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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8. 풍요 속의 음지(계생)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8. 풍요 속의 음지(계생)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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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생(桂生, 1573 선조6~1610 광해군2, 일명 癸生癸娘香今, 天香, 梅窓蟾初)은 부안(扶安)의 명기(名妓)로 가금(歌琴), 한시, 시조에 능한 여류시인(女流詩人)이다.

 

아전 이양종(李陽從)의 딸로 개성의 명기(名妓) 황진이(黃眞伊)와 쌍벽을 이루었으며 당대의 문사 유희경(劉希慶), 허균(許筠) 등과 교유가 깊었으나 38세로 요절하였다. 홍만종(洪萬宗)소화시평(小華詩評)권하 99에서 근세의 송도(松都) 황진이(黃眞伊)와 부안(扶安)의 계생(桂生)은 그 사조(辭藻)가 문사들과 더불어 다툴 만하니 기이하다고 칭송하였다.

 

유희경의 촌은집(村隱集)에 계생에게 준 시 7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증계낭(贈癸娘)시를 보면 일찍이 남국 계랑의 명성을 들었거니 시운(詩韻)과 가사(歌詞)가 서울을 진동시켰다네[曾聞南國癸娘名, 詩韻歌詞動洛城]”라 하였다. 허균(許筠)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도 계생과의 시 교유의 일화 및 그녀의 인물됨, 애도시가 수록되어 있어 그녀의 탁월한 시재(詩才)를 짐작하게 한다. 특히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과의 사랑과 이별은 그녀의 시작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시조 이화우(李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은 유희경과의 이별을 슬퍼하면서 쓴 대표적인 작품으로 후세에 애송되었다.

 

계생의 문집인 매창집(梅窓集)은 현()의 아전들이 전송하던 작품을 수집하여 1668년 개암사(開巖寺)에서 21책으로 개간(開刊)한 것이다. 매창집(梅窓集)에는 54수의 한시가 시체별(詩體別)로 수록되어 있는데 그의 시 역시 애정과 별한(別限), 상사(相思)와 고독이 주된 정조를 이루고 있어 여타의 여류시와 그 성격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그러나 한눈에 기생의 작품임을 알게 해주는 진솔함을 잃지 않고 있다.

 

 

인구에 회자된 계생(桂生)취객(醉客)도 그러한 것 중에 하나다.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취한 손님 비단 적삼 잡아당기니 비단 적삼 손길 따라 찢어지는구나.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비단 적삼 한 벌이야 아깝지 않지만 은정이 끊어질까 두려울 뿐이라네.

 

취객(醉客)을 희학적(戱謔的)으로 달래는 계생의 능숙한 솜씨를 보여준 작품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여 사용하는 것은 시가(詩家)에서 금기시하는 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나삼(羅衫)’이라는 동일 시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기녀(妓女) 작품의 색깔을 짙게 느끼게 한다. 비록 희작시(戲作詩)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지만 기녀 특유의 세계를 진솔하게 드러내보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오히려 분위기를 숙연케 하기도 한다.

 

 

다음은 기아(箕雅)대동시선에 선발된 계생(桂生)춘원(春怨)이다. 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은 봄의 원한을 제비와 대비시켜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竹院春深鳥語多

죽원(竹院)에 봄이 깊어 새소리 많은데

殘粧含淚捲窓紗

다지워진 화장에 눈물 번진 채 사창을 연다.

瑤琴彈罷相思曲

요금(瑤琴)으로 상사곡조(相思曲調) 다 타고 나니

花落東風燕子斜

동풍에 꽃 떨어지고 제비들 비껴나네.

 

다 지워진 화장이 눈물로 얼룩진 여인이 대나무 수풀에서 즐겁게 우는 새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사창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고 한 수련하구(首聯下句)에 작자의 정한이 잘 드러나 있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임을 그리는 심사는 꽃은 떨어지고 제비는 비껴 난다고 한 미련(尾聯) 하구(下句)에서 낙화(花落)’연자서(燕子斜)’가 어울어져 원정(怨情)의 강도를 보태면서 마무리 수법의 뛰어남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시는 작자의 별한(別恨)떨어지는 꽃’, ‘봄이 되어 다시 돌아온 제비즉 경() 속에 정()을 의탁한 세련된 수법으로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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