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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장자수업, 1부 대지를 뛰어올라 - 6. 쓸모없어 좋은 날, ‘쓸모’의 위험 본문

책/철학(哲學)

장자수업, 1부 대지를 뛰어올라 - 6. 쓸모없어 좋은 날, ‘쓸모’의 위험

건방진방랑자 2021. 5. 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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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쓸모없어 좋은 날

거목 이야기

 

 

남백자기가 상()의 언덕에서 노닐다 거대한 나무와 마주쳤는데, 그 나무는 특별한 데가 있었다. 말 네 필이 끄는 수레 천 대를 매어놓아도 그 나무의 그늘은 수레들 모두를 가릴 만했으니까.

남백자기는 말했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나무인가? 이것은 반드시 특별한 재목일 것이다!”

가느다란 가지들을 올려다보니 너무 구부러져 있어서 들보나 서까래로 만들 수 없고, 그 거대한 뿌리를 내려다보니 속이 푸석푸석해서 관으로 만들 수 없었다. 그 잎사귀들을 혀로 핥으면 입 안이 헐어 상처가 생기고, 그 냄새를 맡으면 사람들을 사흘 동안이나 미쳐 날뛰게 할 것 같았다.

남백자기는 말했다. “이것이 바로 재목이 아닌 나무여서 이렇게 거대한 나무로 자랐구나. ! 신인(神人)도 그래서 재목이 아니었던 거구나!” 인간세13

南伯子綦游乎商之丘, 見大木焉, 有異: 結駟千乘, , 將芘其所藾.

子綦曰: “此何木也哉! 此必有異材夫!”

仰而視其細枝, 則拳曲而不可以爲棟梁; 俯而視其大根, 則軸解而不可以爲棺槨; 舐其葉, 則口爛而爲傷; 嗅之, 則使人狂酲三日而不已.

子綦曰 此果不材之木也, 以至於此其大也. 嗟乎, 神人以此不材.”

 

 

쓸모의 위험

 

장자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매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진실이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거짓일 수 있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실제 추한 것일 수 있고, 좋다고 믿었던 행동이 사실 가장 해로운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을 장자는 매력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상식과 통념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장자를 싫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부정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나는 거죠. 그렇다고 장자를 마냥 외면하기도 힘듭니다. 상식과 통념을 흔들기 위해 장자가 만든 이야기들은 부정하기 힘든 리얼리티와 함께 묘한 설득력을 지닙니다. 그것은 장자의 이야기들 대부분이 반례(counter-example)와 같은 성격을 갖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날개는 조류(鳥類)가 하늘을 날도록 해준다는 통념을 생각해볼까요. 이럴 때 장자는 타조나 펭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날개에 대한 통념에 사로잡힌 사람들로서는 짜증 나는 일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해 장자는 잘도 그러겠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삐딱선을 타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장자를 배척하기도 어렵죠. 어쨌든 타조의 날개는 타조가 달릴 때 균형추가 되고, 펭귄의 날개는 수영할 때 방향타가 되니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자가 날개의 진정한 본질은 균형추나 방향타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자는 단지 모든 날개의 본질은 나는 데 있다는 통념을 부정할 뿐입니다.

 

장자가 기러기의 날개는 기러기를 날게 해준다는 생각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바로 이것이 장자의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그의 속내입니다. “모든 X의 본질은 Y라는 주장과 믿음에 전제되어 있는 모든이라는 발상과 본질이라는 개념, 바로 이것이 장자가 의심하는 표적입니다. 무엇 때문에 장자는 우리가 가진 통념을 삐딱하게 보는 것일까요? 모든 날개의 본질은 날게 하는 데 있다고 강하게 믿는 사람이 펭귄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분명 그 사람의 눈에는 펭귄이 날개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열등한 새로 보일 겁니다. 한마디로 펭귄을 우스꽝스럽게 본다는 겁니다. 펭귄은 우스꽝스럽거나 열등한 새가 아닙니다. 날아다니는 것이 먹이를 잡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남극 대륙에서 날개로 헤엄치는 펭귄은 가장 멋지게 살아가는 조류니까요. 결국 장자의 삐딱한 사유를 받아들이면 우리의 생각은 획기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조류를 인간의 생각으로 재단하여 그들에게 가치의 우열을 부가하지 않을 테니까요. 기러기나 독수리는 멋진 새이고 타조나 펭귄은 우스꽝스러운 새라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타조만큼 기러기도, 기러기만큼 타조도, 펭귄만큼 독수리도, 독수리만큼 펭귄도 모두 당당한 삶의 주체니까요.

 

장자의 이야기들 대부분은 우리의 통념을 해체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중 우리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는 것은 쓸모없음’, 무용(無用)’을 찬양하는 이야기들일 겁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가 쓸모[所用]’쓸모 있음[有用]’을 지고한 가치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유용의 형이상학자입니다. 그래서 유용이 우리 삶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장자의 삐딱한 사유가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치열한 경쟁 시대였습니다. 경쟁은 패권을 다투던 국가들의 군주들이 주도했습니다. 군주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재 등용에 혈안이 되었고, 인재를 찾기 위해 명예와 권력 그리고 부를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인재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인재의 논리가 지배적이자, 무용을 부정하고 유용만을 추구하는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집니다. 그러자 장자는 그답게 잘도 그러겠다고 딴죽을 겁니다. 경쟁과 인재의 논리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강력한 이데올로기죠. 아니, 유용의 형이상학은 더 확대되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전국시대 경쟁과 인재의 논리는 주로 지배계급에만 국한되었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니 말입니다. 심지어 배 속의 태아마저 이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을 정도지요.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유용의 형이상학이 과거보다 더 힘을 발휘하니, 장자의 딴죽도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인용

목차 / 장자 / 타자와의 소통

5. 소인의 힘 소인의 권위 / 7. 허영 애달파하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재

쓸모의 위험

거대하게 자란 나무의 비밀

남에게 쓸모 있는 길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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