

 

후일담: 그런데 대대에서 태클을 거는 바람에 짤려서 못 가게 됐다. 휴가 한 번 가기가 힘드네.

 

 

6월 27일(목) 수련회를 가기 위해 기드온교회 입구에서 대대군종 현일과

 

 

더위를 벗삼아

 

0279()

 

 

오늘 지뢰 설치 훈련이 있기에 난 경계를 서면서 월을 때렸지만 예전과 같은 완전한 월은 아니었다.

 

가만히 그렇게 땅바닥을 벗삼아 엎드려 있어도 맹렬히 내리쬐는 햇볕에 즉사로 노출된 나의 몸둥이엔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땀들이 쏟아내렸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미치도록 짜증 나는 날에 우린 자연스럽게 그러한 짜증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으니 정말로 너무도 대단한 지경이다.

 

더위가 정말 싫지만 이번 여름만은 이렇듯 더위를 벗삼아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고 있다.

 

 

더위가 한껏 내린 철원들판에서 어느덧 두 번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대대 ATT 전 예행연습

 

02712()

 

 

오전 준비 태세가 있었다. 정신 없이 준비태세를 하고 2중대 축구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선 지뢰를 설치하여 차단 진지를 형성했다.

 

오후엔 완전 군장을 메고서 대위리까지 가서 후방 통제소 방벽에 투입했다. 투입한 지 20분이 지나 철수를 시작하여 걷고 또 걸어 대대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쉼 없이 이동해야했기에 정말 힘이 들었다.

 

 

 

 

대대 ATT의 본격적인 시작

 

02715()~16()

 

 

오전 8시에 상황이 걸려 12시까지 국지도발을 했다. 그리고 1시부터 준비(회학전 하) 태세를 실시하여 저번 금요일에 했던 것처럼 지뢰를 설치했다. 그 후에 대위리로 이동하여 후방 통제소 방벽에서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방어를 했다. 재현이와 난 추진 매복조가 되어 26M 다리 밑에서 매복을 서며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철수 명령과 함께 돌아왔다.

 

그 후엔 1s원들이 동송고지에 올라갔는데 하필 지연전을 한단다. 그래서 잠이 옴에도 불구하고 걷고 또 걸어 77포대까지 갔고 C넘으려던 찰나, 상황이 종료되어 독서당으로 해서 대대에 복귀했다. 더럽게 짜증나고 힘들었다.

 

 

 

 

ATT의 나날과 군에서 배운 것

 

02718()~19() 덥다가 소나기 내림

 

 

드디어 하루의 휴식 끝에 오늘 또 훈련이다. 오늘부터 공격 훈련이 시작된다. 원랜 4시간 거리가 되는 동막리까지 단독군장으로 걸어가기도 했으나 갑자기 예정이 바뀌는 바람에 완전군장을 메고 가야 했다. 바뀐 일정에 절로 짜증이 난 데다가 물집까지 생기니 아무래도 버거울 수밖에 없는 행군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걸어 동막리에 도착해선 최초로 텐트를 치고서 전투 휴식에 들어갔다.

 

그렇게 푹 쉬고서 야간 공격을 가려던 찰나에 우리 소대가 우리 중대 대항군 임무를 수행하는 바람에 방어를 하게 되었다. 진지에 투입해서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잠을 청했지만 역시 밖에서 잠을 자야 하는 건 고초였다. 역시 안에서 자는 게 제일 좋은 거다.

 

아침부터 스산한 바람에 비가 조금씩 내렸다. 하지만 우리 굴하지 않고 공격을 했다. 전술보행을 하며 진격하여 진지를 점령하는 것이었는데 무려 1시간 가까이 되는 되었기에 거리여서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렇게 힘든 점령을 마치고 엄청나게 쌓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행군을 하고 있으니 작년 1010의 악몽이 떠오를 정도로 몸이 떨려오더라.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걷다가 60을 타고 부대에 복귀했다. 역시 훈련 준비는 빡세다. 빨리 ATT여 끝나라.

 

나는 지금 수양중

 

군에 와 있는 자금을 아무 여과 없이 너무도 잘 표현한 말이리라. 특히 이 노트가 수양록(修養錄)’이지 않던가?? 군에 와서 얻는 게 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여러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는 법을 알았다고, 아니 배웠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에 있었을 땐 아무래도 나와 생각이나 사고관이 맞는 아이들하고만 있었기에 특별한 마인드컨트롤이랄지, 융통성이랄지 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 다르다. 20년 동안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배운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지식성이며 무융통성이었다. 지금까진 여타의 예외도 없이 모범 답안대로 살려고만 했다. 그러니깐 당연히 재미없다는 얘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 취하게 된 행동은 허용 범위 안에서 삐딱선을 탈 필요도 있고 상스런 소리도 할 필요도 있다. 그게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공통적인 관심사로 어울릴 수 있는 인간미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 있는 게 아직도 불만투성이지만 그래도 부인할 여지가 없는 것은 군에 한 번쯤은 와봐야 한다는 것이다. 와서야 비로소 인생의 멋과 어울어짐의 맛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내 현실을 인정할 날은 언제나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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