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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상구, 17세기 애정전기소설의 성격과 그 의의 - 2. 작품의 성격과 그 의의, 1) 주생전 본문

한문놀이터/논문

이상구, 17세기 애정전기소설의 성격과 그 의의 - 2. 작품의 성격과 그 의의, 1) 주생전

건방진방랑자 2021. 2. 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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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품의 성격과 그 의의

 

 

1) 주생전(周生傳)

 

주생전은 이명선(李明善)조선문학사(朝鮮文學史)연표에서 권필(權韠)의 작품이라고 명기한 이후 지금까지 대략 권필의 작품으로 인정되어 왔다김일렬(1984), 주생전의 작품세계와 비극적 성격, 조선조소설의 구조와 의미, 형설출판사.. 물론 이 작품은 그의 문집인 석주집(石州集)에는 수록되어 있지않다. 이로 인해 주생전의 작자를 권필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금오신화김시습의 문집인 매월당집(梅月堂集)에 수록되어 있지 않듯이, 이것을 문제삼아 이견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소설을 폄하했던 당대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주생전과 같은 소설은 도리어 문집을 편찬할 때 제외시켰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화몽집(華夢集)에 수록되어 있었다는 북한 소재 주생전의 말미에는 癸巳年仲夏 無言子 權汝章記.’리철화 역(1963), 임제 ·권필 작품선집,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출판사, 359.이란 기록이 있는데, ‘여장(汝章)’은 권필의 자()이다. 또 계사년은 1593년인데, 당시 25세였던 권필은 전화(戰禍)를 피하여 유역(遊歷)하는 도중 송도(松都)에 들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문범두(1996), 석주권필문학의 연구, 국학자료원, 38.. 따라서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한, 굳이 권필 창작설을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권필의 생애나 사상적 경향 등을 고려해 볼 때도 주생전의 작자를 권필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권필의 호는 석주(石洲)이며, 자는 여장(汝章)이다. 1569(선조 2)에 서교(西郊) 현석촌(玄石村, 지금의 마포 서강)에서 예부시랑(禮部詩郎)을 지낸 벽()의 다섯 째 아들로 태어났으며,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19세 때 진사초시(進士初試)에서 장원하고 복시(復試)에서도 장원을 하였으나, 글자 하나를 잘못 쓴 탓으로 급제에서 제외되는 비운을 겪었다. 24세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가 의주(義州) 용잠(龍潛)으로 몽도(蒙塗)하게 되자, 구용(具容)과 함께 그 책임을 물어 이산해(李山海)와 류성룡(柳成龍)을 처단하라고 상소를 을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석주는 정치현실에 불만을 품고 과거에 뜻을 두지 않은 채 강화(江華)에서 유생들을 가르치거나 전국을 유랑하면서 시주(詩酒)를 일삼았다.

 

35세 때인 1603년에는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의 천거로 그의 생애 중 유일한 관직인 동몽교관(童蒙敎官)을 제수 받았으나, ‘녹을 위하여 허리를 굽히는 것은 내 뜻이 아니다라며 사직하고 강화에 은거하였다. 상당한 기간 동안 강화에 은거하던 석주는 다시 현석촌으로 돌아왔는데, 43세 때 친구인 임숙영(任叔英)이 대책시(對策試)에서 조정의 실정을 극언하는 내용을 썼다가 광해군의 명으로 삭과(削科)당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에 석주는 흔히 궁류시(宮柳詩)로 알려진 문임무숙삭과(聞任茂叔削科)라는 시를 짓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宮柳靑靑鴛亂亂 파릇파릇한 궁궐 버들에 꾀꼬리가 어지러이 날고,
滿城冠盖端春暉 성에 가득한 수레 덮개는 봄볕에 아양을 떠네.
朝家共貿昇半樂 조정에서는 모두들 승평악을 하례하는데,
誰言危遣出布衣 누가 포의로 하여금 위언을 내게 하였는고.

소재영(1983), 권필과 그의 문학」 『고소설통론이우출판사 152쪽에서 재인용. 번역은 소재영 교수의 번역을 참조하여 필자가 일부 수정한 것임

 

이 시는 광해군의 외척인 유희분(柳希奮) 일파의 전횡을 풍자한 임숙영의 절행을 칭송한 시이다. 조수륜(趙守倫)의 서가에서 궁류시를 발견한 광해군은 석주를 국문(鞠問)한 후 관북(關北) 경원(慶源)으로 적배(謫配)시켰는데, 석주는 유배지로 향하던 도중 동대문 밖 주막에서 3일 동안 머물다가 장독(杖毒)을 이기지 못하여 절명하고 말았다. 이때가 광해군 4(1612)으로 그의 나이 44세였다권필의 생애와 관련된 내용은 소재영(권필과 그의 문학, 앞 책), 문범두(석주문학의 배경, 할 책), 정민(석주 권필 연보, 목릉문단과 석주 권필, 태학사, 1999)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발췌 정리한 것임.

 

석주는 당대의 문인들이 두루 인정할 만큼 호방하고 강개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임진왜란 등 정치적 혼란기에 야인(野人)으로 일생을 보내면서 철세불기(徹世不羈)한 태도를 견지하는 등 부조리한 세태에 결연히 맞서기도 하고 또 좌절하기도 했던 고독한 시인이었다. 이로 인해 그의 시는 자기 성찰을 통한 울분과 갈등을 토로하고, 잘못된 사회상을 비판·풍자하는 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조동일(1984), 한국문학통사3, 44~45.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생전은 청춘남녀의 비극적인 사람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생은 총명하여 어려서부터 시를 지었을 뿐만 아니라 태학에 다닐 때도 동료들의 추앙을 받는다. 그러나 태학에 다니는 동안 연이어 과거에 낙방하자, 과거를 포기하고 장사꾼이 되어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배를 물에 띄우고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어릴 때 살았던 전당(錢塘)이었다. 주생은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어릴 때 함께 놀았던 배도라는 기생을 만나 서로 연정을 느끼고 동거한다. 그러나 몰락한 양반인 주생과 기생인 배도의 사람은 오래 가지 않는다. 주생은 이웃에 사는 승상의 딸인 선화를 보고 한 눈에 반해 홀로 그리워하던중, 선화의 동생인 국영을 가르치게 된다. 국영을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승상댁에 우거하게 된 주생은 밤을 틈타 선화와 관계를 맺으며, 이후 주생과 선화는 백년해로를 기약하고 매일 밤 운우지정을 나눈다. 그러나 주생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배도에게 이 사실이 탄로되면서 주생은 어쩔 수 없이 선화와 헤어져 다시 배도의 집으로 돌아온다. 주생이 배도의 집에 머무는 사이 국영이 뜻하지 않게 죽고, 배도마저 병으로 죽는다. 갈 곳이 없게 된 주생은 호주(湖州)에 사는 친척인 장노인에게 의탁하는데, 뜻하지 않게 장노인의 주선으로 선화와 혼약을 맺게 된다. 그러나 주생이 손을 꼽아가며 혼인날을 기다리던 중 왜적이 조선을 침범하고, 주생은 구원병으로 징발되어 부득이 조선으로 온다. 다음 해 봄에 명나라 군사는 왜적을 대파하고 경상도까지 추격을 했지만, 주생은 한시도 선화를 잊지 못해 병이 들어 군대를 따라 남하하지 못하고 송경(松京)의 객사에 머문다. 이때 작자가 송경에 갔다가 주생을 만나서 그에게 직접 이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아름다운 기약을 슬퍼한 나머지 글로 쓴다.

 

 

주생전이생규장전과 같은 앞 시기의 애정을 주제로 한 전기소설(傳奇小說)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이는 청춘 남녀의 비극적인 애정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문어체 한문으로 이루어져 있거나 삽입시를 활용한 서술방식 등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주생전은 전대의 전기소설과 다른 면 또한 적지 않은데, 그 중 몇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과 같은 전기소설의 주요한 특징의 하나로 흔히 인귀교환(人鬼交歡)과 같은 전기성(傳奇性) 또는 환상성(幻想性)을 들고 있다. 그런데 주생전에는 인귀교환이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건 및 갈등의 전개가 철저하게 현실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주생전은 전기소설의 환상성을 일정하게 극복하고 현실세계의 질곡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삼각관계에 의한 애정갈등의 형상화이다. 대부분의 전기소설에서 남녀 주인공의 애정은 상호 독점적이어서 그 사이에는 어느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성격을 지닌다박회병(1997), 전기적 인간의 미적 특질,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돌베개, 39.. 이로 인해 애정상의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주인공들은 기꺼이 현실적인 삶을 포기하거나 죽음을 선택한다. 그런데 주생전의 주생은 처음에는 기생인 배도를 사랑했다가 다시 귀족의 딸이라고 할 수 있는 선화를 사랑하며, 배도는 이러한 주생의 배신으로 인해 끝내 죽고 만다. 이런 점에서 주생전은 애정의 삼각관계를 그린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삼각관계의 구도 자체를 주생전의 의의로 삼을 수는 없다. 주생전의 진정한 의의는 이러한 삼각관계의 구도를 통해 사람과 출세, 이성과 욕망의 어름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착찹한 관계와 미묘한 심리를 리얼하게 그려낸 점임형택(1992), 전기소설의 연애주제와 위경천전, 동양학22,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35.이라고 할 것이다.

 

셋째, 등장인물이 중국인이며 소설의 주요 무대도 중국이라는 점이다. 금오신화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이 모두 우리나라 사람인 것은 물론 그들의 활동무대도 우리나라이다. 그런데 주생전은 주인공인 주생을 비롯하여 선화와 배도 등 주요 인물이 모두 중국 사람일뿐만 아니라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도 중국으로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주생전금오신화가 이룩한 자주적 향토주의를 정당하게 계승하지 못했으며, 현실주의적 성격이라는 측면예서도 일정하게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서인석(1995), 17세기 전후 민족현실과 소설의 발전, 민족문학사 강좌(),창작과비평사, 185.. 그러나 이는 저작 동기에서 밝힌 대로, 작자인 권필이 임진왜란 때 구원병으로 참여했던 명나라 군사의 이야기를 듣고 소설화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인용

목차 / 지도

1. 머리말

2. 작품의 성격과 그 의의

1) 주생전

2) 위경천전

3) 운영전

4) 상사동기

5) 최척전

3.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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