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조선 후기의 머리로 쓴 만사
1. 만사의 시체 변화
1) 조선전기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만사는 율시(법이 있는 시)가 중심에 있었음.
2) 노수신(盧守愼)의 「만김대간(挽金大諫)」은 격식을 갖추어, 죽은 이의 생애와 자신과의 관계, 상대에 대한 칭송 등을 압축적으로 제시함.
3) 절구는 노래와 가깝기 때문에 격식을 갖춘 애도보다 목 놓아 통곡을 하거나, 은근한 정을 담아내기에 적합함.
4) 조선 후기에는 참신(斬新)함을 추종하는 문단의 분위기로 죽은 이에 대한 애도가 전혀 나타나지 않음. 역사가가 냉정하게 평가하듯 죽은 사람의 이생에서 남긴 의미를 집약적으로 제시함.
種穀不須嘉 嘉者多不實 | 곡식을 심는데 꼭 좋은 씨일 필욘 없다. 좋은 씨여도 많이 열매 맺질 못하니. |
作人不須才 才者輒夭折 | 사람을 지어낼 때 꼭 재주 있는 사람일 필욘 없다. 재주 있는 사람은 번번이 요절하니. |
1) 오언절구의 형태를 취했지만, 측성 글자로 압운을 하고 또 평측도 맞추지 않았으며, 같은 글자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근체시의 기본적인 규칙도 어김.
2) 요절한 벗의 죽음을 두고 홍세태(洪世泰)는 통곡하며 좋은 씨를 뿌려 보았자 결실을 맺지 못할 때가 많듯 사람도 아름다운 자질을 타고나도 대개 요절하는 것은 조물주의 장난이라 함.
3) 죽은 사람의 삶에 대한 내용은 없이 요절한 것에 애도의 뜻만을 담음.
不恨吾生晩 只恨吾有耳 | 내가 늦게 태어난 것은 한스럽지 않으나, 다만 나에게 귀가 있다는 게 한스럽네. |
萬山風雨時 聞着詩翁死 | 모든 산에 바람 불고 비올 때, 시옹이 죽었단 소식을 들었으니 |
1) 두 살 아래지만 가장 친하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권필의 죽음조차 뒤늦게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함.
2) 권필(權韠)의 삶을 ‘시옹(詩翁)’이란 두 글자에 다 담음.
3) 평측과 압운의 규격을 맞추지 않은 고절구로, 자유로운 형식을 통해 통곡을 하듯 자연스럽게 시를 지음. 다만 통곡을 하더라도 소리가 밖으로 나오면 좋은 시가 아니기에 통곡을 하면서도 딴소리를 했다는 점에서 홍세태(洪世泰)의 만사(輓詞)와 같음.
4. 조선 후기 만시의 변화
1) 조선 후기에도 격식을 갖춘 율시로 죽은 이를 애도하는 것이 일반적임.
2) 짧은 절구를 연작으로 지어 죽은 이의 삶을 몇 개의 나뉜 사진을 보여주듯 제시하는 작품이 자주 나타남.
3) 이병연(李秉淵)은 아예 고절구 형식에 10수의 연작 마사를 지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