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일의 심정
내일이면 드디어 시험이다. 임용시험을 보겠다고 다시 선포하고 이 길로 들어선 지 어느 덧 10개월 정도가 흐른 것이다. 꿈 같은 시간들이었다. 다시 전주에 내려오고 임용고시반에 자리를 잡았으며 헤매던 한 달,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온축하겠다며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모두 한글문서로 작업하기 시작하며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그때 했던 소화시평은 그런 방향성을 잡는 데 한 몫 했던 게 분명하다. 간절히 원하면 뭐든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새로운 계기들이 마련된다.
실력발휘 그게 문제로다
이렇게 임용을 보기 전 기록을 남기던 습관은 예전부터 있었다. 단지 그때와 지금의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는 일기장에 써나가는 식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일기에 쓰지 않고 이렇게 컴퓨터에 기록을 남기고 블로그에 업로드하여 언제든 보게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같은 건 시험에 휘둘리지 말고, 그 분위기에 위축되지 말고 지금껏 해온 것대로 할 수 있는 만큼에 충분히 실력 발휘하고 오자는 것이다. 상황이야 다르고 분위기도 달라졌지만, 최근에 객관식 시절의 1차 문제를 풀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객관식이라고 함부로 생각하고 덤벼들면 안 된다는 것도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예전엔 너무도 많은 지문에 해석도 해보지 못한 채 접어야만 했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을 그래도 나름 해석해보고 풀어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문실력은 어느 정도 예전 그대로 되찾았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겁먹고 못 풀겠다고 하기 전에 진득하게 달려들면 안 될 것도 없다는 점을 알았다.
그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예전에 함께 공부했던 아이들이 모두 임용이 됐다는 점이 눈에 띄더라. 그건 충분한 가능성이었고 한문이란 게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이냐 하는 진심어린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바보야~ 이 순간이 되면 다들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고 보면 되고 그걸 안다면 그 실력을 어떻게 펼쳐내고 발휘할 수 있을까만을 고민하면 된다 그뿐이다.
▲ 이 숫자를 보게 될 줄이야. 이 날을 기억하고 축복하라.
문제는 의도고, 그걸 얼마나 빨리 캐취하고 대비하느냐다
2008년 때 경기도에서 봤는데 그때 전북에서 봤다면 합격할 점수였지만 그 다음 해엔 죽을 쒔다. 한 문제도 제대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문교육과의 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의 출제방식은 매해 바뀌며 당당하다 싶을 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땐 피똥 쌀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예전의 방식을 되돌아보면 좀 건성건성 넘어간 게 보이긴 하다.
한 번도 기출문제를 풀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기출문제는 다시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만 했다. 분명 다시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그걸 풀어보며 출제자의 의도, 그리고 그게 어떻게 문제화되어 나오는지를 역추적해보고 방법을 마련해보는 게 필요하기도 하다. 어쨌든 이건 문제를 푸는 것이기 때문에 탁월한 해석 실력 이상으로 왜 이런 문제가 나왔는지, 뭘 보고 싶은지를 빠르게 낚아챌 수 있다면 분명히 승산은 더 있을 테니 말이다.
어제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고 담담히 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끝나고 아이들하고 밥을 먹겠네”라고 물어보셨다. 분명히 거기엔 의도가 있는데,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이들과는 별로 친하지 않아 그러진 않을 거 같아요.”라고 천연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미묘한 분위기를 통해 어머님이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할 건 가보다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이런 일례처럼 질문엔 의도가 있고 시험에도 의도가 있다. 그 의도만이라도 빨리 낚아챌 수 있다면 그에 따라 좀 더 유연하고 당당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 날씨가 바뀌어 토요일엔 비 온단다. 2007년에 시험볼 때 비가 왔고 목련네랑 점심을 먹었던 기억도.
지금을 남겨볼 테다
정확히 2010년 10월에 봤던 임용시험이 마지막이었으니 8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셈이다. 분명히 이번엔 합격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하긴 했지만,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나의 공부 방식으로 인해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오면 누구나 그런 기대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여태껏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을 지라도 이 시기 만큼은 합격의 꿈을 누구나 꾸며 그게 내가 되야 한다는 생각에 몰아붙이듯 스퍼트를 낸다. 그건 어찌 보면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라 생각하진 않는다.
단지 지금 이순간은 불안과 초조라는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기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정리하고 그걸 갈무리하며 암기해야할 것들을 착실히 암기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 어쨌든 시간은 지날 것이고 이 시기는 분명히 다시 오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단 하루 남은 오늘을 잘 보내볼 테다.
과연 8년 만에 다시 보는 임용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기록되고 남을 것인가? 그리고 내일 나는 얼마나 당당히 시험과 한바탕 어우러질 수 있을까?
이번엔 특이하게 임용 후기를 남길 테고, 바로 모레부턴 기출분석에 들어가련다. 올해든 내년이든 나에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이 기록을 착실히 남겨볼 테다. 아 기분 좋은 떨림이다.
▲ 하루 전날, 학교에도 둥근달이 휘영청 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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