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이달과 고경명, 그리고 당풍
高霽峯敬命, 壬辰爲義兵將, 梁慶遇掌書記, 軍務之暇, 語及論詩.
霽峯稱道蓀谷詩格曰: “世罕其儔.”
梁曰: “蓀谷詩, 出於晩唐, 一篇一句可詠, 豈若閤下濃麗富盛乎?”
霽峯曰: “豈可易言其優劣乎! 如七言律·排律等作, 則吾不讓李, 至於短律若絶句, 決不可及. 昔守瑞山郡時, 邀李於東閣, 留連累朔, 與之唱和. 每賦絶句, 不敢以宋人體參錯於其間, 倉卒學唐, 半眞半假, 誠可愧也.”
梁逢人每言: “文人相輕, 自古而然. 霽峯之於蓀谷, 推許至此, 置之己右, 益見其長者也.”
余觀霽峯「漁舟圖」絶句: ‘蘆洲風颭雪滿空, 沽酒歸來係短篷. 橫笛數聲江月白, 宿禽飛起渚烟中.’ 其聲韻格律, 極逼唐家, 豈可謂半假乎? 公盖自謙也.
해석
高霽峯敬命, 壬辰爲義兵將,
제봉 고경명은 임진년에 의병장이 되었고
梁慶遇掌書記, 軍務之暇, 語及論詩.
양경우는 서기관의 임무를 맡아 군무의 여가에 말이 시를 논하는 데에 이르렀다.
霽峯稱道蓀谷詩格曰: “世罕其儔.”
제봉이 손곡 이달 시의 격조를 칭찬하며 “세상에 짝이 드물다.”라고 말했다.
梁曰: “蓀谷詩, 出於晩唐, 一篇一句可詠,
양경우가 말했다. “손곡의 시는 만당에서 나와 한 작품이나 한 구절은 읊을 만하더라도
豈若閤下濃麗富盛乎?”
어찌 합하의 농후하고 고우며 풍부하고 성대한 것만 하겠습니까?”
霽峯曰: “豈可易言其優劣乎!
제봉이 말했다. “어찌 쉽게 우열을 말할 수 있으랴!
如七言律·排律等作, 則吾不讓李,
예를 들면 칠언율시나 배율 등의 작품 같은 경우는 내가 이달에 실력을 사양하지 않지만,
至於短律若絶句, 決不可及.
율시와 절구에 있어서는 반드시 미칠 수가 없다네.
昔守瑞山郡時, 邀李於東閣,
옛적에 서산군수였을 때 이달을 동쪽 누각【동각(東閣): 손님을 접대하는 곳을 뜻하는 말로, 한(漢) 평진후(平津侯) 공손홍(公孫弘)이 재상이 되어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서 지은 객관(客館)의 이름이다】에서 맞이하여
留連累朔, 與之唱和.
머무른 것이 여러 달에 이어져 그와 함께 시를 주고받았었지.
每賦絶句,
내가 매번 절구를 지은 것이
不敢以宋人體參錯於其間, 倉卒學唐,
감히 송풍(宋風)의 시체로 그 사이에 낄 수 없었기 때문에 별안간 당풍(唐風)을 배웠으니,
半眞半假, 誠可愧也.”
반은 참이고 반은 거짓으로, 진실로 부끄러워할 만했다네.”
梁逢人每言: “文人相輕, 自古而然.
양경우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말한다. “문인이 서로를 경시하는 것은 예로부터 그러했네.
霽峯之於蓀谷, 推許至此,
그러나 제봉은 손곡에 대해서 받들어 칭찬함이 이와 같아서,
置之己右, 益見其長者也.”
자기의 위에 두었으니, 더욱 그가 어른 됨을 볼 수 있다.”
余觀霽峯「漁舟圖」絶句: ‘蘆洲風颭雪滿空, 沽酒歸來係短篷. 橫笛數聲江月白, 宿禽飛起渚烟中.’
내가 제봉의 「고기잡이 배의 그림[漁舟圖]」이라는 시의 절구를 보았다.
蘆洲風颭雪滿空 | 갈대 모래톱에 바람 불고 눈 허공에 가득한데 |
沽酒歸來繫短篷 | 술을 사서 돌아와 조각배 맸네. |
橫笛數聲江月白 | 몇 가락 젓대소리, 강 위에 달이 환해지자, |
宿禽飛起渚烟中 | 자던 새가 물안개 속에 날아오르네. |
其聲韻格律, 極逼唐家, 豈可謂半假乎?
성운과 격률이 매우 당풍(唐風)에 가까우니 어찌 반은 거짓이라 할 수 있겠는가.
公盖自謙也.
제봉이 대개 스스로 겸손한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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