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른 견식은 어디서 나오나?
진정지견眞正之見, 즉 참되고 바른 견식見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번에 살펴보려는 「낭환집서蜋丸集序」와 「공작관문고자서孔雀舘文稿自序」는 바로 이 진정眞正한 견식의 소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암의 글이 늘 그렇듯 이들 글 또한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여러 겹의 비유로 이루어져 있어 글쓴이의 진의를 온전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자무子務와 자혜子惠가 나가 놀다가 장님이 비단옷 입은 것을 보았다. 자혜가 휴우 하고 탄식하며 말하였다. “아아! 제게 있는데도 보지를 못하는구나.” 자무가 말하였다. “대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과 비교하면 어떨까?” 마침내 서로 더불어 청허선생聽虛先生에게 이를 물어보았더니, 선생은 손을 내저으며 “나는 모르겠네. 나는 모르겠어.” 하는 것이었다. 子務子惠出遊, 見瞽者衣錦. 子惠喟然歎曰: “嗟乎! 有諸己而莫之見也.” 子務曰: “夫何與衣繡而夜行者?” 遂相與辨之於聽虛先生, 先生搖手曰: “吾不知, 吾不知.” |
연암은 먼저 장님의 비단옷과 밤길의 비단옷을 들고 나온다. 비단옷을 입기는 입었는데, 하나는 장님이 입었고 다른 하나는 한밤중에 입었다. 장님의 비단옷은 제가 입기는 했어도 그 때깔이 얼마나 좋은지 정작 그 당사자는 알 길이 없어 문제이고, 밤길의 비단옷은 남들이 그 좋은 것을 알아주지 않으니 그것이 병통이 된다.
그래도 둘 사이에 우열을 가를 수는 없을까? 이렇게 시작된 자무子務와 자혜子惠의 논쟁은 종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청허선생聽虛先生의 판단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청허선생이란 말 그대로 ‘허虛’ 즉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텅빈 것도 들을 수 있는 선생이니, 도가류道家類 우언寓言에 흔히 등장하는 현자賢者이다. 그런데 그 청허선생도 이 문제는 자신이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며 손을 휘휘 내젓고는 판정을 거부하였다. 그리하여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 전문
인용
2. 이가 사는 곳
3. 짝짝이 신발
5. 중간에 처하겠다
5-1. 총평
7. 이 작품집에 나는 모르고 그대들만 아는 코골이는 알려주시라
7-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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