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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량행(達梁行) - 1. 왜구로 달량성 사람들 죽어나네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달량행(達梁行) - 1. 왜구로 달량성 사람들 죽어나네

건방진방랑자 2021. 8. 1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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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구로 달량성 사람들 죽어나네

 

達梁城頭日欲暮 달량성[각주:1] 머리의 해가 저물려 하니
達梁城外潮聲咽 달량성 바깥의 조수 소리는 흐느끼네.
平沙浩浩不見人 모래톱 넓디넓어 사람조차 보이질 않고
古道唯逢纏草骨 옛 길에선 오직 풀과 얽힌 해골만 만났네.
身經亂離心久死 몸은 난리[각주:2]를 겪느라 마음이 오래전에 죽어
慘目如今那更說 지금 같은 참혹한 광경을 어찌 다시 말하겠으리오.
當年獠虜敢不恭 그 해에 왜적 감히 불공하여 쳐들어와
絶徼孤城勢一髮 변방이며 외로운 성은 터럭 한 올 형세였는데,
將軍計下自作圍 장군은 계책 부족해서 스스로 포위되고 말았으니
士卒不戰魂已奪 사졸은 싸우지 않았음에도 넋 나갔지.
達嶼峯前陣如雲 달양성 섬 봉우리 앞에 왜적이 구름 같이 진을 치니
洪海原頭救來絶 너른 바다 어귀 구원 올 길이 끊겨 버렸네.
天長地闊兩茫茫 하늘은 길고 땅은 넓어 천지 모두 망망하고,
解甲投衣生死決 무기 버리고 갑옷을 던지니 생사가 판가름 났네.
哀汝誰非父母身 애처롭구나 그대들이여. 누군들 부모께 받은 몸[각주:3] 아니겠는가만은
無辜同爲白刃血 무고한데도 일시에 칼날의 피가 되었구나.
烏鳶銜飛狐狸偸 까마귀와 제비는 시체 물고서 날고 여우와 승냥이는 시체 훔쳐
家室來收頭足別 집안 식구가 가서 수거할 적엔 머리와 발이 따로였네.
山川索莫草樹悲 초목은 슬피 우니 산천은 삭막하고
境落蕭條灰燼滅 잿더미 속 마을은 황량하기 그지없네.
遂令兇醜入無人 마침내 흉악한 왜구를 무인지경에 들게 하여 끔찍한 짓 하는데도
列鎭相望竟瓦裂 여러 진들은 서로 바라보다가 마침내 와해되었네.
羯鼓朝驚鎭南雲 아침에 갈고[각주:4] 소리가 진남의 구름을 놀래키더니,
腥塵夜暗茅山月 밤엔 피비린내 나는 먼지가 모산의 달을 어둑하게 가리네.
妻孥相失老弱顚 처자식은 서로 흩어지고 노인과 아이는 쓰러지고
草伏林投信虎穴 풀에서 베이고 수풀에 던져졌으니 참으로 호랑이굴에라도 뛰어들 판이네.

 

 

 

 


 

 

 

인용

전문

해설

 

  1. 달량성(達梁城):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에 있는 성의 이름이다. [본문으로]
  2. 을묘왜변(乙卯倭變): 1510년의 삼포왜란 이래 조선 조정이 일본과의 교역량을 줄이자 경제적 난관을 겪게 된 대마도 등지의 왜인들이 1555년 5월 11일 배 70여 척에 분승하여 전라도 영암의 달량포와 이포에 상륙하여 약탈행위를 자행함. 이때 가리포 수군첨사 이세린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전라도 병마절도사 원적(元績, ?~1555)은 장흥부사 한온(韓薀), 영암군수 이덕견(李德堅)과 함께 달량포로 출전했다. 그러나 성은 왜구에 의해 포위되었고, 원적은 성안에 양식이 떨어지자 군민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하여 군사들로 하여금 의립(衣笠)을 벗게 하여 항복할 뜻을 보였다. 성벽을 넘어온 왜구들은 원적은 물론 영암군수 이덕견, 장흥부사 한온 등을 모두 살해했다 [본문으로]
  3. 이 몸 부모께 받은 몸인데 감히 이 몸을 조심히 하지 않겠는가. 이 몸을 만약 욕되게 한다면 곧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身是父母身 敢不敬此身 此身如可辱 乃是辱親身]- 『葛庵集』「先妣贈貞夫人張氏行實記」 [본문으로]
  4. 갈고(羯鼓): 칠통(漆桶)처럼 만든 오랑캐의 북. 당현종(唐玄宗)이 양귀비(楊貴妃)와 함께 갈고를 두들기면서 팔음(八音) 중에 첫째라 했다 한다. 『당서(唐書)』 「예악지(禮樂志)」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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