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적의 「신력탄(新曆歎)」과 이규보의 「위심(違心)」이 알려준 세상의 실상
魚無迹字潛夫, 『新曆歎』曰: “我願三萬六千日, 判作人間兩朝夕. 春花一吐一年紅, 秋月一照一年白. 堯舜至今顔尙韶, 周孔至今頭尙黑. 朝聞吁咈土階上, 暮見絃誦杏壇側.”
余甞聞白露國, 比屋皆聖賢, 掘地則金銀, 多晴少雨, 有豊無凶, 未甞不翹首相望, 以爲樂土. 及讀潛夫詩, 始疑白露國, 亦寓言, 若華胥ㆍ槐安之類也.
李奎報『違心』詩曰: “人間萬事苦參差, 動輒違心莫適宜. 少歲家貧妻尙侮, 殘年祿厚妓將隨. 雨陰多是出遊日, 天霽皆吾閒坐時. 腹飽輟飡逢美肉, 喉瘡忌飮遇深巵. 儲珍賤售市高價, 宿疾方痊隣有醫. 瑣小由來猶類此, 揚州駕鶴况堪期.” 世事乖張大盖如斯.
宋人詩云: “九十日春晴景少, 三千年事亂時多.” 令人恨恨不能自已. 『靑莊館全書』
해석
魚無迹字潛夫. 『新曆歎』曰: “我願三萬六千日, 判作人間兩朝夕. 春花一吐一年紅, 秋月一照一年白. 堯舜至今顔尙韶, 周孔至今頭尙黑. 朝聞吁咈土階上, 暮見絃誦杏壇側.”
어무적의 자는 잠부다. 『새해의 탄식[新曆歎]』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我願三萬六千日 | 나의 소원은 36.000일을 |
判作人間兩朝夕 | 사람의 아침ㆍ저녁으로 양분하여 만드는 것이다. |
春花一吐一年紅 | 봄꽃이 한 번 피면 1년 내내 붉고, |
秋月一照一年白 | 가을달이 한 번 비추면 1년 내내 밝다. |
堯舜至今顔尙韶 | 그랬다면 요순이 지금에 이르러서도 얼굴은 오히려 애띨 것이고, |
周孔至今頭尙黑 | 주공과 공자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흑발이리라. |
朝聞吁咈土階上 | 그러면 흙 계단 위에서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한 회의 소리 듣고, |
暮見絃誦杏壇側 | 저녁이면 공자가 제자를 기르던 단 옆에서 글 읽는 모습을 보리라. |
余甞聞白露國, 比屋皆聖賢,
내가 일찍이 들으니, 백로국은 잇닿은 집들에 다 성현이 있고
掘地則金銀,
땅을 파면 금과 은이 나오며
多晴少雨, 有豊無凶,
갠 날은 많고 비 오는 날은 적고 풍년은 들되 흉년을 들지 않으니,
未甞不翹首相望, 以爲樂土.
일찍이 머리를 우러르며 서로 바라보면 낙토(樂土)라 여겨지지 않음이 없다고 했었다.
及讀潛夫詩, 始疑白露國,
그러나 잠부의 시를 읽고 나니, 처음으로 백로국이 의심되었다.
또한 우언이었으니, 화서국【華胥: 『列子』에 나오는 것으로, 황제가 세상이 다스려지지 않음을 근심하며 낮잠에 들었는데, 낮잠에서 본 화서라는 나라는 태평성대였기에 그걸 구경했다는 것임.】과 괴안국【槐安: 李公佐 『南柯記』에서 나오는 것으로, 唐 淳于棼이 느티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다가 꿈에서 개미구멍을 통해 南柯太守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내용.】 같은 부류의 이야기인 것이다.
李奎報『違心』詩曰: “人間萬事苦參差, 動輒違心莫適宜. 少歲家貧妻尙侮, 殘年祿厚妓將隨. 雨陰多是出遊日, 天霽皆吾閒坐時. 腹飽輟飡逢美肉, 喉瘡忌飮遇深巵. 儲珍賤售市高價, 宿疾方痊隣有醫. 瑣小由來猶類此, 揚州駕鶴况堪期.”
이규보의 『마음에 어긋나다[違心]』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人間萬事苦參差 | 인간만사 엎치락뒤치락 |
動輒違心莫適宜 | 움직이면 문득 마음에 어긋나 적당하고 마땅하질 않네. |
少歲家貧妻尙侮 | 어릴 땐 집이 가난해 아내는 오히려 모욕을 주나, |
殘年祿厚妓將隨 | 나이 들어선 봉록이 많아지니 기생이 장차 따르네. |
雨陰多是出遊日 | 놀러 나가는 날엔 비 오는 날이 많고, |
天霽皆吾閒坐時 | 한가로이 앉아 있으니 맑기만 해. |
腹飽輟飡逢美肉 | 배가 불러 그만 먹으려니 양고기 나오고, |
喉瘡忌飮遇深巵 | 후두염으로 마시기 힘들어지니 진한 술 나오네. |
儲珍賤售市高價 | 소장하고 있던 진귀한 것을 싸게 파니, 시장에선 가격이 치솟고, |
宿疾方痊隣有醫 | 묵은 병을 전력으로 낫게 하니, 이웃에 의사가 있다네. |
瑣小由來猶類此 | 사소한 것이 맘처럼 되지 않음이 오히려 이와 같으니, |
揚州駕鶴况堪期 | ‘양주에서 학 타기’를 어이 기약할끄나? |
世事乖張大盖如斯.
세상일에 어그러져 더욱 커져감이 대개 이와 같다.
宋人詩云: “九十日春晴景少, 三千年事亂時多.”
송나라 사람의 시는 다음과 같다.
九十日春晴景少 | 90일 봄에 날이 개어 볕든 날은 적고, |
三千年事亂時多 | 3000년 세상사 혼란스러운 때는 많다네. |
令人恨恨不能自已. 『靑莊館全書』
이 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스러움이 절로 끊이지 않도록 한다.
인용
'한시놀이터 > 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연집습유 - 정두경의 웅장하기만 한 시를 비판하다 (0) | 2019.02.26 |
---|---|
당시기사 - 유우석의 금릉회고시, 최고의 작품으로 뽑히다 (0) | 2019.02.23 |
서포만필 - 시가 사람을 감동시키다 (0) | 2019.02.23 |
서포만필 - 석주의 약하디 약한 마음이 담긴 전별시 (0) | 2019.02.18 |
남천록 - 퇴계 선생의 자득한 뜻이 담긴 한시 (0) | 2019.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