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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한글역주, 제6장 한국의 토착경전 『부모은중경』 - 효의 새로운 보편주의적 지평 본문

고전/효경

효경한글역주, 제6장 한국의 토착경전 『부모은중경』 - 효의 새로운 보편주의적 지평

건방진방랑자 2023. 3.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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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의 새로운 보편주의적 지평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이라는 이름의 경전이 중국에서 통용되지 않았으며 그것은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이름의, 우리나라 판본의 원형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는 은중경류의 경전이 많이 있으나 우리나라 불설대보부모은중경과 같이 완벽한 체제를 갖춘 짜여진 경전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러한 문제에 관하여서는 최은영, 부모은중경의 해설과, 가산불교대사림(伽山佛敎大辭林)10부모은중경항목을 보라. 우리나라 판본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대덕본(大德本)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대덕 4(충렬왕 26, 1300)에 목판으로 간행된 부모은중경. 후대의 판본과 내용상 차이가 있으나 이영성(李永成)의 발문과 연기(年紀)가 있어 우리나라에서 판각된 것이 확실하다. 현재 경주의 기림사(祇林寺)에 소장되어 있음.

 

2) 고려무오본(高麗戊午本)

고려 우왕 4(1378)에 간행된 목판, 조명기 박사 소장 보물 제705.

 

3) 삼경합부본(三經合部本)

조선 문종 1(1451)에 명빈 김씨(明嬪金氏)의 발원으로 간행.

 

4) 화암사본(花岩寺本)

조선 세종 23(1441) 전라도 고산 화암사에서 간행된 판본.

 

5) 구마라집역본(鳩摩羅什譯本)

조선 태종 7(1407) 궁중에서 간행된 판본. ‘구마라집조역(鳩摩羅什詔譯)’이라하여 역자를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구마라집이 번역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의 권위에 가탁하여 이 경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한 사족일 뿐이다.

 

6) 보물 제920불설대보부모은중경

단종 2(1454)에 간행된 목판본으로 사문구마라집봉 조역(沙門鳩摩羅什奉 詔譯)’으로 되어 있다. 평양부(平壤府) 대성산(大成山) 광법사(廣法寺) 개판(開板). 이행로(李幸鷺) 소장.

 

7) 동대소장귀중본

가정(嘉靖) 41년 임술(명종 17, 1562) 6, 안동(安東) 광흥사(廣興寺), 채문(蔡文) 등 개판, 이것도 구마라집역으로 되어 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판본이 있으나 문제는 이 판본들이 모두 정확하게 공개되어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판본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용주사의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이다. 고려ㆍ조선 판본들을 세밀하게 대비ㆍ검토하여 그 출입을 논할 필요가 있겠으나 필자의 여력이 그에 미치지는 못하였다. 후학들의 노력을 기대한다. 사진상으로 언뜻보기에 기림사 대덕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된 고려무오본(1378)의 내용은 이미 용주사판의 내용과 대차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니까 이미 고려 말에는 우리가 오늘 운운하는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의 원형이 성립되어 있었다고 판단된다.

 

현재 대정대장경 85(No. 2887)에 실려 있는 돈황본의 불설부모은중경(佛說父母恩重經)(‘대보大報가 빠져 있다)을 살펴보면 훨씬 더 간소하고 상식적인 언어로 기술되어 있으며 엄마의 은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부모의 은혜를 설하고 있다. 앞에서 세존이 고골(枯骨)에 오체투지 절하는 드라마틱한 도입도 없다.

 

그리고 돈황본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사랑을 배반하는 자식에 대한 한탄이나 질책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반하여 용주사본은 오직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끝없는 근심과 무한한 애정을 강조할 뿐, 배반한 자식에 대한 부모의 한탄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용주사본에는 불효하면 아비무간지옥(阿鼻無間地獄)에 떨어져 쇠몽둥이, 쇠꼬챙이, 쇠망치, 쇠창과 칼날과 도끼날이 비구름처럼 공중에서 떨어져 찔리고 베이면서 몇 겁이 지나도록 조금도 쉬지않고 참기어려운 고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실려있으나 돈황본에는 일체 지옥이야기가 없다. 그러니까 용주사본의 구성은 보은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흥기시키는 강렬한 드라마적 구성이 장치되어 있는 것이다. 진정한 한류의 시작을 부모은중경에서부터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돈황본 용주사본
부모의 사랑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 사랑을 배반한 자식에 대한 한탄이나 질책이 나타남 오직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끝없는 근심과 무한한 애정을 강조함
일체 지옥이야기가 없음. 불효하면 아비무간지옥(阿鼻無間地獄)에서 고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들어있음.

 

그리고 여타 돈황본에는 우란분재와의 연결이 있지만, 우리 용주사본에는 그러한 언급이 없다. 그리고 용주사본에는 원유팔종(援喩八種)’이라하여 부모님의 무량한 은혜는 현실적으로 곧 갚을 수 있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덟 번이나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설사 어떤 사람이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메고 어머니를 오른쪽 어깨에 메고 살갗이 닳아 뼈가 드러나고, 다시 뼈가 닳아 골수가 드러나도록 수미산을 돌고 돌아 백천 번을 지나치더라도 오히려 부모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 없나니라.

假使有人, 左肩擔父, 右肩擔母, 硏皮至骨, 骨穿至髓, 遶須彌山, 經百千匝, 猶不能報父母深恩.

 

 

이러한 이야기가 여덟 번이나 반복하여 설파되는 것은 부모의 은혜는 한이 없어 현세적 좁은 개념의 인과로써는 갚을 길이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곧 단지(斷指)나 할고(割股)와 같은 우효(愚孝)의 우행이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내 부모 만에 국한되는 개체적 보은은 진정한 보은이 될 수 없다. 그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보편적 보은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개입된다. 그리고 좁은 인과적 행동이 아닌 넓고 무량한 자비공덕의 보편적 행동으로 승화될 수 있는 새로운 효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다. 이것은 효의 새로운 보편주의적 지평(a new universalistic paradigm of xiao morality)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용

목차

원문 / 呂氏春秋』 「孝行/ 五倫行實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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