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품평 언어
비평가로서 자의식이 강한 홍만종이 시비평의 언어와 문법으로 채택한 것은 품격비평(品格批評)이었다. 작가와 작품이 건네는 독특한 인상과 품격을 한 글자에서 몇 글자의 품평용어로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 품격비평은 고려 중엽의 『파한집』이래 면면히 이어져왔지만 홍만종에 이르러 그 극점에 이르렀다.
『소화시평』에서는 다음과 같은 품평의 언어들을 조합하여 작품을 비평하고 있다. 이를 도표로 제시한다.
簡 | 간단하다 | 感 | 느꺼워하다 |
慨 | 개탄하다 | 健 | 굳세다 |
傑 | 웅걸하다 | 激 | 분노하다 |
潔 | 깨끗하다 | 勁 | 날카롭다 |
警 | 놀랍다 | 古 | 예스럽다 |
孤 | 외롭다 | 曲 | 곡절이 있다 |
工 | 공교하다 | 曠 | 툭 트이다 |
宏 | 굉장하다 | 巧 | 바르다 |
崛 | 우뚝하다 | 窮 | 궁색하다 |
詭 | 궤벽하다 | 近 | 친근하다 |
濃 | 농후하다 | 穠 | 짙다 |
淡 | 담박하다 | 到 | 알맞다 |
朗 | 명랑하다 | 亮 | 밝다 |
凉 | 처량하다 | 麗 | 아름답다 |
厲 | 사납다 | 烈 | 매섭다 |
老 | 노련하다 | 鹵 | 서툴다 |
累 | 얽매이다 | 流 | 야들야들하다 |
瀏 | 매끄럽다 | 俚 | 상스럽다 |
邁 | 호매하다 | 明 | 밝다 |
妙 | 오묘하다 | 靡 | 화사하다 |
密 | 밀도 있다 | 朴 | 질박하다 |
拔 | 특출나다 | 發 | 발랄하다 |
放 | 자유롭다 | 僻 | 궁벽하다 |
富 | 부유하다 | 浮 | 들뜨다 |
奔 | 내달리다 | 悲 | 구슬프다 |
鄙 | 비루하다 | 肆 | 거침없다 |
澁 | 껄끄럽다 | 爽 | 상쾌하다 |
生 | 생경하다 | 纖 | 섬세하다 |
贍 | 넉넉하다 | 成 | 갖추다 |
邵 | 멋지다 | 䟽 | 소탈하다 / 소략하다 |
秀 | 훌륭하다 | 脩 | 아리땁다 |
熟 | 숙련되다 | 馴 | 순조롭다 |
新 | 새롭다 | 神 | 신비하다 |
實 | 실답다 | 深 | 깊다 |
雅 | 아담하다 | 昻 | 들떠 있다 |
冶 | 세련되다 | 弱 | 허약하다 |
嚴 | 근엄하다 | 易 | 쉽다 |
淵 | 깊숙하다 | 艶 | 곱다 |
醞 | 따뜻하다 | 婉 | 은근하다 |
惋 | 답답하다 / 억울하다 / 한탄하다 | 雄 | 웅장하다 |
圓 | 둥글다 / 원만하다 | 遠 | 원대하다 |
越 | 뛰어넘다 / 넘치다 | 偉 | 헌걸차다 |
萎 | 시들다 | 幽 | 그윽하다 |
裕 | 여유롭다 | 融 | 무르녹다 |
逸 | 빼어나다 | 藉 | 너그럽다 |
壯 | 너그럽다 | 長 | 유장하다 |
典 | 전아하다 | 轉 | 잘 선회하다 / 전환하다 |
切 | 절실하다 | 截 | 끊기다 |
絶 | 독특하다 | 正 | 똑바르다 |
精 | 정밀하다 | 粗 | 거칠다 |
藻 | 문채가 있다 | 縱 | 멋대로 하다 |
遒 | 씩씩하다 | 俊 | 준수하다 |
峻 | 험준하다 | 重 | 무겁다 |
暢 | 시원하다 / 鬯과 같다 | 蒼 | 서늘하다 / 낡다 |
悽 | 처절하다 | 淺 | 얕다 |
徹 | 꿰뚫다 | 淸 | 맑다, 말쑥하다 |
招 | 뛰어나다 | 楚 | 청초하다, 조촐하다 |
峭 | 가파르다 | 沖 | 부드럽다 |
侈 | 풍성하다 | 緻 | 치밀하다 |
則 | 법도가 있다 | 沈 | 웅숭깊다 |
踔 | 늠름하다 | 脫 | 매인 데 없다 |
蕩 | 호탕하다 | 透 | 후련하다 |
平 | 평탄하다 | 寒 | 한미하다 / 쓸쓸하다 |
悍 | 사납다 | 汗 | 왕성하다 |
閒 | 어여쁘다 / 한가하다 | 伉 | 도도하다 |
虛 | 허허롭다 | 險 | 험벽하다 |
浩 | 드넓다 | 豪 | 호쾌하다 / 호방하다 |
渾 | 혼연하다 | 和 | 조화롭다 |
闊 | 활달하다 | 橫 | 횡행하다 |
厚 | 도탑다 | 纈 | 현란하다 |
도표에 보인 한자들이 품평용어로 널리 쓰였다. 여기에서는 『소화시평』에 사용된 것만을 제시하였는데 그 한자에 상응하는 우리말 품평용어를 보임으로써 품평용어의 표준번역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였다. 이 책에서는 위 표에 보인 우리말 품평용어로 통일하여 번역하였는데 다른 시화의 번역에서도 통일하여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낱글자들은 ‘맑고 새롭다[淸新]’거나 ‘씩씩하고 굳세다[遒健]’처럼 대부분 두 글자로 조합하여 쓰이지만 ‘기이하고 예스럽고 가파르고 빼어나다[奇古峭拔]’처럼 네 글자로 쓰일 때도 간혹 있다. 이렇게 사용되는 품평용어는 작가나 작품이 독자에게 각인시킨 인상적 이미지나 감성적 판단을 두 글자 아니면 네 글자로 평가한 것이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분석과 이해, 감상과 음미의 과정을 거친 뒤에 종합적으로 비평가의 마음에 형성된 이미지를 감성적 언어로 표현하였다. 그 언어를 통해 작가나 작품이 지닌 품격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여 그중 높은 수준의 작품을 독자에게 제시하였다. 홍만종은 이 품평의 언어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재단(裁斷)하려 하였다.
이 같은 품격비평은 상징적 수법까지 사용하는 품평으로 발전하였다. 그것은 구체적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적 이야기나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의 인상을 독자에게 한층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여(如)’자를 사용하여 직유(直喩)의 기법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기에 ‘여자비평(如字批評)’이라 부르기도 한다. 상권 83칙과 하권 31칙, 41칙, 73칙 등에서 실제로 활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시인 20명의 칠언율시 경련을 두루 품평한 상권 83칙이 대표적이다.
그중 유몽인의 시구 “울긋불긋한 검은 뱀이 길가에 똬리 틀고 있고 / 오똑하게 누런 곰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네[斑爛烏虺蟠道側, 傲兀黃熊坐樹巓].”를 두고 홍만종은 “기이하고 괴상하며 그윽하고 험벽하여 마치 비천야차(飛天夜叉)가 범과 표범을 낚아채 잡아먹는 것과 같다[奇怪幽險, 如飛天夜叉, 攫食虎豹]”라고 품평하였다. 앞에서는 네 글자의 품평용어를 사용하여 평가하고, 이어서 비천야차(飛天夜叉)의 형상을 동원하여 시의 인상을 구체적으로 비유하고 있다. 평 자체가 시적이고, 비유적 평가를 통해 시가 주는 인상과 감성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인과 시에 관한 일화가 일반 시화의 주축을 이룬다면 『소화시평』은 그런 것들과 구별되는 비평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와 같은 비평의 방법이 홍만종이 만든 독자적 창작품은 결코 아니다. 선배들이 해온 다양한 비평방법과 비평의 실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품평에 집중했을 뿐이다. 작가나 작품을 선택할 때도 시평을 전개할 때도 역대 비평가들이 사용했던 방법과 주제를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비평 세계로 끌어들였다. 비평의 실제에서도 선배 비평가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수용한 품평의 실상은 책에서 주석으로 밝혀놓았다.
인용
1. 가치
3. 홍만종의 시화집들 특징
4. 성격
5. 비평가의 세 가지 자격
6. 품평용어
7. 사본의 문제점
8. 텍스트 비평과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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