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텍스트 비평과 번역
내가 첫 번역을 할 때 교감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여러 사본을 놓고 교감하긴 했으나 철저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정판을 내면서 그 뒤로 입수한 많은 사본까지 포함하여 선본을 골라 본격적으로 교감하여 정본을 확정하고자 하였다. 전체 사본을 비교하여 교감하는 것은 일이 벅차기도 하고 사본마다 편차가 너무 심하여 일일이 교감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였다. 따라서 의미의 차이를 가져오는 어구의 교감을 위주로 꼭 필요한 것을 빼놓고는 주석을 달지 않고 나의 안목에 따라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방향과 글자와 문단을 선택하여 정본을 만들었다. 역자가 선본이라고 판단하여 교감에 활용한 사본은 다음과 같다.
(1) 국립본1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b23641-6-1)
(2) 국립본2 : 국립중앙도서관 소장(BC古朝45-가 117)
(3) 연세대본1 : 연세대 중앙도서관 소장(811.9109.4)
(4) 연세대본2 : 연세대 중앙도서관 소장(정씨문고), 『대교역주 소화시평』(1993)에 영인됨
(5) 서강대본 :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소장(고서 소 96)
(6) 가람본 : 서울대 규장각 소장(가람古 811.09-H758s)
(7) 버클리본 : 미국 버클리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 소장(41.7)
(8) 통문관본 : 구 통문관 소장, 이존서 필사, 『홍만종전집』(태학사, 1986)에 영인됨
(9) 역자본1 : 역자 소장, 국립본1과 매우 유사함
(10) 퇴호본(退湖本) : 역자소장, 퇴호가 쓴 ‘소화시평서’가 끝에 실려 있음
이 중에서 (1)과 (5)와 (6)과 (9)는 계통이 같은 사본으로 원본에 가장 가깝고 선본이라 판단한다. 또 (4)와 (8)이 유사한 사본이다. 이 밖에도 선본이 적지 않고 참고하기는 했으나 일일이 밝히지 않는다.
역자는 『소화시평』을 비평사에 빛나는 기념비적 저술이라 생각하여 1993년에 처음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그로부터 2년 뒤 개정판을 출간하였는데 그마저도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오래전에 번역한 책을 들춰볼 때마다 아쉬움이 컸으나 본격적인 개정판의 출간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야 겨우 개정하는 작업을 마무리하여 출간한다.
두 번째 개정판을 내면서 주석을 최소한으로 줄여 작품 감상과 이해에 집중하도록 하고, 번역을 간결하고 아름다운 한국어로 구사하며, 원문의 정확한 정본을 확립하는 데 주력한다는 큰 원칙을 세웠다. 그래서 첫 번째 책에 비해 원문을 어떤 사본보다 정확하게 제시하였고, 주석이 3분의 1 아래로 줄어들었으며, 문장은 간결해졌고, 번역과 주석의 수정 보완이 상당히 크게 이루어졌다. 그래도 충분히 개선되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을 텐데 수정할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소화시평』의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시평보유』를 번역하는 세미나를 성균관대 한문학과 대학원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중이다. 오래도록 마음의 짐으로 남겨두었던 일인데 한두 해 뒤에는 홍만종의 비평 3부작의 또 다른 하나를 세상의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6월, 퇴계인문관 연구실에서
안대회
인용
1. 가치
3. 홍만종의 시화집들 특징
4. 성격
5. 비평가의 세 가지 자격
6. 품평용어
7. 사본의 문제점
8. 텍스트 비평과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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