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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상구, 17세기 애정전기소설의 성격과 그 의의 - 2. 작품의 성격과 그 의의, 2) 위경천전 본문

한문놀이터/논문

이상구, 17세기 애정전기소설의 성격과 그 의의 - 2. 작품의 성격과 그 의의, 2) 위경천전

건방진방랑자 2021. 2. 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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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위경천전(韋敬天傳)

 

위경천전1992년 임형택 교수가 고담요람(古談要覽)이라는 책에서 찾아 학계에 소개함으로써 알려지게 되었다. 고담요람에는 위경천전(韋敬天傳)’이라는 제목 아래 권석주제(權石洲製)’라는 글자가 씌어져 있는데, 임형택 교수는 권필의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위경천전은 문장표현, 삽입시의 수준, 장면의 형상화와 사건의 구성 등에서 주생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두 작품을 동일인의 작으로 볼 수 없는바, 주생전을 읽고 자극을 받은 어느 무명 문인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임형택, 전기소설의 연애주제와 위경천전추기, 앞 책, 38.. 그러나 근래 정민 교수는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여 권필의 작품임이 틀림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다음 네 가지를 들고있다.

 

필사자가 작품 제목 아래 權石洲製라고 분명하게 밝혀 놓았다.

② 「위경천전주생전은 창작 원리나 의식면에서 한 사람의 솜씨로 이루어져 있다.

삽입시도 위경천전주생전과 결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낮은 수준이 아니다.

문장의 표현면이나 장면의 형상화나 사건 구성의 기교면에서도 위경천전은 결코 주생전에 밑돌지 않는다정민(1994),위경천전의 낭만적 비극성, 한국학논집24, 한양대 한국학연구소, 184~287..

 

임형택 교수의 주장대로 현존 위경천전은 오자(誤字)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문장은 물론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산만하고 거친 편이다. 이로 인해 걸출한 시인이었던 권필이 이렇듯 문장을 거칠게 쓸리 없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 가지고 위경천전의 원작자가 권필일 수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한문 문장의 경우 한두 글자의 오자만 발생해도 문장 전체가 거칠고 산만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위경천전에 나타나는 많은 오자는 필사자의 오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면의 형상화나 사건의 구성 문제도 전체적으로 주생전에 비해 뒤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치밀하게 이루어진 곳도 없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위경천전의 작자 문제는 앞으로 좀더 치밀하게 검토하고, 또 방증 자료를 갖추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담요람외에 다른 자료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권필의 창작으로 보는 것이 온당하리라 생각한다

 

위경천전의 줄거리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위경천은 타고 난 자질이 총명하고 재주가 빼어났으며, 15세에 문장을 이루어 당대에는 그를 따를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다. 임진년 봄에 위생은 친구인 장생과 함께 배를 타고 강남 지역을 유람하면서 시주(詩酒)를 즐기는데, 하루는 장생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강둑을 배회하다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노래 소리를 따라 한 집에 다다르게 된다. 화려하게 꾸며진 그 집에서는 많은 악공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10여 명의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춤을 추며 놀고 있었다. 위생이 몰래 그 집에 들어가 이를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어떤 사내가 방에서 나와 대문을 잠그고 아가씨들에게 그만 들어가 자라고 이른다. 이로 인해 위생은 조롱에 갇힌 새처럼 그 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날이 새어 대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경천은 한 침실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끝내 욕정을 참지 못하고 침실로 뛰어든다. 처음에 심하게 거부하던 처녀(소숙방)는 위생의 온화한 말투를 보고는 마침내 기꺼이 운우지정을 나눈 뒤, 다음 날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위생은 날이 밝아 대문이 열리자 급히 도망쳐 배로 돌아와 이 사실을 장생에게 이야기한다. 장생은 위생의 행동을 꾸짖고, 위생이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사이에 배를 몰아 고향인 전당(錢塘)으로 돌아와 버린다. 이후 위생과 소낭자는 각각 서로를 잊지 못해 병이 들어 눕게 되나, 둘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된 양쪽 부모의 주선으로 마침내 결혼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 해 8월 왜적이 조선을 침략하자, 정통제군사로 임명된 위생의 부친은 서기를 맡길 만한 사람이 없어 위생을 부른다. 위생은 부친의 명을 거역할 수 없어 전쟁에 참여했으나 소낭자를 그리다가 예전의 병의 도져 죽으며, 소낭자 역시 위생의 상여를 보고 목메어 자결한다.

 

 

위경천전주생전과 매우 유사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두 작품은 모두 중국의 강남 지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두 작품은 주인공이 배를 타고 강호를 노닐다가 연인을 만나 인연을 맺으며, 임진왜란 때 구원병으로 조선에 왔다가 연인을 못 잊어 병이 든다는 상황설정까지도 동일하다. 이런 점에서 두 작품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유사한 상황설정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의 서술 초점은 사뭇 다르다. 위경천전은 위생과 소숙방의 지고지순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람에 서술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위경천전에서는 청춘 남녀의 사랑과 이들의 사랑을 비극으로 이끄는 현실적 제약만이 문제 거리로 설정되고, 또 그만큼 사건의 전개과정이 단순하다. 그러나 주생전은 주생의 삶의 역정에 주로 서술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로 인해 주생전은 주생과 배도의 사랑 및 갈등, 주생과 선화의 사랑 및 갈등이 주생의 현실적 처지 및 지향과 뒤얽혀 사건이 한결 복잡하게 전개된다. 위경천전은 위생과 소숙방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끝을 맺은 데 반해, 주생전은 주생이 종군해서 병이 든 상태로 끝을 맺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이러한 서술 초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경천전주생전의 차이는 주인공의 성향에서도 발견된다. 위경천은 기본적으로 감상적이며 격정적인 인물이다. 위생은 침실에 잠들어 있는 소숙방을 보고 강렬한 욕정에 휩싸이는데, 그 순간 자신의 위험한 불장난이 불러올 재앙을 깨닫고 내적 갈등을 심하게 겪는다. 그러나 그는 끝내 자신의 욕정을 억제하지 못하여 죽음을 각오한 채 소숙방의 침실로 뛰어든다. 이런 점에서 위생은 애정추구에 목숨을 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생전의 주생도 격정적이라는 점에서는 위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도 선화를 처음 본 순간 욕정에 휩싸여 소리를 지르며 방으로 뛰어들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생은 선화와 인연을 맺기 위해 동거하던 배도에게 거짓말을 하며, 선화의 남동생인 국영을 가르치게 된 것을 빌미로 노승상 댁에 우거하면서 틈을 엿보는 치밀함을 보인다. 또 노승상 댁에서도 선화와 만날 기회를 잡지 못하자, 마침내 일이 이루어지면 귀하게 될 것이요, 이루어지지 않으면 벌을 받아 죽으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선화의 방에 뛰어든다. 이런 점에서 주생이 선화에게 접근했던 것은 순수한 애정만으로 보기 어렵다. 즉 주생은 선화와 결연을 통해 일정하게 신분상승을 꾀했으며, 그러한 만큼 주생은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추구했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주생과 위경천의 인물 성향에 대해서는 정병호(1998)주생전과 위경천전의 비교 고찰(고소설연구6, 고소설학회)을 참조하기 바람..

 

이렇듯 위경천전주생전과 유사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일정하게 변별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두 작품은 모두 이생규장전과 같은 애정주제의 전기소설을 이어받되, 환상성을 극복하고 모든 사건을 현실적 토대 위에서 형상화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인용

목차 / 지도

1. 머리말

2. 작품의 성격과 그 의의

1) 주생전

2) 위경천전

3) 운영전

4) 상사동기

5) 최척전

3.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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