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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일신수필 - 1. 일신수필서(馹汛隨筆序)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일신수필 - 1. 일신수필서(馹汛隨筆序)

건방진방랑자 2019. 8. 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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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을 비판하다

일신수필서(馹汛隨筆序)

 

 

(起辛卯, 至己亥, 凡九日. 新廣山海關, 共五百六十二里.)

徒憑口耳者, 不足與語學問也, 况平生情量之所未到乎?

言聖人登泰山而小天下, 則心不然而口應之; 十方世界, 則斥爲幻妄; 言泰西人乘巨舶, 遶出地球之外, 叱爲恠誕, 吾誰與語天地之大觀哉?

! 聖人筆削二百四十年之間, 而名之曰春秋, 是二百四十年之頃, 玉帛兵車之事, 直一花開木落耳. 嗚呼! 吾今疾書至此, 而一墨之頃, 不過瞬息. 一瞬一息之頃, 奄成小古小今, 則一古一今, 亦可謂大瞬大息矣. 乃欲立名立事於其間, 豈不哀哉?

余嘗登妙香山, 宿上元庵, 盡夜月明如晝. 拓窓東望, 庵前白霧漫漫, 上承月光, 如水銀海. 海底殷殷有聲如鼾鼻, 寺僧相語曰: “下界方大雷雨矣.” 旣數日出山, 至安州, 前夜果暴雨震電, 平地水行一丈, 漂民廬舍.

余攬轡慨然曰: “曩夜吾在雲雨之外, 抱明月而宿矣. 妙香之於泰山, 纔㟝嶁耳, 其高下異界如此, 而况聖人之觀天下哉?

彼雪山苦行者, 非能覩於孔門之三黜, 伯魚之早沒, 魯衛之削迹, 而爲此出世也, 誠以地水風火 轉眼都空 此可寒心.

又謂聖人與佛氏之觀, 猶未離地, 則按球步天, 捫星而行, 自以其觀勝於二氏. 然異方學語, 白頭習文, 以圖不朽者, 何也? 葢以耳聞目見而屬之過境, 境過而不已, 則昔之所憑以爲學問者, 亦無所取徵. 故强爲著書, 欲人之必信. 見吾儒闢異之論, 則綴拾緖餘, 强效斥佛, 悅佛氏堂獄之說, 則哺啜糟粕. 缺幾字 故耳. 今吾此行, .

 

 

 

 

해석

(起辛卯, 至己亥, 凡九日. 新廣山海關, 共五百六十二里.)

(715일 신묘일에 일어나 723일 기해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9일이다. 신광녕新廣寧으로부터 산해관 안에 이르기까지 모두 562리이다.)

 

徒憑口耳者, 不足與語學問也, 况平生情量之所未到乎?

다만 입과 귀에 의지하는 사람도 학문을 함께 말하기 부족한데 더군다나 평생토록 생각[]이나 도량(度量)의 이르지 못하는 것에 있어서는 오죽하겠는가?

 

言聖人登泰山而小天下, 則心不然而口應之;

성인이 태산에 올라 천하를 하찮게 여겼다고 말한다면 내심 그렇지 않다고 여기면서도 입으론 그것에 응답할 것이고

 

十方世界, 則斥爲幻妄;

부타가 시방세계를 본다고 말한다면 환상스럽고 허망하다 여겨 배척할 것이며

 

言泰西人乘巨舶, 遶出地球之外, 叱爲恠誕,

태서인태서(泰西): 이전에, ‘서양을 이르던 말이 큰 배를 타고 지구 밖을 두르며 나갔다고 말한다면 괴이하고 허탄하다며 꾸짖으리니

 

吾誰與語天地之大觀哉?

나는 누구와 천지의 크나큰 관람을 말할 것인가?

 

! 聖人筆削二百四十年之間, 而名之曰春秋,

! 성인이 240년 간의 일을 쓰고 지우며 춘추라 이름지었는데

 

是二百四十年之頃, 玉帛兵車之事, 直一花開木落耳.

240년 즈음의 옥과 비단과 전쟁수레에 관한 일들이 다만 한 꽃이 피고 지는 짧은 순간의 일일 따름이었다.

 

嗚呼! 吾今疾書至此, 而一墨之頃, 不過瞬息.

! 내가 이제 빨리 써서 여기에 이르렀지만 한 번 먹을 찍는 즈음도 눈깜빡하고 숨을 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一瞬一息之頃, 奄成小古小今, 則一古一今, 亦可謂大瞬大息矣.

한 번 눈을 깜빡이고 한 번 숨을 쉬는 즈음에 갑작스레 작은 옛날과 작은 오늘이 만들어진다면 하나의 옛날과 하나의 지금이 또한 큰 눈깜빡임과 큰 숨쉬기라 할 만할 것이다.

 

乃欲立名立事於其間, 豈不哀哉?

이에 그 사이에서 명성을 세우고 일을 세우고 싶다면 어찌 애달프지 않겠는가?

 

余嘗登妙香山, 宿上元庵, 盡夜月明如晝.

내가 예전에 묘향산에 올라 상원암(上元庵)에 묵었는데 밤새도록 낮처럼 달이 밝았다.

 

拓窓東望, 庵前白霧漫漫, 上承月光, 如水銀海.

창을 열어 동쪽으로 바라보니 암자 앞에 흰 안개가 끝없어 위로 달빛까지 이어져 있으니 수은의 바다 같을 정도였다.

 

海底殷殷有聲如鼾鼻, 寺僧相語曰: “下界方大雷雨矣.”

수은의 바다 밑에 은은하게 코 고는 듯한 소리가 있어 사찰의 스님들이 서로 속세엔 머지않아 큰 우레가 치고 비가 올 것입니다.”

 

旣數日出山, 至安州, 前夜果暴雨震電, 平地水行一丈, 漂民廬舍.

이미 며칠이 지나 산에서 나가 안주에 이르니 전날에 과연 폭우가 내리고 우레가 쳐 평지에 물길이 한 길이나 되어 백성의 초가집이 떠내려 갔다.

 

余攬轡慨然曰: “曩夜吾在雲雨之外, 抱明月而宿矣.

내가 고삐를 잡고 서글피 말했다. “어젯밤에 나는 구름과 비 바깥에 있어 밝은 달을 안고 잤네.

 

妙香之於泰山, 纔㟝嶁耳, 其高下異界如此, 而况聖人之觀天下哉?

묘향산은 태산에 비하면 겨우 언덕일 뿐인데 높고 낮은 다른 세계가 이와 같은데 하물며 성인이 천하를 봄엔 어떻겠나?

 

彼雪山苦行者, 非能覩於孔門之三黜, 伯魚之早沒, 魯衛之削迹, 而爲此出世也,

저 눈 내린 산에서 고행했던 부타라는 이가 공씨의 집안에서 삼대에 걸쳐 아내를 내쫓았다느니, 백어가 요절했다느니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자취를 감춰야 했다느니 하며 미리 보질 못하고 출세간(出世間)하려 한다면,

 

誠以地水風火 轉眼都空 此可寒心.

진실로 땅과 물과 바람과 불이 잠깐 사이에[轉眼] 모두 공()이 되니 이것이 한심할 만하다.

 

又謂聖人與佛氏之觀, 猶未離地,

저 서학(西學)하는 이들은 또한 성인과 부타의 봄이 오히려 땅을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則按球步天, 捫星而行, 自以其觀勝於二氏.

지구를 살피며 하늘을 거닐면서 별을 문지르며 다녀 스스로 봄이 공씨나 불씨보다 낫다고 여긴다.

 

然異方學語, 白頭習文, 以圖不朽者, 何也?

그럼에도 타국에서 말을 배우고 머리가 세도록 글을 익혀 썩지 않을 것을 도모하는 건 왜인가?

 

葢以耳聞目見而屬之過境, 境過而不已, 則昔之所憑以爲學問者, 亦無所取徵.

아마도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것이 지나간 경계에 속하지만 경계가 지나도록 그치지 않는다면 옛적에 빙의했던 학문하는 이들이 또한 징험(徵驗)을 취할 게 없으리라.

 

故强爲著書, 欲人之必信.

그러므로 애써 글을 지어 사람들이 반드시 믿었으면 하는 것이리라.

 

見吾儒闢異之論, 則綴拾緖餘, 强效斥佛, 悅佛氏堂獄之說, 則哺啜糟粕. 缺幾字 故耳.

우리 유학자들이 이단을 물리치는 논리를 보고 남은 저술을 거두어 모으고 억지로 부타를 배척하면서도 부타의 천당과 지옥의 설을 기뻐하니 술지게미[糟粕]만을 먹고 마시는 것일 (몇 글자 결락) 따름이다.

 

今吾此行, .

지금 나의 이번 다님은 (이하 결락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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