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암을 애타게 기다리던 친구들
7월 13일 밤, 성언聖彦 박제도朴齊道가 성위聖緯 이희경李喜經과, 아우 성흠聖欽 이희명李喜明, 약허若虛 원유진元有鎭, 여생과 정생, 그리고 동자 견룡이와 더불어 무관 이덕무에게 들러 그를 데리고 왔다. 그때 마침 참판 원덕元德 서유린徐有麟이 먼저 와서 자리에 있었다. 성언은 책상다리를 한채 팔꿈치를 기대고 앉아, 자주 밤이 깊었는가를 보면서 입으로는 가겠노라고 말하면서도 부러 오래 앉아 있었다. 좌우를 돌아봐도 선뜻 먼저 일어서려는 사람이 없었다. 원덕도 또한 애초에 갈 뜻이 없는지라, 성언은 마침내 여러 사람을 이끌고 함께 가버리고 말았다. 孟秋十三日夜, 朴聖彦與李聖緯弟聖欽元若虛呂生鄭生童子見龍, 歷携李懋官至. 時徐參判元德, 先至在座. 聖彦盤足橫肱坐, 數視夜, 口言辭去. 然故久坐. 左右視, 莫肯先起者. 元德亦殊無去意, 則聖彦遂引諸君俱去. |
두 번째 이야기, 「취답운종교기醉踏雲從橋記」는 지금의 종로 3가 파고다 공원 뒷 편에 있던 연암의 집으로 박제가朴齊家의 적형嫡兄인 박제도朴齊道와 이희경李喜經, 이희명李喜明 형제 등이 이덕무李德懋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 함께 찾아온 때의 일을 적은 것이다. 그때 연암에게는 먼저 온 손님 서유린徐有麟이 있었다. 대화 중에 끼어든 것이 멋쩍었던 성언은 책상다리를 한 채 팔꿈치를 비스듬히 기대고 앉아 무료한 기색을 나타낸다. 그리고는 공연히 밖을 내다보면서 시간을 묻고, 입으로는 건성 이만 가야겠군을 연발하면서도 일어서지는 않은채 앉아 있었다. 이쯤 되면 먼저 온 손님더러 이제는 우리에게 연암을 양보하라는 시위인 게다. 간다 간다 하면서도 자리를 막상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먼저 온 손님 또한 작심을 한 듯 이편의 눈치를 모른 체하고 있으니, 삐뚜름하게 앉아 있던 성언이 결국 제 급한 성질을 못 이기고 사람들을 이끌고 나가고 말았다. 그렇게 연암의 집을 나선 그들은 조금은 김이 빠져서 거리를 배회했던 모양이다. 다시 연암 집 대문을 두드린 동자 녀석은 제 주인이 시키는 대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으리! 아까 계신 손님은 하마 돌아가셨겠지요? 지금 저희 주인 나으리께선 다른 분들과 함께 거리를 산보하시면서, 나으리께서 빨리 나오셔서 함께 술잔이나 나누시길 기다리고 계십니다요.” 뻔히 방안에 손님이 그대로 있음을 알면서 하는 수작이다.
한참 뒤 동자가 돌아와 말하기를, 손님은 이미 가셨을 테고 여러 사람들이 거리 위를 산보하면서 나를 기다려 술을 마시려고 한다고 하였다. 원덕이 웃으며 말하였다. “진秦나라 사람이 아니면 내쫓는 구만.” 마침내 일어나 함께 거리 위로 걸어 나섰다. 성언이 나무라며 말하였다. “달이 밝아 어른이 문에 찾아왔거든 술을 차려 내와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귀한 사람만 머물려두고 이야기하면서, 어이해 어른으로 하여금 오래 바깥에 서있게 한단 말이야?” 내가 불민함을 사과하자, 성언은 주머니에서 50전을 꺼내서는 술을 사오게 하였다. 久之, 童子還言, 客已當去, 諸君散步街上, 待子爲酒. 元德笑曰: “非秦者逐.” 遂起, 相携步出街上. 聖彦罵曰: “月明, 長者臨門, 不置酒爲懽, 獨留貴人語, 奈何令長者, 久露立?” 余謝不敏, 聖彦囊出五十錢, 沽酒. |
엉덩이 무거운 원덕도 이쯤 되면 더 배겨날 도리가 없다. 어이 없어 그가 하는 말은, “나 이것 참! 내가 진나라 사람이 아니래서 축객逐客을 당하네 그려.”이다. 옛날 전국戰國 적 진秦나라에서 축객逐客의 명을 내리자, 꼼짝없이 쫓겨나게 된 이사李斯가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써서 항의했던 고사로 뼈있게 농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래 너희들끼리 잘 놀아라”가 된다. 물론 악의는 담지 않은 농담이다.
아직도 뿔이 난 성언은 손님을 내쫓다시피 해서 밖으로 나온 연암을 보고도 입을 삐죽거린다. “그래! 그 사람이 벼슬이 높대서 날 이렇게 푸대접 하긴가?” “그게 아닐세 이 사람아! 그렇다고 안 가겠단 손님을 어찌 내 쫓는단 말인가? 미안허이. 미안해.” 그제야 분이 풀렸는지, 성언은 주머니를 뒤져 50전을 내어 동자에게 술을 받아오게 한다.
▲ 전문
인용
2-1. 총평
5. 호백이 같은 친구들아
6-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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