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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Ⅶ. 단독자[獨]의 의미 - 3. ‘거울[鏡]’ 은유의 중요성과 한계, 거울 비유는 단지 비유일 뿐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Ⅶ. 단독자[獨]의 의미 - 3. ‘거울[鏡]’ 은유의 중요성과 한계, 거울 비유는 단지 비유일 뿐

건방진방랑자 2021. 7. 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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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울 비유는 단지 비유일 뿐

 

 

장자는 이상적이고 본래적인 마음, 우리가 회복해야만 하는 마음을 거울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거울 비유가 단지 비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거울 비유로 이해된 마음이 실체처럼 사유될 때, 다시 말해 장자가 우리에게 권고하는 마음이 마치 불교의 불성(佛性)처럼 원래 어떤 오염물도 갖고 있지 않은 본래 맑고 청정한 마음으로 이해될 때, 우리는 또 다시 장자를 근본적으로 오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이해된 마음은 비인칭적인 마음일 수는 있어도 유동성을 갖는 마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차갑게 응고된 마음, 이 세계를 일체의 편견 없이 관조하기만 하는 마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모든 타자들은 그저 이 거울 앞에 나타나고 또 사라지고 또 나타날 뿐이다.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삶에서 이루어지는 타자와의 소통과, 그것을 통해서 가능해지는 새로운 주체의 구성은 불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형이상학적으로 이해된 거울과 같은 마음은 궁극적으로 모든 소통의 현실을 초월해버린 실체화된 마음, 절대화된 마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우리는 장자의 단독자가 비인칭적이고 유동적인 마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 비인칭적인 마음은 타자와의 소통을 존재론적으로 기초하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실존적 삶이 지닌 개방성의 측면만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개방성이 우리의 삶에서 요청되는 것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육체라는 폐쇄성이나 국부성, 즉 유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소통이라는 말 자체가 소통의 두 항[주체와 타자: 自他]과 그 사이의 관계라는 점을 함축하고 있는 개념이다. 소통의 구체적인 두 항이 없다면, 소통의 논의는 공허하게 되고, 반면 그 둘 사이의 관계가 없다면 두 항은 창()이 없는 모나드처럼 독립적이게 되어 소통은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장자의 단독자[], 즉 단독적인 나[]는 비인칭적인 마음이라는 무한성과 육체라는 유한성의 통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자가 거울로 비유하는 마음의 논점은, 그 자체로 맑고 깨끗한 실체적 마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한성을 뛰어넘어서 소통할 수 있는 역량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장자의 거울 비유를 생각해 보자. 거울은 분명 무한한 타자들을 그것들이 도래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비추는 것이다. 그렇지만 거울은 어떤 특정한 공간에 위치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거울의 맑게 비추는 역량은 단독자가 지닌 마음의 무한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울이 어떤 장소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은 바로 단독자가 지닌 육체의 유한성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모종삼(牟宗三)을 필두로 하는 심미적 장자 독법에서 이런 육체의 유한성이 빠지고 없다는 데 있다. 그들은 거울의 밝게 비추는 능력만을 추상화해서 보고, 그 거울이 불가피하게 어떤 장소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유한하다[有涯].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와 주체 중심적인 인칭적 자의식은 우리를 허구적이고 관념적인 무한[無涯]으로 이끈다. 이것은 포기할 수 없는 장자의 문제의식의 기점이다. 장자의 단독자는 우리가 육체의 유한성과 마음의 무한성을 동시에 가진 존재임을 긍정한다. 우리의 마음은, 육체가 하지 못하는, 타자와의 소통 역량을 가지고 있다. 장자의 의도는 이렇게 유한성과 무한성을 포섭하고 통일하려는 시도다. 물론 여기서 마음의 무한성이란 마음의 비인칭성과 유동성을 의미하며, 따라서 타자와 무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소통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인용

목차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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