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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평 하권 - 99. 기녀가 지은 시 본문

문집/소화시평

소화시평 하권 - 99. 기녀가 지은 시

건방진방랑자 2021. 10. 30.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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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 기녀가 지은 시

 

 

古之才妓能詩者, 薛濤翠翹之輩頗多.

我東女子, 雖不學書, 妓流中英資秀出之徒, 不無其人. 而以詩傳於世者絕無, 何哉? 魚叔權稗官雜記, ‘東方女子之詩, 三國時則無聞焉. 高麗五百年, 只有龍城娼于咄彭原娼動人紅, 解賦詩云’, 而亦無傳焉.

頃世松都眞娘扶安桂生, 其詞藻與文士相頡頏, 誠可奇也. 眞娘詠半月: ‘誰斷崑山玉, 裁成織女梳. 牽牛離別後, 愁擲碧空虛.’

桂生, 號梅窓, 其詩: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又有妓秋香翠仙, 亦皆工詩, 秋香蒼巖亭詩云: ‘移棹淸江口, 驚人宿鷺飜. 山紅秋有跡, 沙白月無痕.’

翠仙, 號雪竹, 白馬江懷古詩云: ‘晩泊皐蘭寺, 西風獨倚樓. 龍亡江萬古, 花落月千秋.’

又有東陽尉宮婢, 亦工詩, 絕云: ‘落葉風前語, 寒花雨後啼. 相思今夜夢, 月白小樓西.’ 語皆工麗.

! 緇髡娼妓, 人之所甚賤, 羞與爲齒者也. 而今其所作如此, 則可見我東人才之盛也.

 

 

 

 

해석

古之才妓能詩者, 薛濤翠翹之輩頗多.

옛날에 재주 있는 기녀로 시를 잘 짓는 이 중에 설도(薛濤)와 취요(翠翹)와 같은 무리들이 매우 많았다.

 

我東女子, 雖不學書, 妓流中英資秀出之徒, 不無其人.

우리 동방의 여자들은 비록 글을 배우진 않았지만 기녀 중에 뛰어난 자질에 빼어난 무리 중에 그런 사람이 없진 않았다.

 

而以詩傳於世者絕無, 何哉?

그러나 시로 세상에 전해지는 이는 거의 없는 건 왜인가?

 

魚叔權稗官雜記, ‘東方女子之詩, 三國時則無聞焉.

어숙권(魚叔權)패관잡기(稗官雜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우리나라 여자의 시는 삼국시기엔 알려진 게 없고

 

高麗五百年, 只有龍城娼于咄彭原娼動人紅, 解賦詩云’,

고려 500년에 다만 용성(龍城) 기녀인 우돌(于咄)과 팽원(彭原)의 기녀인 동인홍(動人紅)만이 시를 짓고 이해했다.’

 

而亦無傳焉.

그러나 또한 전하는 건 없다.

 

頃世松都眞娘扶安桂生, 其詞藻與文士相頡頏, 誠可奇也.

근래엔 송도의 진낭과 부안의 계생의 시적 재능과 문장이 서로 겨룰 만하니 참으로 기이하다 할 만하다.

 

眞娘詠半月: ‘誰斷崑山玉, 裁成織女梳. 牽牛離別後, 愁擲碧空虛.’

진낭(眞娘)영반월(詠半月)은 다음과 같다.

 

誰斷崑山玉 裁成織女梳 누가 곤륜의 옥을 잘라서 직녀의 빗을 만들었는가?
牽牛離別後 愁擲碧空虛 견우 한 번 떠난 후로 근심스레 푸른 하늘에 던져 두었구나.

 

桂生, 號梅窓, 其詩: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계생(桂生)의 호는 매창(梅窓)이니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취한 손님이 비단 적삼을 잡으니 비단 적삼이 손따라 찢어지네.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하나의 비단 적삼은 애석할 게 없는데 다만 은정이 끊어질까 걱정되지.

 

又有妓秋香翠仙, 亦皆工詩, 秋香蒼巖亭詩云: ‘移棹淸江口, 驚人宿鷺飜. 山紅秋有跡, 沙白月無痕.’

또한 기녀 추향(秋香)과 취선(翠仙)이 또한 시를 잘 지었는데 추향(秋香)창암정(蒼巖亭)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移棹淸江口 驚人宿鷺飜 맑은 강 어귀에서 노 저으니 자던 해오라기가 사람에 놀라 나네.
山紅秋有跡 沙白月無痕 산이 붉어 가을 자취가 있고 모래 희어 달은 흔적 없네.

 

翠仙, 號雪竹, 白馬江懷古詩云: ‘晩泊皐蘭寺, 西風獨倚樓. 龍亡江萬古, 花落月千秋.’

취선(翠仙)의 호는 설죽(雪竹)으로 백마강회고(白馬江懷古)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晩泊皐蘭寺 西風獨倚樓 저물어서야 고란사에 정박하고서 가을바람에 홀로 누각에 기댔네.
龍亡江萬古 花落月千秋 용은 사라졌지만 강은 만고토록 흐르고 꽃은 졌지만 달은 천추토록 밝아라.

 

又有東陽尉宮婢, 亦工詩, 絕云: ‘落葉風前語, 寒花雨後啼. 相思今夜夢, 月白小樓西.’ 語皆工麗.

또 동양위(東陽尉) 신익성(申翊聖)의 관비 또한 시를 잘 지었는데 그 절구는 다음과 같아 시어가 모두 기교있고 곱다.

 

落葉風前語 寒花雨後啼 낙엽은 바람 앞에서 말해대고 추운 꽃은 비 온 후 울어대네.
相思今夜夢 月白小樓西 그댈 그리며 오늘 밤 꿈 꾸는데 달은 작은 누각의 서쪽에서 밝기만 해.

 

! 緇髡娼妓, 人之所甚賤, 羞與爲齒者也.

! 스님과 기녀는 사람들이 매우 천하게 여겨 동류로 삼기를 부끄러워한다.

 

而今其所作如此, 則可見我東人才之盛也.

그러나 지금 지은 것들이 이와 같으니 우리나라의 융성함을 볼 만하다.

 

 

인용

목차 / 작가 / 서설

한시사 / 한시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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