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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부귀영달한 이들을 하찮게 보다
7b-3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세속적으로 존귀한 위치에 있는 사람과 만나 나의 의견을 진술하려 할 때에는 우선 그를 경시하는 마음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沃案: 맹자에게 있어서 ‘대인(大人)’의 용법이 다양하다. 7a-19에서처럼 극상의 내면적 덕을 갖춘 사람일 수도 있고, 여기서처럼 세속적으로 존귀한 인물로서 내면적 덕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다. 3a-4도 신분적 의미가 강하다. 그 외로 4a-20, 4b-6, 4b-11, 4b-12, 6a-14, 6a-15, 7a-33 등에서는 모두 유덕(有德)의 대인물(大人物)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상대방이 아무리 위풍당당한 위세를 떨치더라도 그런 모습은 안중에 두지 말아야 한다. 孟子曰: “說大人, 則藐之, 勿視其巍巍然. 근본적으로 쳐다보지도 의식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들의 부귀는 궁전의 계단의 높이를 수인(數仞)에 달하게 만들고 서까래의 머리가 수척(數尺)에 이르게 만들지마는, 득지(得志)하여 그런 집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진다 하여도 나는 결코 그따위 짓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밥먹을 때도 일장(一丈) 사방의 식탁에 음식이 즐비하게 차려지고, 수백 시중을 든다. 내가 득지(得志)하여 그렇게 살 수 있는 역량을 가진다 하여도 나는 결코 그따위 짓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크게 환락하여【‘반락(般樂)’은 ‘크게 즐긴다’는 뜻. 2a-4에 기출】 술을 들이키고, 거마(車馬)를 달리게 하여 전렵(田獵)을 즐기며, 뒤따르는 수레가 천승(千乘)이나 된다. 내가 득지하여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나는 결코 그 따위 짓을 하지 않는다. 堂高數仞, 榱題數尺, 我得志弗爲也; 食前方丈, 侍妾數百人, 我得志弗爲也; 般樂飮酒, 驅騁田獵, 後車千乘, 我得志弗爲也. 그들이 소유하며 즐기는 것은 모두 내가 할 바가 아니니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하찮은 것들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는 것은 모두 고대의 성인들이 지은 것에 부합되는 것이니 훨씬 더 고귀한 것이다. 어찌하여 내가 그들을 외경(畏敬)해야 할 건덕지가 있겠느뇨?” 在彼者, 皆我所不爲也; 在我者, 皆古之制也, 吾何畏彼哉?” |
맹자는 치세의 보편적 방략으로서 물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비의 삶의 핵심이 정신적 가치의 우월성에 있 다고 하는 신념에는 항상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조선의 선비상의 핵심적 가치가 이 장과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관직을 멀리하는 처사(處士)의 존중이라든가, 청빈과 고결한 인품의 찬미라든가, 권세가들에 대한 멸시라든가 하는 것들이 우리 민족의 가치적 정서의 기본을 형성해 왔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이 대부분 맹자전통에서 유래된 것이다.
최근 세태의 흐름이 너무도 이러한 고결하고 고고한 삶의 가치로부터 멀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레이건과 대처 이후의 왜곡된 리버랄리즘의 흐름이 이명박 대통령 치세에서 극상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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