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화를 피하려다가 길에서 딱 마주친 공자
17-1. 당시 노나라의 전제적 권력의 소유자였던 양화(陽貨)가 공자를 만나려고 하였다. 공자가 만나려 하지를 않자, 양화는 공자에게 삶은 통멧돼지 한 마리를 선물로 예를 갖추어 보내었다. 이제 사례를 아니 할 수 없는지라 공자는 양화가 집에 있지 않은 틈을 타서 예방하려 하였으나, 그만 가는 도중에 그와 맞부딪히고 말았다. 17-1.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孔子時其亡也, 而往拜之, 遇諸塗. 양화가 공자를 불러 말하기를, “이리 오시오. 내 그대와 더불어 말 좀 하리이다.” 그가 말하였다: “찬란한 보석과도 같은 재능을 가슴에 품고도 나라를 어지러운 채 버려두는 것을 인(仁)이라 일컬을 수 있겠나이까?” 이에 공자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소이다.”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曰: “懷其寶而迷其邦, 可謂仁乎?” 曰: “不可.” “종사(從事)하기를 좋아하면서 때를 자주 놓치는 것을 지혜롭다 일컬을 수 있겠나이까?” 이에 공자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소이다.” “好從事而亟失時, 可謂知乎?” 曰: “不可.” 양화가 말하였다: “일월(日月)이 흐르는구료. 세월은 내 뜻과 더불어 흐르지 않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알겠나이다. 언젠가 나도 벼슬을 하리이다.” “日月逝矣, 歲不我與.” 孔子曰: “諾. 吾將仕矣.” |
양화(陽貨)는 노나라의 대부였다고도 하나, 그보다는 계씨의 가신으로 서 노나라의 전권을 장악하기에 이른 전문적 정치인이었을 것이다. 그가 세력을 잡기 시작한 것은 정공 원년(BC 509), 공자 43세 때였다. BC 505년에는 계환자(季桓子)를 감금시키고 다른 가신인 중량회(仲梁懷) 등의 세력을 축출하고 노나라의 독재자가 되었다(공자 나이 47세). 그리고 정공 8년(BC 502), 그는 실각하여 노나라의 제후 군위(君位)의 상징인 보옥(寶玉)과 대궁(大弓)을 훔쳐 제나라로 망명한다. 이 사건은 『춘추경』에 기록될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 결국 그는 제나라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나라는 노나라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양호(양화)를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양호는 송(宋)나라로 다시 도망갔다가 진(晋)나라로 가서 결국 조간자(趙簡子)의 심복이 된다. 공자는 결국 양호가 떠나면서 노나라에서 대사구가 되었고, 대사구가 된 후에는 결국 양호와 똑같은 전 철을 밟고 망명길에 오른다. 가는 곳마다 공자는 양호로 오인되거나 그의 환영을 만난다. 그리고 공자가 조간자를 만나려고 했을 때에도 조간자 곁에는 양호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장에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이루어진 것은 양호가 전권을 쥔 직후, BC 505년, 공자 나이 47세 때로 추정된다. 공자는 이때 벼슬길과는 무관했던 소인(素人)이었다. 그러나 일찍이 주나라의 수도인 낙읍에 유학을 가서 노자와도 같은 대사상가의 훈도를 받았고, 또 그 후에 제나라에 유학하여 선진문물을 수용하면서 예악의 전문가로서 지고의 경지를 개척한 인텔리겐차였다. 이미 제자들을 거느리고,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었던 노나라의 인물이었다. 그러한 공자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그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던 양호라는 인물도 결코 만만한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 당대의 두 영웅의 만남이 여기 매우 극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내용에 관해서는 구구한 해석을 가하고 싶지가 않다. 독자의 무궁한 상상력에 따라 해석되는 것이 옳다. 단지 이 사건에 관한 정확하게 동일한 장면설정이 『맹자』 「등문공」 하편 제7장에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본장의 이야기는 『맹자』의 집필자들과 어떤 동일한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런 것들이 모두 텍스트 비평의 자료로써 앞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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