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관어대 시의 에피소드로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을 알려준 이민구
余昔遊嶺南, 登寧海觀魚臺. 臺臨海, 巖下游魚可數.
板上有李東州敏求詩, 詩曰: “觀魚臺下海茫茫, 羊角秋風鶴背長. 倚蓋天隨鰲極庳, 旋磨人比蟻行忙. 陶將萬壑蛟龍水, 洗出重宵日月光. 欲掛雲帆乘漭沆, 扶桑東畔試方羊.”
余次之曰: “高樓獨上意微茫, 鰲背冷風萬里長. 臺壓千尋蛟窟險, 山留太古劫灰忙. 天淸遠嶼收雲氣, 海赤層濤盪日光. 便欲登仙從此去, 世間榮辱等亡羊.”
其後往拜東州, 東州出示其私稿. 至觀魚臺詩, 余曰: “此詩曾見於觀魚臺.”
東州曰: “何如?”
余曰: “語意矯健, 然格墮江西. 且旋磨之磨字, 山谷以去聲用之, 亦似欠矣.” 東州頷之.
余因誦前日所步詩, 考其如何, 東州極過獎,
後更往, 坐談間閱其私稿, 其觀魚臺詩, 已刪去矣. 文人例多自是, 而此老能如此 所謂過而能改者也.
해석
余昔遊嶺南, 登寧海觀魚臺.
내가 옛날에 영남에서 노닐 적에 영해의 관어대에 올랐다.
臺臨海, 巖下游魚可數.
관어대는 바다에 닿아 있어 절벽 아래의 노니는 물고기를 셀 수 있었다.
板上有李東州敏求詩, 詩曰: “觀魚臺下海茫茫, 羊角秋風鶴背長. 倚蓋天隨鰲極庳, 旋磨人比蟻行忙. 陶將萬壑蛟龍水, 洗出重宵日月光. 欲掛雲帆乘漭沆, 扶桑東畔試方羊.”
현판 위에 동주 이민구의 시가 있었으니 다음과 같다.
觀魚臺下海茫茫 | 관어대 아래의 바다는 아득하고 |
羊角秋風鶴背長 | 가을 회오리바람은 붕새의 등에서 길게 불어오네. |
倚蓋天隨鰲極庳 | 자라 등처럼 둥그스런 하늘은 아주 낮은데(倚蓋天은 鱉을 隨해서 極庳하고) |
旋磨人比蟻行忙 | 도는 멧돌의 개미처럼 사람이 경황없네(旋磨人은 蟻에 견주어 行이 忙하네). |
陶將萬壑蛟龍水 | 온 골짜기는 교룡의 물을 가지고 일어서 |
洗出重宵日月光 | 하늘의 해와 달의 빛을 씻어서 내네. |
欲掛雲帆乘漭沆 | 구름 돛을 걸고 망망대해 타고 가 |
扶桑東畔試方羊 | 부상의 동쪽 편에서 솟구쳐 날고 싶어라. |
余次之曰: “高樓獨上意微茫, 鰲背冷風萬里長. 臺壓千尋蛟窟險, 山留太古劫灰忙. 天淸遠嶼收雲氣, 海赤層濤盪日光. 便欲登仙從此去, 世間榮辱等亡羊.”
내가 그 시에 차운했으니 다음과 같다.
高樓獨上意微茫 | 높은 누대에 홀로 오르니 뜻이 아득해지는데 |
鰲背冷風萬里長 | 자라가 진 신선산의 차가운 바람은 만 리 멀리 불어온다. |
臺壓千尋蛟窟險 | 누대는 천 길 절벽 교룡이 사는 굴의 험함을 눌렀고 |
山留太古劫灰忙 | 산엔 태고적 불벼락의 재가 남아 있다네. |
天淸遠嶼收雲氣 | 하늘이 맑은 건 먼 섬이 구름 기운을 거두어 들여서고, |
海赤層濤盪日光 | 바다가 붉은 건 높은 파도에 햇볕이 일렁여서지. |
便欲登仙從此去 | 문득 신선이 되어 이로부터 떠나고 싶어라. |
世間榮辱等亡羊 | 세간의 영욕은 양 잃은 것과 같이 허무한 것이니. |
其後往拜東州, 東州出示其私稿.
후에 동주께 찾아 배알하니 동주께선 개인 문집을 꺼내 보여주셨다.
至觀魚臺詩, 余曰: “此詩曾見於觀魚臺.”
관어대 시에 이르러 내가 “이 시는 일찍이 관어대에서 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東州曰: “何如?”
동주께서 “어떠하던가?”라고 말씀하셨다.
余曰: “語意矯健, 然格墮江西.
내가 말했다. “표현과 내용이 바르고 굳세지만 격조는 강서시풍으로 떨어졌습니다.
且旋磨之磨字,
또한 선마(旋磨)의 마(磨)자를 황정견은 거성(去聲)으로 썼는데
山谷以去聲用之,
선생님의 시에서 거성으로 써서 ‘고측(孤仄)’이 됐으니
亦似欠矣.”
또한 흠이 있는 것 같습니다.”
東州頷之.
동주께서 끄덕이며 수긍하셨다.
余因誦前日所步詩, 考其如何,
내가 전에 차운한 시를 외워 어떠한지를 여쭈니
東州極過獎,
동주께선 매우 과하게 격려해줬다.
後更往, 坐談間閱其私稿,
훗날에 다시 찾아가 앉아 담소하는 사이에 개인 문집을 보니,
其觀魚臺詩, 已刪去矣.
관어대시는 이미 빼버린 것이었다.
文人例多自是,
문인들은 으레껏 대부분 스스로를 옳게 여기는데
而此老能如此
이 어르신은 이와 같이 할 수 있었으니
所謂過而能改者也.
‘허물이 있으면 고칠 수 있는 사람’이라 할 만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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