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
수보리야! 너는 혹 이와 같이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하는 자는 모든 법을 단멸해버린 상을 설한다고,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을 짓지 말라. 어째서 그러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한 자는 법에 있어 단멸한다고 하는 상을 설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須菩堤! 汝若作是念, 發阿耨多羅三藐三菩堤心者, 說諸法斷滅相. 莫作是念. 何以故? 發阿耨多羅三藐三菩堤心者, 於法不說斷滅相.”
수보리! 여약작시념,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자, 설제법단멸상. 막작시념. 하이고?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자, 어법불설단멸상.”
앞 절의 내용을 한층 심층적으로 분석한 것인데, 우리의 마음은 본시 단멸(斷滅)한다고 하는 행위의 대상으로서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선(禪)의 사상으로 발전한 것이다. 나의 마음을 단멸한다고 했을 때, 단멸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마음은 단멸당하지 않기 위해 그 의식이 더욱 깊어지고 강렬해지게 마련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 인간존재의 가장 심연의 파라독스다. 프로이드 심리학이 범하는 대부분의 오류가 곧 인간의 심적 에너지를 실체화시키고 객관화시켜 분석하는 대상화의 오류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심리분석을 받는 자들은 병이 낫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병이 깊어져 간다. 다시 말해서 심리분석을 하고 있는 자나, 심리분석을 당하는 자나 다 같이 병이 심화되어만 가는 것이다. 정신분석 의사들의 상당수가 정신병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고발하고 있는 상황에 어느 정도 그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본 절 제일 앞머리에 ‘여약작시념(汝若作是念)’의 ‘여(汝)’가 『대정(大正)』본에는 없다. 『대정』본에 주도 없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누락으로 생각된다. 우리 해인사본에는 ‘여(汝)’가 있다. 그리고 ‘발아다라삼막삼보리자(發阿耨多羅三藐三菩堤者), 설제법단멸상(說諸法斷滅相)’에서 송(宋)ㆍ원(元)ㆍ명(明) 삼본(三本)이 모두 ‘보리(菩提)’ 다음에 심(心)이 더 있고 ‘단멸(斷滅)’ 다음에는 상(相)이 빠져 있다. 번역의 문맥상 우리 해인사본이 더 원의에 가깝다는 것은 누구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정(大正)』은 우리 해인사 판본을 따랐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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