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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통서 인류문명전관 - 알파벳 단원설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통서 인류문명전관 - 알파벳 단원설

건방진방랑자 2021. 5. 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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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벳 단원설

 

 

나는 본시 문명의 전파설(diffusionist theory)을 신봉하지 않는다. 이것은 인류학이나 역사학에서의 실체적 사고의 한 측면이다. 즉 한 군데서 발생한 문명이 여러 곳으로 전파된다는 생각은, 문명을 실체화하여 그 실체화된 문명이 떠돌아다닌다는 생각인데, 이것은 근원적으로 제국주의 학문의 말엽적 발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은 보편인간(Universal Man)의 보편적 가능성을 밀폐시키는 것이다. 물론 페니키아 알파벳으로부터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알파벳이 유래했다는 알파벳 단원설(單源說, the monogenesis of the alphabet)과 같은 특수한 주제에 관한 것은 설득력이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언어라는 것은 음성체계로 시작하여 음성체계로 종료되는 현상이다. 그것을 시각체계로 바꾸는 노력은 사실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시각화의 최초의 시도는 대체적으로 상형(象形)으로부터 시작될 것이지만, 상형이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 한계는 너무도 빤한 것이다. 뫼 산()자가 산의 형상을 나타낼 수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어떻게 사랑을 나타낼 수 있겠는가? 따라서 우리가 한자 전체를 상형문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한자는 결코 상형문자도 아니고 순결한 표의문자도 아니다. 한자도 90%이상이 형성자(形聲字)인데, 이때의 성부(聲符)는 표음의 알파벳과도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집트의 성각문자도 표음(表音, phonogram)과 표어(表語, logogram)가 혼합된 방식이고, 수메르의 쐐기문자도 표음과 표어가 섞여있다. 한자와 같이 11어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매우 복잡한 형태이다.

 

그러나 소리의 체계인 인간의 언어를 시각화하는데 가장 효율성이 높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순수 표음(表音)의 알파벳문자방식이다. 인류의 모든 언어발달이 표어적 성격에서 표음적 성격으로 진화해간 것이다. 그런데 시리아 라스 샴라(Ras Shamra)에서 발견되는 우가리트문자만 해도 외형은 쐐기문자이지만 이미 11음의 원칙을 고수하는 모음을 포함하는 30개 심볼의 완벽한 알파벳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자형이 의미와는 무관하게 음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인간의 발성체계를 모음과 자음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각기 한 자형의 단위로 변별력있게 표기하고, 그 표기의 조합에 의하여 모든 발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발상은 참으로 놀라운 창안인 것이다. 이 알파벳에는 일본어와 같은 음절문자, 한글이나 영어와 같이 음소를 단위로 하는 단음문자, 두 종류가 있다.

 

그런데 알파벳단원설은 이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알파벳이 이집트 성각문자계(聖刻文字係)와 수메르 설형문자계(楔形文字係)로부터 진화한 셈족언어의 알파벳으로부터 발전된 것이라는 설인데 꽤 설득력이 있다. 페니키아의 알파벳이 희랍어 자모로 발전하였고 희랍어 자모에서 로마자 표기를 통하여 현재 서양의 모든 알파벳이 유래했다는 것은 쉽게 설명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글이라는 알파벳 문자체계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그것도 설명이 용이하다. 페니키아문자와 같은 계통의 셈족 알파벳 아람어문자로부터 다양한 문자가 생겨나는데 그 일파가 인도로 들어가 산스크리트 데바나가리가 되고 그것이 티베트로 들어갔고, 그 티베트의 라마승이 몽고의 파스파문자(ḥPhags-pa)를 만들었고 파스파문자에서 한글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한글의 자형은 매우 독창적인 것이고, 중국음운학의 성모와 운모의 음운체계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음가를 변별해내었지만, 그 알파벳의 발상은 파스파에서 왔다는 사실에 관하여서는 국내외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특수한 사례에 관한 전파설의 논의도 가능하고 또 문명은 본시 주변문명과 끊임없이 교섭하고 교류하기 마련이지만, 문명의 발생을 전파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인종이 지구상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이상,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그 유기적 요소의 결합으로 독자적 문명이 발생하는 것이다. 춈스키의 말대로 인간의 언어는 근원적으로 아프라이오리(A posteriori)한 어떤 내재적 보편구조에서 발생할 것이지만, 그토록 다양한 음성체계를 임의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문명은 독자적으로 다양하게 발전된 것이다. 따라서 문명은 그 문명을 만들어간 인간공동체의 로칼한 정체성(identity)의 존재여건을 심층적으로, 전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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