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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옹야 제육 - 15. 이 길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옹야 제육 - 15. 이 길

건방진방랑자 2021. 6. 2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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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이 길

 

 

6-1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누구인들 밖을 나갈 때에 문을 거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런데 어찌하여 이[] ()를 거치지 아니 하려느뇨!”
6-15. 子曰: “誰能出不由戶? 何莫由斯道也?”

 

고대 중국인들의 가옥구조를 보면, 내실에서 외당 사이에 동서로 가로지르는 벽이 있고, 그 벽에 문이 달려 있는데 그것을 호()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실에서 외당으로 나아가려면 이 호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예를 들어 사람이 살아가는데 사도(斯道)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공자가 말한 것이다. 이것은 요시카와의 설명이지만, 나는 이러한 번잡한 지식을 전혀 공자의 말에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시카와가 말하는 가옥구조가 보편적인 중국인의 구조일 리도 없고, 또 그것은 내ㆍ외의 구분이 있는 너무 거대한 사대부의 가옥을 모델로 하고 있다. 아무 방에서나 밖으로 나가려면 문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다. 변소간에서든지, 하꼬방에서든지, 그것은 다 마찬가지이다.

 

공자의 말의 핵심은 문[]과 길[]의 메타포에 있다. 어디를 나갈 때에 문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듯이, 어디를 걸어갈 때 길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이란 시간의 흐름, 그 흘러가는 인생의 자취란 걸어가는 자에게 있어서 길과도 같은 것이다. 그 길을 우리는 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모든 인생에는 도가 없을 수가 없다. 인생은 어차피 순간순간 흐르는 것이고, 그 흐르는 것은 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이 길[사도(斯道)]’을 말한다. 이 길은 사도(斯道)’가 아니라 이 길일 뿐이다. ‘사도라고 고유명사화된 길이 아니라 그냥 이 길이라고만 얘기된 길인 것이다. ‘이 길사도로 만든 것이 유교의 최대의 비극이다. 그것은 예수운동(Jesus Movement)을 기독론적 교회운동(Christological Ecclesiastical Movement)으로 만드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예수는 천국을 실체화하지 않았으며 구체적 덕목의 필수여건을 갖춘 어떤 고유명사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천국이란 하나님의 지배(Reign of God)’일 뿐이었다. 과연 하나님의 지배가 이 지상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 이 우리 삶에 어떤 실존적 의미를 지니는지에 관해서는 예수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메타노이아를 요구했을 뿐이다. ‘메타노이아회개(悔改)’라고 오역함으로써 예수 가르침의 본질을 흐려놓고 말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생각(노이아)의 전환(메타)일 뿐이다.

 

공자는 사도(斯道)’를 말한 적이 없다. 단지 이 길을 말했을 뿐이다. ‘이 길이 과연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자 자신도 알았을까?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이런 문장을 읽을 때 사도라고 읽는다. 그리고 충서(忠恕), 인의(仁義), 예악(禮樂)이니, 효제니 삼강오륜이니 하는 덕목을 늘어놓는 것이다. 공자는 오직 이 길을 말했다. 그것도 아주 안타깝게 말했다. 아니 갈 수 없는 길인데, 이 길을 가지 않으려고 하는가? 분명히 공자 앞에는 이 길(this Way)이 놓여 있었다. 그는 이 길을 보고 있다. 이 길을 가고 있다. 이 길을 실천하고 있다. 누구든지 방을 나갈 때 문을 거치지 않을 수 없듯이 거칠 수밖에 없는 이 길을 왜 사람들은 가지 않으려느뇨?

 

이 길이 무엇인가? 공자는 이 길외로는 이 길을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 길을 모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 길을 규정하지 않았다. 천국이라고 말하지도 않았고, 도덕이라고 말하지도 않았고, 충서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공자는 오직 이 길을 말한 것이다. 위대하도다! 성인의 길이여!

 

 

이 장의 대의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어디를 나갈 때에 문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이 길을 거치지 않으려는가? 그러니까 그것이 너무도 이상하게 생각되어 탄식하신 말씀인 것이다.

言人不能出不由戶, 何故乃不由此道邪? 怪而歎之之辭.

 

홍홍조(洪興祖, 1090~1155)가 말하였다: “사람들이 밖을 나갈 때는 반드시 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인생을 걸어갈 때에 반드시 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가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도를 멀리할 뿐이다.”

洪氏曰: “人知出必由戶, 而不知行必由道. 非道遠人, 人自遠爾.”

 

 

옹야편은 1~14장이 한 세트를 이루고 15~28장이 한 세트를 이룬다. 14장까지는 특정한 사건, 특정한 인물에 대하여 공자의 비판이나 교훈이 진술되었다. 그러나 15장부터는 그러한 특정한 사태의 전제가 없이, 보편타당한 도덕을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여 그 보편타당한 도덕 그 자체를 설파해 버린다.

 

 

 

 

인용

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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