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부처님께 발원한 말속에 담긴 남성주의의 왜곡된 시선
이 시는 남녀 간의 애정 갈등이 빚어낸 고뇌를 서술한 내용이다.
작중 주인공 단랑을 반순칙이 우연히 발견해서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다. 그런데 단랑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데다 남자는 이미 결혼한 몸이기에 첩으로 맺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정실 부인은 첩실 단랑을 몹시 구박한다. 단랑은 처첩간의 격차에 신분상의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단랑은 질곡과 고난을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결국 절간으로 들어가 중이 되어버린다.
시는 단랑의 1인칭 서술로 전개되고 있다. 단랑이 이미 중이 된 몸으로 부처님 앞에서 발원하는 장면이 작중의 현재다. 따라서 서사적 내용은 과거를 회상한 형식이다. 즉 여자가 자신의 비련의 이야기를 독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시는 주정적 진술이 되며 그런 만큼 사실성은 부족하지만 호소력을 가진다. 가령 주인공이 삭발을 하고 중으로 변신한 과정을 서술한 대목의 경우, 그의 기구한 운명과 괴롭고 허탈한 심경을 처연하고 풍부한 사연으로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에 단랑이 부처님께 발원한 말에서 신앙에 귀의, 오뇌를 해소하려는 뜻이 역연하다. 그럼에도 임을 향한 애정은 함께 해소되지 못해 저승에서나마 이루어보자는 식이다. 더구나 소망사항에서까지 “여러 여자들과 친자매처럼 어울려[親愛諸姬若姊妹]”라고 자신의 첩실 지위를 유지하고 기껏 정실과 화목을 꿈꿀 뿐이다. 주인공은 그토록 자신이 짓밟히고 배신당한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 점은 그가 신앙에 귀의한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한편 시인의 남성적 편견에 의해 왜곡된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256쪽
산문 | 첩으로 맞이한 단랑을 지키지 못한 박순칙을 대신하여 짓다 |
1 |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통하다 |
2 | 질투에 시달려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님은 오지 않고 |
3 | 석골산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다 |
4 | 비구니가 되어 속세의 욕망을 끊어내다 |
5 | 비구니가 되고서도 못 버린 미련을 마침내 버리다 |
6 | 발원① 낭군의 아내가 되어 행복한 가정 이루길 |
7 | 발원② 우리 가족 행복하고 부처님 은혜 잊지 않길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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