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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평 서설 - 4. 성격 본문

문집/소화시평

소화시평 서설 - 4. 성격

건방진방랑자 2021. 10. 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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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격

 

 

먼저 시선집으로서 지닌 특징과 가치를 살펴본다. 서문을 빼고 전체 212칙의 체제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상권
1~13 역대 제왕
14~15 종실(宗室), 귀유(貴遊)
16~47 사대부(최치원 ~ 이숭인)
48 고려조의 연구 엄선
49 고려와 조선조 시의 우열
50~82 사대부(정도전 ~ 정사룡)
83 칠언율시 경련(警聯)
84~110 사대부(정렴 ~ 이달)
하권
1~2 역대 경구(警句)
3~4 역대 풍유시(오언절구, 칠언절구)
5~32 사대부(이산해 ~ 홍경신)
33 표절시
34~63 사대부(이춘영 ~ 장유)
64 역대 경구(15)
65~92 사대부(이식 ~ 이원진)
93~102 사대부 외의 시인군
93: 작가불명 / 94: 무명씨 /
95: 한 연만 전해지는 시구 /
96: 승려 / 97: 여항시인 /
98: 여성 / 99: 기생 /
100: 도사 / 101: 귀신 /
102: 요절 시인

 

시인군의 주축을 이루는 사대부의 시를 품평의 중심에 놓고, 최치원으로부터 출발하여 동시대 시인까지 시대순으로 배열하였다. 사대부에 앞서 통치자인 제왕을 맨 처음에 배치하고 제왕의 주변 계층인 종실과 귀유를 그 다음에 배치하였다. 사대부 외의 신분과 신분의 관점에서 벗어나 있는 작가군을 다룬 10칙의 항목을 맨 마지막에 배치하였다. 신분의 고하에 따라 배열하고 주축이 되는 사대부 시인은 시대순에 따라 배열하였다. 이 체계는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 한시사의 특성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특별한 주제, 예컨대 고려와 조선 시의 우열이나 한시를 이해하는 특별한 방법인 경련()ㆍ경구(警句) 및 풍자ㆍ표절과 같은 항목은 군데군데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였다.

 

주제별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특정한 시인의 작품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 평가하는 방법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단 한 가지 예외를 빼고는 작품의 인용이 서술의 중심을 이룬다. 김선기 교수의 통계에 따르면, 모두 합해 478수의 시가 수록되었는데 308수는 전체 인용이고, 107수는 부분 인용이다. 전체 인용한 시는 칠언절구(53%), 칠언율시(22%), 오언절구(16%)로 구성되어 있고, 부분 인용한 시는 칠언율시가 72%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시인 소개, 창작 동기, 작품 인용, 평가로 이어지는 서술 방법은 시사의 초기부터 당대까지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는 시선집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었다. 실제로 이 책은 저술 이후 근대까지 한국 한시를 감상하는 시선집으로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성을 누렸다. 한 권의 책으로 명작 중의 명작을 비평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저작 가운데 이보다 더 나은 저작은 없었다.

 

일부 소화시평(국립본, 가람본, 서강대본 등)에는 세상에서 남용익의 기아(箕雅)를 귀하게 여기는 자들이 소화시평은 신기하지 않은 듯 본다. 그러나 이 저작은 기아가 나오기 전에 완성되었다. 게다가 홍만종이 평론하고 취사선택한 정밀함은 아무래도 남용익이 구분 없이 넓게만 수록한 것보다 낫다. 독자가 이 점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라는 필사기가 달려 있는데 소화시평이 시애호가에게 왜 그렇게 인기리에 읽혔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보다 간편하고 정밀한 선집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처럼 소화시평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인기 저술 가운데 하나였다.

 

이제는 소화시평이 어떻게 작품을 제시하고 품평하는지 비평방법을 살펴본다. 먼저 언급할 점은 특정한 작가의 작품을 간명하고 인상적으로 읽도록 구사한 방법인데 대략 다음과 같은 틀을 사용하였다.

 

(1) 시인을 소개하는 도입부

(2) 제목을 설명하거나 창작동기를 소개하는 대목

(3) 시의 본문 인용

(4) 시에 대한 편찬자의 평가

(5) 작품이나 작가에 얽힌 일화 또는 강평

 

작품에 따라 변화가 적지 않으나 이 틀을 뼈대로 삼아 가감하였다. 시 본문을 중심에 놓고 앞뒤에 들어가는 소개의 글이나 작품 품평은 군더더기 설명이 없이 명쾌하고 간결하다. 작품을 충실히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서술한 것이다.

 

이 틀을 유지하면서 홍만종은 즐겨 비슷한 제재나 주제를 가진 다른 작품 또는 작가를 병렬하여 배치하였다. 이것은 서로 다른 작가나 작품을 병렬하는 자체에 목적이 있다기보다 대비를 거쳐 각 작가 또는 작품의 우열이나 개성, 창작경향을 명료하게 파악하도록 유도하고, 시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제재나 주제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실례로 상권 37에서 핍진한 경물묘사의 사례로 이진과 양경우의 시를 비교한 내용 전문은 다음과 같다.

 

 

시는 핍진(逼眞)한 묘사를 귀하게 여긴다.

동암(東菴) 이진(李瑱)이 다음 시를 썼다. “허공 가득한 푸른 산빛 옷에 물들고 / 풀이 푸른 연못가에 백조가 난다. / 지난 밤 안개가 자고 간 깊은 산 나무만 남아 / 낮바람에 후득후득 빗줄기를 뿌린다.

제호(霽湖) 양경우(梁慶遇)는 다음 시를 지었다. “탱자꽃 피어 있는 낮은 사림 걸어 닫고 / 논두렁 밥 내가는 촌 아낙네 걸음도 늦다. / 멍석에 낟알 말리는 호젓한 처마 밑에선 / 병아리 짝지어 무너진 울타리 틈새로 나온다.”

이진은 산집의 경치를 묘사해내되 격조가 높고, 양경우는 전가(田家)의 현장 풍경을 묘사해내되 시어가 오묘하다.

詩貴逼眞.

李東菴瑱詩曰: ‘滿空山翠滴人衣, 草綠池塘白鳥飛. 宿霧夜棲深樹在, 午風吹作雨霏霏.’

梁霽湖慶遇詩曰: ‘枳殼花邊掩短扉, 餉田邨婦到來遲. 蒲茵晒穀茅檐靜 兩兩鷄孫出壞籬.’

李模出山家景致而格高, 梁寫出田家卽事而語妙.

 

 

두 시인이 경물을 핍진하게 묘사한 시를 함께 놓고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비교해보도록 안배하였다. 상권에서 찾아보면, 26칙에서 번안법(飜案法)을 구사한 김극기와 성간의 시를 병렬한 것이나 58칙에서 사육신의 시를 병렬한 것, 59칙에서 신숙주 집안의 시 4편을 든 것, 64칙에서 장난기가 있는 시를 열거한 것, 82칙에서 신령의 도움을 받아 지은 시, 99칙에서 도를 체현한 성혼과 권필의 시를 제시한 것 등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시를 감상하도록 작가와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통시적으로 작가를 나열한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더욱이 앞의 표에서 제시한 것처럼 고려조의 아름다운 연구를 대거 열거하거나 (상권 48) 역대 칠언율시의 경련(상권 83)을 다수 제시하고 표절의 혐의가 있는 시만을 따로 모아놓은(하권 33) 따위의 방법을 써서 작가별 소개를 벗어나 다채로운 감상으로 안내하였다.

 

 

 

 

인용

상권 목차

하권 목차

1. 가치

2. 17세기 국학의 대표자 홍만종

3. 홍만종의 시화집들 특징

4. 성격

5. 비평가의 세 가지 자격

6. 품평용어

7. 사본의 문제점

8. 텍스트 비평과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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