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중용장구서 - 3. 순임금에게 전수한 말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중용장구서 - 3. 순임금에게 전수한 말

건방진방랑자 2021. 9. 16. 08:30
728x90
반응형

중용장구서 3. 순임금에게 전수한 말

 

 

 

其見於經, 允執厥中, 之所以授.
그것이 경에 보이는데 진실로 그 가운데를 잡으라.”는 것이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전수한 방식이다.

 

여기서 ()’서경(書經)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요가 순에게 전한 말로서 이 구절만 명시되어 있는 것은 논어(論語)』 「요왈(堯曰)편에 윤집기중(允執其中)’으로 나옵니다. 서경(書經)이나 논어(論語)나 어차피 다 후대의 기록으로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윤집궐중(允執厥中)이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전수한 방식이다임금의 옛말은 니사금(尼斯今)이며 닛금이 그 본 발음이다. 그러한 습성이 후대에 그대로 전하여 내려와서 우리가 임금과 결합된 단어를 발음할 때는 글자 그대로 읽지 않는다. 요임금은 욧님금으로, 순임금은 숫님금으로, 우임금은 웃님금으로 발음한다는 것을 젊은 학생들은 알아주었으면 한다.라는 말은 요()가 순()에게 천하를 전수할 때 그냥 거저 준 게 아니라 천하는 반드시 이런 방식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계약 아래에서 주었다는 겁니다. 윤집궐중(允執厥中), “이렇게 다스려야 천하를 다스릴 자격이 있다는 거죠. 이때의 수()는 그 내용이 천하(天下)니까 아주 광대한(grand) 의미예요. 서경(書經, Classic of documents)은 알고 보면 고대 제왕의 계약서(contracts)입니다. 이 윤집궐중(允執厥中)이란 말은 근세 유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 다음에 유명한 말이 나옵니다.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舜之所以授禹也.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다. 정미하고 전일케하여 진실로 그 가운데를 잡아라하는 것이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전수한 방식이다.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이 말은 외어두는 게 좋습니다. 1장의 막현호미(莫顯乎微)’와 연결되고 있죠? 이 구절을 보면 유()자는 별 의미가 없는 말인데 4()를 만들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불교경전에는 4구로 된 구절이 많은데 원래 인도경전에 그렇게 되어 있는 게 아니라 불교가 중국에 들어와 한역되면서 4구로 정착된 거예요. 이런 걸 보면 아마도 동양인들 의식에는 4() 전통이 강렬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판소리 사설이나 가사를 보아도 그렇잖아요? 이 유()자는 포네틱(phonetic, 음성의, 발음에 따른)’하게 분석해 들어가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런 건 역시 나의 아내 최영애 교수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만, 아마도 여기선 아! 하는 감탄의 의미 정도가 되겠죠.

 

인심(人心)ㆍ도심(道心)은 우리나라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에도 잔뜩 나오는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심(人心)ㆍ도심(道心)이원론(dualism)인데 송유(宋儒)들은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나오는 이 인심도심(人心道心)의 두 개념을 재해석(reinterpretation)하여 도심(道心)은 좋은 것, 인심(人心)은 나쁜 것으로 정식화했습니다. 원시유학에는 없던 것을 송유(宋儒)들이 발명한 거지요. 1장에 나온 말로 연관시킨다면 희노애락지미발(喜怒哀樂之未發)의 상태가 도심(道心)이고 그것이 발()한 것이 인심(人心)이 되는데 그 유래를 서경(書經)에까지 끌고 올라가서 정통성을 확보해 내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인심도심(人心道心)이라는 말은 불교적인 냄새가 강하죠? 불교의 색공(色空)으로 보자면 색즉시공(色卽是空)에서 색()인심의 세계(saṃsāra)의 세계고, 은 도심의 세계(nirvaṇa)의 세계입니다. 그러니까 송유(宋儒)들은 불교의 종교적 듀알리즘(dualism)으로 서경을 재해석해 낸 것이지요. 결국 송유(宋儒)들의 주장은 인심이 위태로우니 도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고 도심은 곧 천명지위성의 성()이므로 다시 복성(復性)이라는 문제가 관건이 되지요. 그래서 이고(李皐, ?~844)라는 사람은 이런 관점에서 복성서(復性書)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를 통해서 신유학이 틀을 잡아가던 저간의 상황들을 조감해볼 수 있겠지요. 청유(淸儒)들은 송유(宋儒)들을 까기 위해서 이 사구(四句)서경(書經)의 원문이 아니라 후대의 위작이라고 고증하여 그 권위의 근원을 붕괴시켜 버립니다.

 

 

도심(道心) 인심(人心)
喜怒哀樂之未發 旣發
(nirvaṇa) (saṃsāra)
性命之正 形氣之私
天理之公 人慾之私
大體 小體

 

 

()은 미세하고 정밀하다는 뜻이고, 반대말은 거칠 조()인데 모두 쌀 미()자가 들어가죠. ()은 전일하고 순수하다는 뜻이므로 유정유일(惟精惟一)이라는 말은 정밀하고 전일하다는 뜻이 되는데 그러한 마음의 상태 즉 도덕성을 유지함으로써 진실로 그 가운데를 잡아라, 중용(中庸)의 덕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천하를 전수한 방식이다라고 해서 하()왕조의 성립 근거를 밝히고 있습니다. , 이런 도통론(道統論)의 확립이라는 면에서 고타마 싯다르타보다 유학의 전통이 오히려 더 앞섰다는 캣치프래이즈를 주자는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죠. 이런 저작의 모티브(Motive, 동기), 사서집주(四書集註)의 출현의 이면에 깔려 있는 이와 같은 내면적 맥락은 사상사를 한다는 사람들도 지금껏 명쾌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이 한문을 읽을 때는 반드시 이런 객관적 의식을 갖고 읽기 바랍니다.

 

 

 

之一言, 至矣盡矣, 復益之以三言者, 則所以明夫之一言, 必如是而後可庶幾也.
요임금의 한마디는 지극하고 남김없다. 그런데도 순임금은 거기에다 다시 세 마디를 더했다. 요임금의 이 한마디를 밝히는 것이 이와 같이 세 마디를 더 보태고 나서야 비로소 더 원의에 가깝게 되기 때문이다.

 

요지일언(堯之一言)은 곧 윤집궐중(允執厥中)’이라는 한마디인데, 그것이 지의진의(至矣盡矣)했다는 것은 요새 말로 끝내준다는 거죠. 더 이상 말할 게 없다 이거예요. 그런데 순임금은 여기다가 다시 인심(人心)ㆍ도심(道心)ㆍ정일(精一) 이라는 세 마디를 보탰다는 겁니다. 주자로서는 이 3()가 포함된 게 아주 고마운 일이었지요. 도심(道心)ㆍ인심(人心)이 첨가되어 엄청난 아규먼트(Argument, 주장, 논점)의 근거가 된 겁니다. 서기(庶幾)주역(周易) 계사(繫辭)에 나오는 말인데 거의 가깝게 간다는 말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제마는 호연지기(浩然之氣)호연지리(浩然之理)를 말했다고 했는데, 이 이론도 도심인심의 구분을 근본적으로 벗어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제마의 문제의식의 틀(framework)이 독창적이기는 하지만 주자학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않다는 말이예요. 그런데도 이제마를 가리켜 실학이니 뭐니 하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요즘의 경향은 참으로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전(經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정확히 하는 습관이 학자들에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인용

목차

전문

본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