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말의 본질
15-40.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간의 말이란 그 뜻이 통달되는 것을 첫째로 삼을 뿐이다.” 15-40. 子曰: “辭達而已矣.” |
소라이(荻生徂徠)는 여기서 ‘사(辭)’가 보통 말이 아니라 외교사절의 말이며, 외교사절의 말이 수식적 번쇄함에 가리여 자국의 입장을 상대방의 군주에게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경고라고 주석하고 있지만 나는 이런 류의 주석을 취하지 아니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금언이며, 인간의 언어에 대한 포괄적 규정이다.
내가 『논어』 속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그리고 마음속에서 새기고 또 새기어보는 명구이다. 나는 평생 철학을 공부해왔으나 평생 품는 불만이 철학책들이 도무지 여기서 말하는 ‘달(辭)’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근원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질 않은 것이다. 도대체 우리나라 사람이 헤겔이나 칸트의 책에서 몇 구절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고전인데 왜 플라톤의 저작은 그토록 애매한가? 여기 공자의 고민도 우리의 고민과 동일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말은 전달되기 위한 것일 뿐이다[辭, 達而已矣].’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 말은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은 인간의 언어로서 자격이 없는 말들을 모든 철학서나 모든 지혜서나 모든 경전에 도배질 해놓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논어』를 집필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장의 공자의 메시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21세기의 우리 조선학도들에게 외치고 싶다. 더 이상 어려운 철학의 언어에 기만당하지 말라. 이해되지 않는 말은 버려라! 이해되는 말만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우리는 위대한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 달(達)하지 않는 언어를 쓰는 자들이여! 지구를 떠나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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