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고졸한 맛을 내기 위해 사람 말을 인용하다
1.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전하는 오언절구 중 상당수는 근체시가 아니다. 이를 고절구(古絶句)라 한다.
1) 민가(民歌)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오언절구는 근체시로 이행하던 과정에서 고졸한 맛을 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율격을 따르지 않음.
2) 또 근체시의 율격을 따른 오언절구라도 일부러 고졸한 맛을 풍기기도 함.
3) 정철(鄭澈)이 「제쌍계설운시축(題雙溪雪雲詩軸)」라는 시에서 사람의 말을 그대로 끌어다 쓰는 것은 고졸한 맛을 내기 위해서임.
2. 손필대의 「전가(田家)」
日暮罷鋤歸 稚子迎門語 | 날이 저물어 호미질 그만두고 돌아오니 어린 아들이 문에서 맞이하며 얘기하네, |
東家不愼牛 齕盡溪邊黍 | “동쪽 집에서 소를 살피질 않아 시냇가의 기장들을 죄다 뜯어먹었대요.” |
1) 농촌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 것도 아니고 시의 기교라 할 것도 없음.
2) 그럼에도 저물녘 흙 묻은 손, 아버지 기다리는 아이,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까지 그림.
籬弊翁嗔狗 呼童早閉門 | 울타리 망가지자 노인은 개에게 화를 내며 아이를 불러 일찍 문 닫게 하고선, |
昨夜雪中跡 分明虎過村 | “지난 밤 눈 속 발자국은 분명 범이 마을을 지나간 게야.” |
1) 임방(林埅)의 『수촌만록(水村漫錄)』에선 손필대(孫必大)의 시와 나란히 들면서 뛰어난 작품이라 평가함.
2) 이여(李畬)는 이 작품이 김득신(金得臣)의 대표작이라 하면서 정경(情景)을 묘사한 것이 핍진하기 때문이라 함.
3) 개가 울타리를 비벼대 울타리가 부서지자 노인은 개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아이에겐 문단속을 시키며 말한다. 위의 시와 마찬가지로 말이 반 이상이나 포함되어 참으로 질박하다.
4) 손필대(孫必大)의 시나 이 시나 이야기가 있는 시가 되었고, 특히 이 시에선 카메라를 움직여 파노라마처럼 그리고 있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