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상지(上知)자와 하우(下愚)자는 변하질 않는다
17-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오직 상지(上知)와 하우(下愚)는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17-3. 子曰: “唯上知與下愚不移.” |
이 장도 양천여 년 동안 온갖 속유(俗儒)들이 벼라별 추저분한 오석(誤釋)을 다 달아놓고, 지저분한 부연설명을 펼쳐놓은 장으로서 유명하다. 그 천만 언설이 다 무의미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장의 의미는 이 장이 말하고 있는 언어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의 배면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고주는 2ㆍ3장을 합하여 한 장으로 하고 있는데 내 생각으로도 2ㆍ3장은 연속된 하나의 파편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해석도 2ㆍ3장을 통관하는 논리구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앞서 내가 16-9를 주해할 때, 나는 ‘생이지지(生而知之)’를 불필요한 말이라고 했지만, 문제는 자꾸만 생지에 특별한 고정적ㆍ실체적 의미를 부여하려 는 데에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상지(上知)와 하우(下愚)의 고정적 인간종 자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실체론적 사유가 문제인 것이다. 인간에게 불변의 절대악과 절대선이 있는 것처럼, 불변의 악인(惡人)과 선인(善人)이 있는 것처럼 본 장을 결정론적으로(deterministically), 숙명론적으로(fatalistically)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장의 메시지는 그러한 본질론적 규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매우 소박한 경험명제일 뿐이다. ‘불이(不移)’도 절대불변이라는 규정이 아니 라, 단지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소박한 상식적 기술일 뿐이다. 즉 교육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람을 교육시키다보면 확실히 교육시키기 어려운 소수의 대상이 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 명제의 위대성은 상지(上知)ㆍ하우(下愚)에 대한 규정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지ㆍ하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움직여진다, 즉 쉽게 교육된다, 쉽게 강화된다, 쉽게 학습하여 향상된다는 뜻이다. 앞에서 ‘성상근(性相近), 습상원(習相遠)’이라고 한 명제를 다시 반복하여 천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렵게 학습된다 Hard to inculcate |
상지(上知) | |
대중(大衆) | 쉽게 학습된다 Easy to inculcate |
|
하우(下愚) | 어렵게 학습된다 Hard to inculcate |
결국 상지와 하우는 불이(不移)라는 측면에서는 같은 것이다. 상지가 하우보다 나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모든 보편주의(universalism)는 대중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수학적 보편은 인간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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