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1세기가 지난 시점에 쓴 김명곤 이야기
이는 앞에 실린 성완의 「후비파행」에서 다루었던 그 테마를 잡아서 후세에 다시 쓴 작품이다. 「후비파행」과 달리 서문을 붙이지 않고 바로 운문으로 들어가서 총 140구 980자의 장편시로 만들었다. 시적 표현으로 사실의 전모까지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 점을 빼놓고 양자는 서사의 내용 및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고 유사하다. 그러면서도 여러모로 같지 않다. 가도의 모문룡 군영에서 연주를 한 장면이 「후비파행」에서도 비중이 주어졌던 터지만 여기서는 더 크게 주어져서 구체화되며, 특히 청각적 형상을 시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공력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모문룡이 원숭환에게 죽임을 당했을 당시 김명곤은 중국의 영원(寧遠) 쪽으로 가 있다가 1636~37년 사이의 전란통에 천리 머나먼 길을 도망쳐 간신히 살아난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모문룡이 내려준 미인의 이름이 자운이라거나 화아, 이견 같은 악사의 이름도 보인다. 이런 서사의 내용들은 어디서 채취한 것일까?
성완의 경우 황해도 재령의 연진촌에서 김명곤을 직접 만나서 그로부터 자신의 소경력을 들어서 「후비파행」을 지었던 것이다. 김재찬이 이 「금사사의 노거사 노래」를 지은 것은 1세기도 더 지나서다. 「금사사의 노거사 노래」는 “연진촌에서 어떤 사람 만나 / 평생 이력 털어놓고 두 줄기 눈물 훔쳤소[有人相逢延津村 自語平生雙淚抆]”라는 구절이 결말부 쪽에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란 다름아닌 성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금사사의 노거사 노래」에서 이 구절은 작중인물이 시인 성완의 「후비파행」을 자기에게 지어주었던 일을 회상하는 것으로 읽힌다. 김재찬은 「후비파행」을 접하고 거기서 대략의 줄거리를 따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비파행」과 다른 내용들은 어디서 왔을지 궁금하다. 그냥 허구로 꾸며낸 것은 아닐 터다. 무언가 전문(傳聞)한 바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금사사의 노거사 노래」는 김재찬의 시집에서 평안도의 성천 지역으로부터 묘향산으로 유람하는 시편들 사이에 들어 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그가 성천부사로 있을 시기에 모종의 전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이 작품은 “금사거사가 한편을 지어서 / 세상의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부치노라[欲將金沙居士歌 寄與世上公卿家]”라는 말로 끝난다. 파란만장한 악사의 삶을 노래한 장편시의 맺음말로서는 권력에 집착하지 말라는 취지이긴 하겠지만, 다소 싱거운 느낌이 없지 않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455~456쪽
1 | 조실부모하고 중이 된 사연 |
2 | 악공이 되어 전국을 떠돌다 |
3 | 모문룡이 인정하는 악공이 되어 |
4 | 강릉을 거쳐 개성에 정착하다 |
5 | 다시 사찰에 귀의하다 |
6 | 금사사 거사의 이야기를 지은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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