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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13.3 춘흥과 가진 자의 여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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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13.3 춘흥과 가진 자의 여유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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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환경이 스산한 봄으로 남아

 

 

1. 김종직(金宗直)화홍겸선제천정차송중 추처관운(和洪兼善濟川亭次宋中 樞處寬韻)

吹花擘柳半江風

강바람이 꽃에 불고 버들개지 쪼개었고,

檣影搖搖背暮鴻

돛대 그림자는 흔들흔들 저물녘 기러기를 등져 있네.

一片鄕心空倚柱

한 조각 고향생각에 부질없이 기둥에 기대니,

白雲飛度酒船中

흰 구름은 술 싣고 가는 배를 지나 날아가네.

 

1) 시원한 봄바람이 버들가지 가르게 하는데 한강엔 호화로운 배가 떠있음. 그러나 고향에 가고 싶은 맘에 기생들과 술은 눈에 들어오지 않음.

2) ‘술 실은 배엔 서거정 같은 권세가가 타 있고 자신은 묵묵히 쳐다볼 뿐임.

3) ‘백운(白雲)’은 청운(靑雲)과 대비되는 은자의 삶을 상징하며,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을 상징함.

 

서거정

김종직

문학을 겸비한 대학자

학문을 겸한 뛰어난 시인

좋은 화장품으로 곱게 단장하여 화려함 지향

화장기가 전혀 없는 청담함 지향

 

 

 

2. 이행(李荇)사월이십육일 서우동궁이어소직사벽(四月二十六日, 書于東宮移御所直舍壁)

衰年奔走病如期

늦은 나이에 분주하여 병이 약속한 듯 와서

春興無多不到詩

봄의 흥취가 많지 않아 시 지을 만큼 이르질 않네.

睡起忽驚花事晩

자다 깨니 어이쿠야! 꽃피는 계절이 다 가버려,

一番微雨落薔薇

한 번 보슬비에 장미꽃 져버렸네.

 

1) 15세기 관각 문인들은 가진 자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지만, 16세기 관각 문학은 잦은 사화로 누릴 수 없게 됨.

2) 이 시는 1523년 종1품 의정부 우찬성에 있을 때 지은 시로 노쇠한 데다 병마까지 겹친 상태에서 쓴 것임.

3) 서거정이나 성현처럼 무료함에 낮잠을 잔 건 같지만, 깨어났을 때 산뜻한 장미가 아닌 져버린 장미만 보인다는 싸늘함이 다름. 낙관적 세계관은 거세되고 인생의 비애가 자리함.

 

 

3. 허균(許筠)초하성중작(初夏省中作)

田園蕪沒幾時歸

전원이 거칠어졌으니, 어느 때에 돌아갈꼬?

頭白人間官念微

흰머리 난 인간은 벼슬하려는 생각이 적기만 하네.

寂寞上林春事盡

적막한 숲에는 봄 일이 다하였고,

更看疎雨濕薔薇

다시 부슬비가 장미를 적셨다는 걸 보았네.

 

1) 나른함과 무료함이 잘 나타남.

2) 대궐의 온갖 꽃들이 지는 모습을 보니, 고향으로 빨리 돌아가 봄빛을 즐기고 싶은 마음뿐임.

3) 보슬비에 젖은 채 곱게 핀 장미꽃이 그나마 위안을 줌.

4) 40대의 이행은 진 장미에 파리한 자신의 모습을 포갰지만, 30대의 허균은 싱싱한 장미에 자신을 포갬.

 

성현

이행

가진 자의 화려한 장미

가진 것조차 지겨워져 파리한 장미

최경창

허균

무소유의 맑은 장미

가지려는 의지는 없지만 해맑은 장미

 

 

 

 

 

 

인용

목차

춘흥과 가진 자의 여유1

춘흥과 가진 자의 여유2

춘흥과 가진 자의 여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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