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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5부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 1장 사이에서 사유하기, 말똥구리에서 코끼리까지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5부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 1장 사이에서 사유하기, 말똥구리에서 코끼리까지

건방진방랑자 2021. 7. 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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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1장 사이에서 사유하기

 

 

말똥구리에서 코끼리까지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아껴 여룡(驪龍)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룡 또한 여의주를 가지고 스스로 뽐내고 교만하여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螗琅自愛滚丸, 不羡驪龍之如意珠; 驪龍亦不以如意珠, 自矜驕而笑彼蜋丸.

 

 

이 글은 연암의 벗이자 제자인 이덕무(李德懋)의 것으로, 연암이 낭환집서(蜋丸集序)에서 재인용하면서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널리 회자된 아포리즘(aphorizm)이다. 요점은 척도를 고정시키지 말라는 것. 진리 혹은 가치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놓이는 자리, 곧 배치에 따라 달라질 따름이다. 지극히 낮고 천한 미물인 말똥구리와 신화적 상상력에 감싸인 여룡을 대비함으로써 그 효과는 더욱 선명해진다.

 

이렇게 정리하면 참 범박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중세적 초월론을 내파하는 뇌관이 잠복해 있다. 초월론이란 말 그대로 모든 대상들의 차이를 하나의 초월적 기호로 환원하는 것이다. 그런 지반에서는 한, 모든 차이는 다양성이 아니라 엄격한 위계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즉 말똥구리는 절대 여룡과 같은 평면에서 비교될 수 없다. 이덕무는 바로 그러한 위계와 구획의 장을 전복하고 있는 것이다.

 

연암 또한 동물의 수사학을 즐겨 사용하였다. 동물에 각별한 관심이 있기도 했고, 열하로 가면서 온갖 진기한 동물들을 두루 접하기도 한 덕분이다. 개중에는 낙타처럼 인연이 영 꼬이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한번은 말 위에서 졸다가 놓치고, 또 한번은 사나운 바람이 일어 사관에 들어 한숨 자다 나왔더니, 일행이 낙타 수백 마리가 철물을 싣고 금주로 가데그려한다. 아뿔사! 하지만 열하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어이 낙타를 보고야 만다. 그것도 떼거리로 지나가는 걸.

 

그가 가장 주목한 동물은 코끼리다. 연행 동안 연암은 두 번에 걸쳐 코끼리를 직접 볼 기회를 갖는다. 한번은 열하에 있는 선무문(宣武門) 안 상방(象房)에서. 또 한번은 북경 선무문 상방에서. 지금처럼 영상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는 시대에도, 막상 직접 보면 그 덩치와 몸집에 압도당하는데, 서적이나 소문으로만 듣던 시대에 지구상 가장 큰 동물을 직접 보게 된 충격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열하에서 처음 보았을 때, 코끼리 두 마리가 열하 행궁 서쪽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마치 풍우가 움직이는 듯하다고 표현한 걸 보면,

 

잠시 동물의 왕국(KBS 1)에서 본 코끼리의 생태 몇 가지, 코끼리의 몸집은 정말 크다. 그런데 그렇게 우람한데도 초식동물이고, 게다가 우애가 넘치는 족속이다. 못에서 함께 목욕할 때 코를 서로 부비며 애무해주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한번은 초원을 이동하는데, 아기 코끼리 한 마리가 다리가 부러져 걸을 수가 없었다. 무리들을 따라 가족들이 먼저 떠나다가 몇 번이고 돌아보더니 결국은 다시 돌아와 양쪽에서 감싸더니, 부축하며 간다. 그렇게 힘겹게 가다가 어느 순간 아기 코끼리가 다리를 펴고 걷는 게 아닌가. , 그 감동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더 재미있는 건 코끼리의 파트너가 바로 쇠똥구리라는 사실이다. 쇠똥구리는 코끼리의 똥을 돌돌 말아 식량으로, 혹은 구애의 선물로 삼는다. 코끼리가 멸종되면 쇠똥구리는 먹을 수도, 사랑을 할 수도 없다. 결국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사바나의 코끼리들은 사막을 가로지르며 초식동물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물길을 찾아주는 사바나의 지킴이. 맹수의 왕 사자도 코끼리떼한테는 감히 덤비지 못한다. 힘도 힘이지만, 코끼리떼가 아니면 사막 깊숙이 숨어 있는 물웅덩이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용맹과 지혜를 두루 갖춘 셈인데, 그래서 불교에서 코끼리를 가장 높은 수행의 상징으로 삼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시 연암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에 따르면, 코끼리의 힘이 얼마나 엄청났던지 강희제 때 남해자(南海子, 북경 숭문문崇文門) 남쪽에 있는 동산에 사나운 범 두 마리가 있었는데, 길들일 수가 없어서 황제가 노하여 범을 코끼리 우리로 몰아넣게 했더니, 코끼리가 몹시 겁을 내어 코를 한 번 휘두르자 범 두 마리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코끼리가 범을 죽이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범의 냄새를 싫어하여 코를 휘두른 게 잘못 부딪쳤던 것이라나[象非有意殺虎也, 惡生臭而揮鼻誤觸也]. 역대 황제들은 이 거대한 동물을 복종시킴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연암이 전하는 동물의 왕국: 코끼리편은 이렇다.

 

 

상방에는 코끼리 80마리가 있는데 몇 품의 녹봉을 받는다. 조회 때는 백관이 오문으로 들어오기를 마치면, 코끼리가 코를 마주 엇대고 문을 지킨다. 그러면 아무도 마음대로 출입할 수가 없다. 나는 코끼리 부리는 자에게 부채와 환약 한 알을 주고 코끼리 재주를 한번 시켜보라 했더니 그 작자는 대가가 적다며 부채 한 자루를 더 부른다. 당장 가진 것이 없어서 나중에 더 가져다 줄 테니 먼저 재주를 시켜보라 했더니, 그자가 코끼리를 슬슬 구슬린다. 하지만 코끼리는 눈웃음을 치며 절대 할 수 없다는 시늉을 한다. 할 수 없이 동행한 이에게 코끼리 부리는 자에게 돈을 더 주게 하였다.

象房 在宣武門內 西城北墻下 有象八十餘頭 凡大朝會 午門立仗及乘輿鹵簿 皆用象 受幾品祿 朝會時 百官入午門畢 則象乃交鼻而立 無敢妄出入者 象或病不能立仗 則强牽他象以代之 莫能屈也 象奴以病象詣示之 然後乃肯替行 象有罪則宣勅杖之 觸物傷人之類 伏受杖如人 杖畢起叩頭謝 貶秩則退居所貶之伍 余畀象奴一扇一丸 令象呈伎 象奴少之 加徵一扇 余以時無所携 當追給 第先使效伎 則象奴往諭象 象目笑之 若落然不可者 使從者 增畀象奴錢

 

코끼리는 한참 동안 눈을 흘겨보더니, 코끼리 부리는 자가 돈을 세어 주머니 속에 넣는 걸 보고서야 시키지도 않은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린다. 머리를 조아리며 두 앞발을 꿇기도 하고, 또 코를 흔들면서 퉁소 불듯 휘파람도 불고, 또 둥둥 북소리를 내기도 한다. 대체로 코끼리의 묘한 재주는 코와 어금니에서 나온다. (중략)

象睥睨久 象奴數錢納囊中 然後象乃肯 不令而效諸伎 叩頭雙跪 又掀鼻出歗 如管簫聲 又塡塡作皷顰響 大約象之巧藝 在鼻與牙 (中略)

 

당나라 명황제 때에 코끼리 춤이 있었다고 한다. 코끼리가 춤을 추다니 그게 말이 되나 하며 속으로 의심을 했는데, 이제 보니 사람의 뜻을 잘 알아듣기로는 코끼리만 한 짐승이 없다. 그래서인가. 이런 말까지 전해진다. “숭정 말년에 이자성이 북경을 함락시키고 코끼리 우리를 지나갈 때에 뭇 코끼리들이 눈물을 지으면서 아무 것도 먹지를 않았다.” (중략)

唐明皇時 有舞象 觀史心常疑之 今果見善諭人意者 莫象若也 崇禎末 流寇破京城 過象房 群象皆垂淚不食云 (中略)

 

해마다 삼복날이면 금의위(錦衣衛) 관교들이 깃발을 늘인 의장 행렬로 쇠북을 울리면서 코끼리를 맞아 선무문 밖의 연못에 가서 목욕을 시킨다. 이럴 때는 구경꾼이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황도기략(黃圖紀略)

每歲三伏日 錦衣衛官校 列旗仗鹵簿金皷 迎象出宣武門外壕中洗濯 觀者常數萬 又有象記

 

 

 

코끼리의 지혜와 재주, 그리고 충성심 등이 두루 망라되어 있다. 물론 연암의 관심이 이런 신기한 이야기들에서 멈출 리가 없다. 그의 상상은 훨훨 나래를 펴 코끼리를 통해 천지자연의 원리를 사유하는 장으로 나아간다.

 

 

 낙타

낙타는 참 신기한 동물이다. 등에 달린 혹주머니 덕분에 6개월씩 물을 먹지 않고도 버틴다고 한다. 그러니 사막을 옮겨다니는 유목민에겐 없어서는 안 될 이동수단이다. 연암은 낙타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짧은 털에 머리는 말과 다름없으나 작은 눈매는 양과 같고, 꼬리는 마치 소와 같이 생겼다. 다닐 때는 목을 움츠리고 머리를 쳐들어 마치 해오라기 같고, 걸음은 학과 같고, 소리는 거위와 같았다.” , 이 놀라운 관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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