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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 박동섭, 그를 조심 강의실엔 열기가 가득했다. 연수라고 하면 아무래도 점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기에, 의무감으로 참석하여 시간만 때우게 된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알고자하는 열망이 강의실을 활활 달구고 있었으니 말이다. ▲ 강의실에 모인 선생님들. 모두 집중력 있게 강의를 듣고 있다. 익숙한 낯섦, 그 속으로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연수를 받으러 오신 분들은 동섭쌤에 대해, 그리고 그가 연구한 비고츠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점이었다. 안양에서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동섭쌤을 아는 분들이 강의를 요청했기에 하나보다(참통모임 같은 경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가지 부분에서 동섭쌤이 어떻게 강의를 하는지 보고 ..
1. 비고츠키 강의를 듣기 전, ‘레드 썬!’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마음엔 어떤 흥분을 느끼며 손은 신나게 타이핑을 친다. 예전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에 한 줄, 한 문단을 써나가기가 힘들었다. 그도 그럴 듯이 나 혼자만 볼 생각으로 쓰는 글이라면 막 쓰면 되지만,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쓰는 글이라면 ‘나의 무식을 남에게 알리지 마라!’라는 부담감으로 쓸 수밖에 없다. ▲ 간단한 돌멩이 하나 던져진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헉’에서 ‘그까이꺼’로 글을 쓴다는 게 고통의 대명사로 느껴지던 시기를 지나며 점차 알게 되었다.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무에 그리 스트레스..
2. 선빵 통역으로 전달되는 유쾌한 혼란 그렇기에 난 이걸 ‘유쾌한 혼란’이라 정의하고 싶다. ‘혼란’을 수식하는 단어가 ‘유쾌’이기에 의아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솔직한 감정이고, 이 감정이야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 싱크로율 200%의 선빵통역. 그 덕에 우치다란 샘의 물을 길을 수 있었다. 우치다가 선사한 유쾌한 혼란 예전에 고미숙씨의 책을 읽고 “난 이걸 ‘유쾌한 충격’이라 표현하고 싶다. 간혹 정말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을 때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내 삶이 전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내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허물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건 어찌 보면 나의 한계와 치부를 여지없이 들춰내는 것이니 불쾌할 만도 하지만 실상 기분은 나쁘지 않..
1. 우치다 타츠루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의 맛은? 어느덧 길고 긴 후기의 마지막 편을 쓰게 되었다. 들어가는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첫 글을 쓸 때 “이 글은 ‘박동섭-우치다 타츠루’를 담은 프롤로그격(모두 5편 내지 7편으로 진행될 예정)의 글이다”고 밝혔으니, 무려 28편이나 더 쓰게 된 셈이다. 그때만 해도 강연 당 2편 정도로 후기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은 다듬다 보니 내용이 늘어난 경우이고, ‘공생의 필살기’는 풀어내고 싶은 내용이 많아 저절로 늘어나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만큼 기본적인 생각과 엇나가는 부분들이 많아 그걸 자기화하여 표현하려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우치다 타츠루란 샘엔 어떤 물이 있..
목차 1.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교육이야기 사람을 모이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우치다 쌤의 별명과 그 이유 인문학자가 교육을 말한다는 것의 의미 2.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이야기 우치다의 책은 역설로 가득하다 들었지만 도무지 모르겠는 그의 강연 한 번도 듣지 못한 우치다의 이야기 START! 3. 체육을 잘하는 남자, 무도를 잘하는 여자 학교체육의 비밀 몸을 도구로 보느냐, 자연물로 보느냐 4. 아이를 심심하게 가만히 놔둬야 하는 이유 혼란 속으로 초대되다 자연과 대면할 때 지성은 극대화 된다 5.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감수성을 발달시킨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자신의 몸을 만나라 지성은 공생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감수성, 공생의 기본 조건 6. 공..
17. 질의응답 내 안의 싫어하는 부분도 내 부분 Q ‘공생의 필살기’의 첫 번째가 ‘자기 자아를 디자인하라’라는 말인데 그 아파트엔 자기가 좋아하는 자아도 있고, 싫어하는 자아도 있는데 싫어하는 자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A ‘청소도 안 하고 아파트를 더럽혀서, 나갔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걸 중재하는 사람은 ‘같이 산 것도 인연인데 같이 살아야죠’라고 얘길할 겁니다. 억압하거나 아예 쫓아내기보단 같이 사는 게 낫습니다. 왜냐 하면 ‘구두쇠적인 면이 싫어’, ‘폭력적인 면이 싫어’라고 하면서 그런 부분을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오히려 그런 면모들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 영화 [아이덴티티]는 다양한 자아를 죽이고 전일한 주체가 된다..
16. 공생을 위한 학교의 역할 아무래도 지금껏 한국사회에서 살았고 이런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당연한 듯 여기며 살아왔던 터라, ‘중요한 일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더욱이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100만(실제론 더 높을 것이다)에 이르러 ‘청년은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사회’에선 우치다쌤의 말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니 말이다.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나 사회에 발 딛고 집단을 위해 일도 하고 무언가 자신의 가치도 활짝 펴면서 살고 싶지만, 사회에선 그러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울분에만 빠져들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떤 사회냐에 따라 그 사회의 모습은 천차만별 달랐었고,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치다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
12. 나다움이란 신화를 깨부수다 우치다 타츠루쌤의 ‘나란 그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주민이 아니라 목조건물 전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생각난 사람이 바로 장자였고, 저번 글에선 스승 자기와 제자 안성자유의 대화를 통해 어떤 부분이 겹치는지 조금 얘기하다가 중간에 멈췄었다. 그러니 이번 글에선 인용했던 장자의 내용을 모두 해석해보고 그게 우치다쌤이 말한 ‘나다움’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나다움’이란 신화를 한껏 비웃은 장자 스승은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吾喪我’라고 말을 함으로 나다움의 신화를 박살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바로 퉁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퉁소란 곧 사람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나는 소리라는 게 ‘자기다운 소..
1.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교육이야기 20일엔 고베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인천에서 차를 타고 전주로 이동하여 강연을 했고, 21일엔 전주에서 차를 타고 광주로,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이동하여 강연을 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걸 거다.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고,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여 이야기를 한다. ▲ 인문학자이자, 무도인인 우치다 타츠루가 제주도에 왔다. 그의 강연 내용이 이제 시작된다. 사람을 모이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우치다쌤의 언어는 박동섭 교수의 통역을 거쳐 강연장에 모인 이들에겐 마치 한국어로 강연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강연 내용은 일상에서의 경험..
목차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우치다에게 배우다 이 남자 알고 싶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다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모르기에 배우고, 알지 못하기에 그저 배운다 2년 동안 와신상담했으니, 이번엔 다르겠지 무엇을 기대했든 그 이하 고민하는 시간들, 헛되지 않으리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두 번의 강연에서 난 한 발 내딛기를 하지 않았다 강연장에서 배우기 & 노검파일로 배우기 녹취록을 작성하며, 마침내 한 발 내딛기를 하다 건빵, 마침내 우치다 타츠루의 강연 후기를 쓰게 되다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자신감은 부담감 앞에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어 ..
13. 질의응답 개성을 말살시키는 일본의 중등교육에 대해 Q 지금 일본에서 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일본의 경우 중등교육이 문제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느슨한 편이고, 대학은 더 느슨한 편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문제입니다. 교과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압력을 자꾸 주는 모양새입니다.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교육을 받다보면 스스로의 가치를 파괴당하게 됩니다. ‘집단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까?’와 ‘집단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를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집단과 동화할 것인지, 떠날 것인지 양자택일만 강요받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양자택일을 강요받다 보니, 집단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개성’이라 착각하게 됩니다. ‘너희들과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12. 교육의 이유, ‘닥치고 오픈 마인드’ 우치다 쌤은 ‘오감을 활짝 열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만 막상 위기상황이 왔을 때 최대한 빨리 감지할 수 있으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키메라적 신체’를 구성하여 위기를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강연을 할 때마다 아이들이 신체감각에 민감해지도록 “춥네. 보일러를 좀 돌려볼까?”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신체 감각이 살아나야만 비로소 맘이 열릴 수 있으니 말이다. 살아남는 힘이 강한 아이는 수업 받는 것을 힘들어 한다 오감이 살아나 마음이 열렸다면, 다음 단계는 몸의 긴장을 풀고 몸을 개방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각종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수영을 처음 배울 ..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어떤 강연을 듣던지, 그걸 후기로 남기고 싶은 생각은 늘 있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후기를 쓰다보면 막상 진의가 왜곡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멈칫했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후기를 쓰려고 보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머뭇거렸다. 그래서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 한 자도 쓰지 못하고 멈췄으며,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게 됐던 것이다. ▲ 막상 쓰려고 달려들었다가 쓰지는 못하고 하얀 밤을 지샌 적이 몇 번이던가?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그러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은 게, 내 생각을 곁들여 후기로 쓰기보다 그냥 우치다쌤의 강연 내용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올리는 것이었다. 2014년의 서울 강연은 ..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어쩌면 우치다쌤의 2012년도 강연과 2014년도 강연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기회라 할 수 있다. 단재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동섭쌤을 알게 됐고, 그 당시 동섭쌤이 심취해 있던 우치다란 사람을 알게 됐으며, 민들레에서 연거푸 우치다쌤의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 2011년 11월에 동섭쌤에게 들었던 첫 강연으로 알게 됐다.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위 환경이 그랬다는 것이지, 내가 알아서 우치다쌤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찾으러 다녔다거나, 배우는 자의 자세로 “모르는 게 있습니다. 잘 못하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 가르쳐주십시오”라고 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2012년에 하자센터에서 있었던 우치다쌤의 첫 강연을 듣고, 멘붕에 빠졌다. 이건 노래가사로 유명한 ‘점점~ 멀어지나봐♬’였던 거다. 이럴 때 잠시 한 템포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다. 열정에 사무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파묻혀, 무작정 달려들었다간 질려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천천히 배워나가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우치다쌤이 말한 배우는 사람의 세 가지 자세인 “저는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잘 부탁하겠습니다”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깨달음이 임박해오는 날도 있을 테니 말이다. ▲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박동섭 선생은 2011년 공간 민들레에서 강연이 있을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준규쌤이 함께 들으면 좋은 강의가 있다고 알려주어서, 민들레출판사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땐 아무 준비 없이 강의를 듣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하나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표현하듯, 동섭쌤의 강의도 종합예술을 방불케 하듯 영상과 자료, 음악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익히 알고 있던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와는 달라, 흥미진진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임용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달 외웠던 비고츠키 이론이 ‘속빈 강정’처럼 실질적인 내용은 사라지고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내용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느꼈다. ..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 ◎ 강연을 마친 후엔 ‘인사말만큼은 한국어로 해야겠다’고 결의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그 싸움 ◎ 사토 마나부쌤과 ‘전쟁 헌법 개정’을 저지하려 함께 싸우고 있다. 사토 마나부는 존경하는 선배인데 그 분이 한국에 와서 하는 얘기를 잘 듣고 있다. ‘저도 한국에 가고 있습니다’ ‘저도 가고 있습니다’라고 확인했는데, 그 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겹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안전보장 헌법 개정’ 운동을 먼저 하였기에 힘을 보태게 되었다. 처음엔 3명이서 시작하였지만 의기투합하여 50명의 발기인이 만들어졌고 만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서명을 들고 중의원실을 방문했다. 의원 비서가 잘 받았다고 하며 돌아가라고 ..
6. 따뜻한 바람 같은 교사 교육이란 복잡하거나 체계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건 어린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 불규칙 속에 규칙이 있고, 카오스 속에 코스모스가 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같은 교육을 꿈꾸다 어린 시절에 사물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쳐다볼 때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산이나 들로 나가서 돌아다니면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느 것에 꽂히면 거기에 정신을 집중한다. 벌레를 본다거나, 꽃을 본다거나, 강의 흐름을 본다거나, 바다를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정신을 집중한다. 곁에서 보고 얼핏 보고 있으면 멍을 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이는 이미 거기에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며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몰입이 가능한 것일까? 그건 그 아..
5. 개풍같은 교사되기 이렇게 다른 관점의 교육을 염두에 둘 수 있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처럼 혼자만 고군분투하거나 내 능력이 별로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만 외로워지고 주변의 시선에 자신의 열정만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 키팅의 남다른 교육관은 주위 교사들에게 반목과 질시를 당했다. 교육운동의 시작은 각자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도 전국에선 동시다발적으로 그러면서도 자발적으로 여러 교육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교육운동들이 하나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통해 연결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해나가면 충분하다고 본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교사라는 큰 묶음 속에서 개개의 교사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
1. 아빠가 사라진 시대의 속내 한국과 일본에서 아이들 성숙의 문제가 대두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금 사회는 아버지가 어떤 성숙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망각해버린 사회가 되고야 말았다. 각 가정에서 아버지들은 지위를 잃어버림과 동시에 발언권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이 아버지가 가정 내에서 지위를 어떻게 상실하게 되었는지 다룬 영화들이 헐리우드에서 나오고 있다. ▲ 그의 마지막 주연작. 이 영화에서 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이야말로 현대 아버지의 모습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친족관계는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 클린트 이스티 우드Clint Eastwood(1930~)의 작품을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20년간 딸에게 미움을 받는 아버지 역할로 나오기 때문이다. 밖에선 슈퍼히어로지만 ..
10시까지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경춘선이 출발하는 상봉역에서 모이면 훨씬 편하지만, 아직 지하철을 타는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다. ▲ 한파가 찾아온 개학여행 때 왕십리역에서 아이들을 찾아다녔다. 특명: 왕십리역 중앙선 승차장에서 모두 모두 모여라 그런데 왕십리역은 무려 네 개의 노선이 지나가다 보니 엄청 복잡하다. ‘청량리 방향으로 가는 중앙선 승차장’에서 모이기로 정했지만, 잘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헤매게 마련이다. 실제로 개학여행으로 강촌스키장에 갔을 때도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각자 오는 방법이 다르다 보니 아이들을 찾아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때 경험을 해봤으니, 이번에는 그나마 좀..
37. 주위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벽이 있다 어느덧 카자흐스탄 일정이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 올 때만해도 ‘3주란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이곳에서 하루 이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중반이 지나고 있다. 무언가 나날이 할 게 있기 때문에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 이 날 저녁은 대관람차가 보이는 운치 좋은 곳에서 양꼬치를 먹었다. 정말 맛있더라. 외국어의 필요성 해외에 나간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외국어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느낀단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한국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니 문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카작인들은 러시아어와 카작어를 함께 쓰며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어떤 말이 카작어인지, 어떤 말이 러시아어인..
4. 책을 만들기 위해선 기초공사가 필요하다 첫 강의를 들으며, ‘정말 책으로 출판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어렸다. 평상시에 글을 쓰며 ‘언젠가 책으로 낼 날도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그 강의를 통해 좀 더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고로 정한 게 바로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정열을 불사르며 썼던 『트위스트 교육학』이었다. 총 5번의 강의를 듣고 55편의 후기로 남겼으니, 글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고 함께 공유하며 볼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종이의 질을 알 수 있는 샘플북이다. 이걸 통해 어떤 종이로 인쇄하면 좋을지 미리 판단해볼 수 있다. 원고가 바뀌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가 있더라. 그건 바로 ‘동섭쌤의 강의를 듣고서 그 내용을 후기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