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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경 - 숙봉은사(宿奉恩寺)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정두경 - 숙봉은사(宿奉恩寺)

건방진방랑자 2021. 4. 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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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에서 자다가

숙봉은사(宿奉恩寺)

 

정두경(鄭斗卿)

 

 

世廟西竺 招提號奉恩

세묘숭서축 초제호봉은

域中王亦大 天下佛爲尊

역중왕역대 천하불위존

絶壁干雲起 滄江注海奔

절벽간운기 창강주해분

禪房隨意宿 還喜脫籠樊

선방수의숙 환희탈롱번 東溟先生集卷之三

 

 

 

 

해석

世廟西竺 招提號奉恩 세조께서 불교를 숭상해 사찰을 봉은사라 불렀네.
域中王亦大 天下佛爲尊 성 안에선 임금 또한 위대하지만 천하에선 불교가 존숭되지.
絶壁干雲起 滄江注海奔 절벽에선 뭇 구름 일어나고 푸른 한강엔 물댄 구름 바쁘지.
禪房隨意宿 還喜脫籠樊 선방에서 뜻대로 자노라니 도리어 새장[籠樊] 벗어난 듯 기뻐라. 東溟先生集卷之三

 

 

해설

이 시는 강남 봉은사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지은 시로, 부처를 높이고 봉은사가 속루(俗陋)에서 벗어나 그곳에서 머무름을 기뻐하고 있다. 이단(異端)인 불교에 대해 거리감을 느낄 수 없는 시로, 도불(道佛) 사상에 자유로웠던 김만중(金萬重)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이 시를 조선조 오언율시(五言律詩) 가운데 제일이라 격찬(激讚)하고 있다.

 

남구만(南九萬)의 장손 남극관(南克寬, 1689~1715)몽예집에서, “동명의 시는 마땅히 우리나라의 제일로 삼아야 하는데, 망령되고 옹졸한 자들이 흔히 의취(意趣)를 가지고 헐뜯는다. 요컨대 기는 완전하고 소리는 커서 높이 오르고 멀리 달린다. 백 개의 냇물을 토하고 들이킬 도량과 천균의 무게를 밀어서 돌게 할 힘과 만물을 업신여기고 학대할 기상과 팔극으로 놓아 보낼 뜻을 가졌다. 삼백 년 이래로 그와 나란할 수 있는 이가 없는데, 하물며 앞서는 자가 있겠는가[東溟之詩 當爲本朝第一 妄庸者 多以思致姍之 要之 氣完聲洪 憑高騖遠 有吐納百川之量 排斡千匀之力 凌暴萬類之象 揮斥八極之意 三百年來 未有能並之者 况先之乎]?”라 극찬(極讚)하고 있다.

 

홍만종(洪萬宗)소화시평(小華詩評)권하 77에서 송풍악오산인 겸기이통천국이중국(送楓岳悟山人 兼寄李通川國耳重國)을 칭송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근세에 계곡(谿谷)택당(澤堂)동명(東溟)이 세 사람이 당세의 철장으로 병칭되는데, 논자들은 각자가 존중하는 기준으로 이분들의 우열을 정하고 그 높낮이를 평하니, 이는 매우 무가치한 일이다. 무릇 문장의 아름다움이란 제각기 정해진 값이 있으니, 어찌 자신의 좋고 싫어함으로써 작품의 값을 올리고 낮출 수가 있겠는가? 내가 보건대, 계곡의 문장은 혼후하고 유창하여 태호의 아득하게 펼쳐진 호수물이 산들바람에도 파도가 일지 아니함과 같다. 택당은 정묘하고 투철하여 진나라 대에 있던 밝은 거울 앞에서는 사물이 형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것진시황(秦始皇)이 궁정에 거울을 보관하고 인간의 선악사정(善惡邪正)과 질병의 유무를 비추어 보았다과 같다. 동명은 뛰어나고 준장하여 마치 갠 하늘의 빛나는 태양 같기도 하고 벼락이 웅웅 울리는 것과도 같다. 이 세 작가의 기상은 절로 다르다. 그런데 동명의, ‘바닷가 흰 구름 사이, 푸르고 푸른 개골산으로, 산스님 지팡이 휘저어 떠나가니, 언제나 돌아오느냐 웃으며 묻노라.’ 시는 준일하면서도 지극히 한아하여 풍신골격이 이태백과 흡사하니, 앞의 두 분조차도 아직껏 토해내지 못한 시구이다[近世谿谷澤堂東溟三人, 並稱當世哲匠, 論者各以所尙, 優劣而輕重之, 甚無謂也. 凡文章之美, 各有定價, 豈以好惡爲抑揚乎? 余觀谿谷文章渾厚流鬯, 如太湖漫漫, 微風不動; 澤堂精妙透徹, 如秦臺明鏡, 物莫遁形; 東溟發越俊壯, 如白日靑天, 霹靂轟轟, 三家氣像, 自是各別. 至若東溟之海上白雲間, 蒼蒼皆骨山. 山僧飛錫去, 笑問幾時還. 俊逸中極閑雅, 風神骨格, 酷似太白, 二子亦所未道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211~212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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