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임금이 현자를 제대로 대우하는 방법
7a-3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제후가 선비를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 단지 봉록만을 주고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은 돼지를 기르는 것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사랑하기만 하고 근원적인 경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개나 말과 같은 가축을 사육하는 것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7a-37. 孟子曰: “食而弗愛, 豕交之也; 愛而不敬, 獸畜之也. 한 인간을 공경한다고 하는 것은, 폐백이라는 물질적 표시로써 받들기 이전에 이미 마음의 교감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공경한다고 하면서 예물의 형식에 머물러 있고 실제로 그 선비가 구체적인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는다면, 군자를 헛되이 머물러 있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恭敬者, 幣之未將者也. 恭敬而無實, 君子不可虛拘.” |
『논어(論語)』(2-7)에도 ‘개나 말도 봉양해주기는 마찬가지인데 공경함이 없다면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겠느냐[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말이지만 여기서 말하고 있는 맥락은 부모에 대한 효가 아니라 군주가 자유로운 인재, 즉 선비를 대하는 자세에 관한 것이다. 그 대강의 뜻은 5b-6과 같이 참조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 ‘실(實)’은 예의 ‘허(虛)’에 대한 ‘실(實)’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선비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지위를 주어도 허명(虛名)만 주고 봉급만 주고 왕따를 시키면 말짱 황이다. 마지막의 ‘군자불가허구(君子不可虛拘)’는 군자를 주어로 하여, ‘군자는 그따위는 허명에 구속되어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라고 해석해도 대차 없다.
내 인생을 회고해 보아도 나는 항상 나의 삶의 재능과 독자적인 가치와 권위를 나 스스로 지켰기 때문에 타인에게 예속된 삶의 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나를 존중하고 내가 나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실(實)’의 환경을 조성해준 좋은 사람들도 주변에 많았다. 그리고 몇몇 대인들을 만났다. 그 대인들과의 교감 속에서 나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몇몇 중요한 계기들을 사회적으로 실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말 한심한 경우도 있었다. 허울 좋은 모든 조건만 마련해주고 아무 실질적 일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었으니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 명성이 지고한 사람이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을 바라는 권세가였다. 그들은 결코 나를 ‘허구(虛拘)’할 수가 없었다. 인재에게 일도 시키지 않고 인재에게 건설적인 간(諫)의 기회도 허락하지 않고 허례(虛禮)로써만 잘 대해주는 묘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우리 주변에 간혹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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