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게 알몸을 준 오맹과 어린 아들을 묻은 곽거
곽거경의 『이십사효』에는 들어 있는데, 권준의 『이십사효」에 누락되자, 권보가 다시 집어넣은 고사 중에 ‘오맹문서(吳猛蚊噬)’라는 것이 있다.
오맹은 진(晋)나라 사람인데 불과 8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동이다. 집안이 빈곤하여 식구들이 여름철에 모기장을 치고 잘 돈이 없었다. 그래서 몸을 발가벗고 부모님 곁에 누워 잤는데 그 효심인즉 자기 몸을 모기들이 진냥 뜯어먹고 배가 불러 부모님을 물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어찌 이러한 어린아이의 행태가 효심의 예찬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는 발가벗고 모기에게 진냥 뜯기고 어른은 편하게 잠을 잔다? 아니 모기들이 그토록 영민할까? 여덟 살 짜리 오맹의 피를 잔뜩 먹었다고 그 어린이의 효심을 생각하여 부모님은 안 물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옛 사람은 이 정도의 상식도 없었단 말인가?
‘곽거매자(郭居埋子)’의 이야기는 한대 유향의 『효자전』에서부터 나타나는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곽거는 한나라 때 사람인데 가정이 빈한하기 그지없었다.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는데 3살 난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음식을 줄여 드시고 나머지를 3살 난 손자에게 주시니까【어떤 버젼에는 철없는 아들이 엄마 식사를 탐하여 자꾸 뺏어 먹었다라고 되어 있다】, 곽거가 그 부인과 의논하기를, “아들은 또 낳을 수 있지만, 다시 없는 어머님을 봉양하는 데 아들이 방해가 되니, 우리 아들을 산 채로 묻어 버립시다”하니, 착한 부인이 동의하여 같이 3살 난 아들과 함께 산으로 갔다. 아들을 묻으려고 땅을 파는데 땅속에서 두 개의 금덩어리가 발견되었다. 임금이 이 소리를 듣고 ‘천사효자(天賜孝子, 하늘이 낸 효자)’라는 명호를 내려, 관(官)에서도 금덩이를 못 뺏게 하였고 민(民)에서도 취하지 못하게 하였다 운운.
해피엔딩으로 끝난 스토리라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효행을 장려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이지 이것을 실제로 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곤란한 사태이다.
기독교의 신화(myth)도 어디까지나 신화(myth)로 이해해야지 그것을 사실로 믿고 실천한다면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우신(愚信)이 된다. 신화(myth)는 오직 신화(myth)로서만 이해할 때 그 의미가 전달된다는 것이 불트만(Rudolf Bultmann, 1884~1976)의 비신화화(demythologization)의 요점이다. 서양문명이 얼마나 기독교 신화(myth)의 사실적 인식의 오류에 젖어 있었길래 개명한 20세기에도 불트만의 신학이 요청되어야만 했을까?
그런데 결코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활을 입증하기 위해서 광신도로 하여금 자기 부인을 죽이게 해놓고 자기 부인의 시체를 놓고 하염없이 기도를 하던 목사가 최근에 매스컴에 공개된 일도 있다. 그런데 엄마 밥을 축낸다고 어린 자식을 산에다 생매장한다고 한다면 이런 우행(愚行)도 부활에 미친 목사의 기도와 과히 큰 차이가 없다. 밥이란 죽을 때까지 같이 나누어 먹는 것이다. 어찌 엄마 밥 때문에 어린 아들의 생명을 희생시킬 수 있는가? 그런데 이런 광신적 윤리가 조선오백년의 리얼한 모랄이었다. 이 ‘곽거매자’의 이야기는 곽거경의 『이십사효』에 등장하여 권준의 『효행록』을 통과하여 『삼강행실도』로 들어갔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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