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가보지 않고 금강산의 기상을 노래한 시
雪立亭亭千萬峰 | 눈 속에 우뚝 솟은 천 만 봉우리. |
海雲開出玉芙蓉 | 바다 구름 개자 나타난 옥 같이 푸르네. |
神光蕩漾滄溟近 | 신비한 빛 넘실넘실 푸른 바다에 가깝고 |
淑氣踠蜒造化鍾 | 맑은 기운 구불구불 조화가 모였네. |
突兀岡巒臨鳥道 | 우뚝 솟은 산등성은 험한 길에 닿았고 |
淸幽洞壑秘仙踪 | 맑고 그윽한 골짜기엔 신선의 자취가 담겨 있지. |
東遊便欲陵高頂 | 동쪽으로 노닐며 다시 높은 봉우리에 올라 |
俯視鴻濛一盪胸 | 천지의 원기를 굽어보니 가슴의 응어리 풀린다. |
1) 정도전이 황제에게 올린 표문이 불손하다며 저자의 입궐을 명하자 권근도 책임이 있다며 함께 따라가게 됐음. 그때 지나가며 본 풍경을 시로 지은 것 중 하나임.
2) 운무(雲霧)가 걷힌 금강산은 벽옥으로 깎아 만든 흰 연꽃 같다 했고 조물주가 온 정성으로 만들어 맑은 기운이 서려 있다고 함.
3) 클로즈업하여 그 모습을 형상한 후 정상에 오르면 호연지기가 길러지고 공자가 동산(東山)에 오른 포부가 느껴진다고 함.
4) 권근은 시를 잘 지어 노여움을 풀게 했고 환대를 받고 돌아오자 삼봉이 의구심을 제기했으나 태조는 높이 평가함.
5) 부귀영화를 누리며 편안히 살다가 죽었고 그의 응제시(應製詩) 역시 역대 한시 중 가장 영예로운 대접을 받음.
2. 성석린(成石璘)의 「송승지풍악(送僧之楓岳)」
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 | 일만 이천 봉의 높낮이가 절로 다르니, |
君看初日出 何處最先紅 | 그대 처음 해가 솟는 곳을 보시게, 어느 곳에 가장 먼저 붉어지나? |
1) 김종직이 이 시는 도를 터득함에 선후(先後)와 심천(深淺)이 있는 것을 비유한 작품이라 해석하여 권근의 시와 함께 원대한 기상을 투영한 것으로 봄.
2) 권근의 작품이 금강산의 외양을 잘 묘사한 것처럼, 성석린의 작품도 금강산의 일출 장면을 회화적으로 선명하게 전달하면서 금강산의 면모를 압축적으로 제시함.
3) 권근(權近)의 「금강산(金剛山)」과 마찬가지로 가보지 않은 금강산을 묘사함.
曳杖陟嵬崔 長風四面來 | 지팡이 끌고 높은 곳에 오르니, 긴 바람 여기저기서 불어오네. |
靑天頭上帽 碧海掌中盃 | 푸른 산의 정상은 머리 위의 모자요, 푸른 바다는 손바닥의 잔이로세. |
1) 성석린(成石璘)의 「송승지풍악(送僧之楓岳)」과 마찬가지로 산의 아름다움이 아닌 기상을 노래한 것임.
4. 금강산을 담아낸 시가 없다는 탄식들.
1) 『지봉유설(芝峯類說)』 『문장부(文章部)』에서 이수광은 금상산의 진면목을 그려 내어 회자될 만한 시가 없음을 탄식함.
2) 김창흡(金昌翕)의 「제유명악이몽상금강록발(題兪命岳李夢相金剛錄跋)」에서 “금강산은 보기도 어렵고 시로 쓰기도 어렵다고 한 말의 유래가 오래되었다”고 하여 자신은 두 번 찾아갔으나 시로 한 편도 쓰지 못했다고 밝힘.
3) 대부분의 시인들은 금강산의 외형 묘사보다는 그 속에 노니는 흥취를 과시하는 것이 더 용이했을 것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