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재주 있는 성간의 요절을 아파하며
진일집서(眞逸集序)
서거정(徐居正)
嗚呼! 和仲! 予尙忍序其詩乎? 予與和仲之兄重卿氏, 相善, 和仲氏, 少予八九歲, 嘗兄予. 又與和仲兄弟, 同在鑾坡者數年, 相知最久, 相得最深. 和仲氏平生, 有大志, 於學無所不通, 於書無所不讀, 馳騁縱橫, 辯博精深. 爲文章, 益自奮銳, 務似古人, 不落時俗窠臼. 至於談論時事, 出入經史, 上下古今, 矻然有經世之志. 但其用心勤苦, 疾病沉緜, 遽爾長往, 重卿氏哀其早逝, 裒集遺藁爲一帙, 屬予序.
嗚呼! 和仲! 予尙忍序其詩乎? 予嘗以謂: ‘天地英靈之氣, 鍾於人而爲文章, 發而爲功名事業.’ 天旣予斯人以文章, 宜其不奪於時命, 奈何文人才士, 或困於屢空, 或阨於不遇, 或痼之以疾, 或不假以年, 懷奇抱藝, 不大以遠者, 古今常有, 是何造物者之戱劇於人者至此耶? 和仲之於文章, 所養旣深, 所見亦卓, 根於心, 發於辭者, 高古冲澹, 溫厚雅贍, 蔚然成家, 有古作者之風. 若使遭遇顯隆, 奮肆揄揚, 以鳴國家制作之盛, 則其所施, 夫豈小哉? 斯人也, 有是才, 無是命, 階不過六品, 壽不踰三十, 不盡所長, 不大厥施, 是不亦天之與和仲者雖厚, 而奪和仲者甚薄耶?
嗚呼! 和仲! 予尙忍序其詩乎? 予徐思之, 古君子貴立言, 立言者名不朽. 今是集之傳, 足以動人耳目, 垂耀後世. 其視僥倖富貴, 誇詡一時, 死無令名者, 不啻霄壤矣. 是寧知天之奪和仲者, 乃所以厚和仲也? 和仲氏眞不亡矣, 是可書也. 『四佳文集』 卷之六
해석
嗚呼! 和仲! 予尙忍序其詩乎?
아! 화중(和仲)이여 내가 오히려 차마 그 시에 서문을 쓰리오?
予與和仲之兄重卿氏, 相善, 和仲氏, 少予八九歲, 嘗兄予.
나는 화중(和仲)의 형 중경(重卿, 成任의 자)씨와 서로 사이좋았고 화씨는 나보다 8~9살 어려서 항상 나를 형으로 여겼다.
又與和仲兄弟, 同在鑾坡者數年, 相知最久, 相得最深.
또한 화중(和仲)의 형제와 함께 한림원(翰林院)【난파(鑾坡): 금란파(金鑾坡)의 약칭이다. 당나라 때에 한림원(翰林院)의 학사들이 금란전(金鑾殿)에 있었으므로 한림원의 이칭으로 쓰인다.】에 있은 지 수년째로 서로 가장 오래됨을 알았고 서로 가장 심오함을 얻었다.
和仲氏平生, 有大志, 於學無所不通, 於書無所不讀, 馳騁縱橫, 辯博精深.
화중(和仲)은 평생 큰 뜻이 있어 학문에 있어선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고 책에 있어선 읽지 않음이 없었으며 맘껏 누벼서 정밀하게 두루 헤아리고 넓혔다.
爲文章, 益自奮銳, 務似古人, 不落時俗窠臼.
문장을 지은 것이 더욱 스스로 분발하고 예리해져 고문에 비슷해질 힘쓰되 당시의 습속인 일정한 형식에 떨어지지 않았다.
至於談論時事, 出入經史, 上下古今, 矻然有經世之志.
당시의 일을 담론함에 이르러선 경전과 역사서에 출입하고 예나 지금에 오르고 내려서 우뚝하게 세상을 다스릴 뜻이 있었다.
但其用心勤苦, 疾病沉緜, 遽爾長往, 重卿氏哀其早逝, 裒集遺藁爲一帙, 屬予序.
다만 마음을 씀에 근면하면서도 괴로워해 병이 오래되고 이어져 갑자기 길이 떠났기에[長往] 중경씨는 요절함을 슬퍼하여 남은 원고를 모아 한 질을 만들고 나의 서문을 부탁했다.
嗚呼! 和仲! 予尙忍序其詩乎?
아! 화중(和仲)이여 내가 오히려 차마 그 시에 서문을 쓰리오?
予嘗以謂: ‘天地英靈之氣, 鍾於人而爲文章, 發而爲功名事業.’
나는 일찍이 ‘천지의 빼어나고 신령한 기운이 사람에게 모이면 문장이 되고 발산하면 공명과 사업이 된다.’라고 생각했다.
天旣予斯人以文章, 宜其不奪於時命, 奈何文人才士, 或困於屢空, 或阨於不遇, 或痼之以疾, 或不假以年, 懷奇抱藝, 不大以遠者, 古今常有, 是何造物者之戱劇於人者至此耶?
하늘이 이 사람에게 문장을 주었다면 마땅히 당시의 운명을 뺏지 않아야 하는데 어째서 문인과 재주 있는 이가 혹 자주 쌀독이 비는 데서 곤궁해지고 혹 불우함에 힘들어 하며 혹 병이 고질병이 되고 혹 몇 년의 수명을 늘려주질 않아서 기이함과 재주를 타고 났는데도 크고 멀리 나가지 못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항상 있으니 이것이 어찌 조물자가 사람에게 장난친 것이 이에 이른 것인가?
和仲之於文章, 所養旣深, 所見亦卓, 根於心, 發於辭者, 高古冲澹, 溫厚雅贍, 蔚然成家, 有古作者之風.
화중은 문장에 있어서 기른 것이 이미 심오하고 본 것이 또한 탁월하여 마음에 근본하고서 말에 내쏟은 것이 고상하고 예스럽고 충실하고 담백하며 온화하고 두텁고 우아하며 넉넉하니 빼곡하게 일가를 이뤄 예전 작가의 풍모가 있었다.
若使遭遇顯隆, 奮肆揄揚, 以鳴國家制作之盛, 則其所施, 夫豈小哉?
만약 출세함을 만나게 하여 분발하고 맘대로 하게 하며 드날리게 함으로 국가의 글짓는 성대함을 울리게 했다면 그 시행한 것이 대체로 어찌 작겠으리오?
斯人也, 有是才, 無是命, 階不過六品, 壽不踰三十, 不盡所長, 不大厥施, 是不亦天之與和仲者雖厚, 而奪和仲者甚薄耶?
이 사람에게 이 재주가 있지만 이런 운명이 없어 직급이 육품(六品)에 지나지 않았고 수명이 서른 살을 넘지 못해 장수함을 다하지 못했고 그 시행함을 키우질 못했으니 이것은 또한 하늘이 화중(和仲)에게 비록 넉넉하게 줬지만 화중(和仲)에게 빼앗은 것이 매우 박한 게 아닌가?
嗚呼! 和仲! 予尙忍序其詩乎?
아! 화중(和仲)이여! 내가 오히려 차마 시에 서문 쓰리오?
予徐思之, 古君子貴立言, 立言者名不朽.
내가 짐짓 그걸 생각해보니 옛 군자들은 입론을 귀하게 여겼고 입론한 이는 이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今是集之傳, 足以動人耳目, 垂耀後世.
이제 이 문집이 전해지면 사람들의 귀와 눈을 감동시키고 후세에 밝게 드리어지기에 넉넉하리라.
其視僥倖富貴, 誇詡一時, 死無令名者, 不啻霄壤矣.
요행히 부귀하여 한 때에 드날렸지만 죽어 아름다운 이름[令名]이 없는 이와 비교한다면 하늘과 땅 뿐만이 아니리라.
是寧知天之奪和仲者, 乃所以厚和仲也? 和仲氏眞不亡矣, 是可書也. 『四佳文集』 卷之六
이것이 어찌 하늘이 화중에게 빼앗은 것이 화중을 두텁게 한 까닭임을 알겠는가? 화중씨는 참으로 사라지지 않았으니 이것은 쓸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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