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노동현장에서 해녀의 모습을 그리다
시인 신광수는 1764년(영조 40년) 정월에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로서 제주도에 갔었다. 그때 45일 동안을 섬에 머물면서 견문(見聞)한 인간들의 모습과 풍물들을 두루 시폭(詩幅)에 담아 『탐라록(耽羅錄)』이란 시집을 엮었다. 지금 이 「잠녀가(潛女歌)」와 「제주걸자가(濟州乞者歌)」는 『탐라록(耽羅錄)』에 수록된 것이다.
이 시는 제주도 잠녀의 삶을 현실주의적 시각으로 서술한 것이다. 전체를 5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제1부는 시인이 전에 잠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 있을까 의심했다가 직접 제주 땅을 밟게 된 것으로 서두를 꺼낸다.
제2부는 잠녀들이 바다로 나가 작업하는 광경이다. 잠녀들의 즐겁고 활기찬 노동현장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시인은 잠녀들이 토해내는 숨소리를 “그 소리 깊고 깊은 수궁 속까지 구슬피 울리더라[一時長嘯吐氣息 其聲悲動水宮幽]”라고 슬프게 의식한다.
그리하여 제3부로 들어가 잠녀들이 물질적 이해 때문에 생사의 위험을 안은 노동을 감내하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제4부에서는 시선을 잠깐 돌려 잠녀들의 그 노동의 산물이 어떻게 소모되는가를 깨닫게 한다. 결국 부귀를 만끽하는 자들의 식탁에 오르는데 그나마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물려 겨우 한입 대보는 것으로 그만이다.
제5부에서 다시 눈앞의 노동하는 잠녀로 돌아와 “잠녀여, 잠녀여 / 너희 즐거워 보여도 나의 마음 슬프도다[潛女潛女爾雖樂吾自哀]”라고 시인의 우울하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다.
이처럼 서사의 전개가 긴박하고도 생동하는데 거기(서사현장)에 대면해서 시인의 의식이 점층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그리하여 생산노동과 소비향락 사이에 개재된 괴리현상을 적출하기에 이른다. 시인의 이러한 비판의식이 그로 하여금 잠녀를 노동하는 인간으로 그리는 보편적 시각을 갖게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여성 근로자의 삶의 진실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본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23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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