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유교에서 말하는 정직이란
13-18. 섭공이 공자에게 일러 말하였다: “우리 무리 중에 대단히 곧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가 양을 훔쳤는데, 아들인 그가 그것을 입증하여 유죄가 되었습니다.” 13-18. 葉公語孔子曰: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우리 무리 중의 곧은 자는 당신네 곧 은 자와는 다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하여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하여 숨겨줍니다. 곧음이란 그 속에 있는 것이외다.” 孔子曰: “吾黨之直者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
중국사상사를 통하여 항상 문제가 되는 유명한 장이다. 서양의 이성주의 와 동양의 합리주의가 얼마나 성격이 다른가를 보여주는 공자의 언급이다. 비단 동ㆍ서의 문제가 아니라, 동방 자체의 전통 내에서도 이 장의 내용은 유(儒)ㆍ법(法)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법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장의 공자의 멘트는 결코 수긍될 수 없다. 나 역시 공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만약 공자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회기강이 서질 않는다. 그래서 고주는 도둑질에 해당되는 ‘양(攘)’자에 대해 좀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도둑질 할 만한 이유가 있는 도둑질’이라는 식으로. 그러나 궁색하다.
허나 공자의 입장은 사회정의(social justice)라는 객관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直)’이라고 하는 특별한 감정을 말하고 있다. 우선 아버지의 잘 못을 숨겨주는 것이, 내 가슴속에서 있는 그대로 우러나오는 ‘직(直)’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여기 ‘양을 훔친다’는 상황설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되어있지만, 한 번 이런 생각을 해보자! 해방 이후에 반공정신이 투철했던 남한 사회에서 일어 난 일 하나를 예를 들어보자! 부안에 내가 아는 사람이었는데, 새벽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나가보니 오매불망 그리던 아들, 북녘에 두고 온 아들이었다. 남파간첩이 되어 찾아온 것이다. 이때 곧바로 그 아들을 경찰서로 데려가는 것이 직(直)한 것인가? 그 아들을 숨겨주는 것이 직(直)한 것인가? 여기 공자가 듣고 싶었던 예는 아마도 이런 상황에 더 정확하게 적용되는 사례였을 것이다. 법제적 합리성(legal rationality)은 항상 한계가 있다.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것은 상황성(situationality)과 시중성(temporality)이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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