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조선 중기의 대시인
余嘗與東州語及國朝故事, 東州一一歷言.
且曰: “癸亥年間, 余與疎庵ㆍ谿谷等九人賜暇湖堂. 一日上出御題, 令諸公製進, 余適居魁, 上賜豹皮一領, 谿谷居第二, 賜虎皮一領, 其餘各賞賜有差. 仍遣中使宣醞, 諸公相與歡飮, 酒酣, 座中合辭, 謂余曰: ‘今日應製, 子爲壯元, 吾等之文, 子可第其高下.’ 余笑而頷之, 因謂谿谷曰: ‘子之文如長江一瀉, 千里無聲, 汝固如山逕幽峭, 花草生馨, 天章如羅公遠所嗅黃栢, 華色燁然, 內缺一瓣, 肅羽如白鸚鵡, 天性慧到, 時有一二句能言.’ 諸公相顧大笑, 皆稱的論. 其時座中不止此四人, 各有所評論, 而余老矣, 忘不能記.”云,
해석
余嘗與東州語及國朝故事, 東州一一歷言.
내가 일찍이 동주와 말하다가 조선의 옛 일에 이르렀고 동주가 일일이 거쳐가며 말했다.
또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계해(1623)년에 나는 소암(疎庵)과 계곡(谿谷) 등 9명과 호당에서 사가독서를 했지【1623년(인조 원년) 10월에 조익(趙翼)ㆍ임숙영ㆍ오숙(吳䎘)ㆍ이명한ㆍ정백창(鄭百昌)ㆍ김세렴(金世濂)ㆍ장유ㆍ이식ㆍ정홍명 등과 모두 10명이 사가독서에 선발되었다. 선발은 대제학 상촌 신흠이 맡았다.】.
一日上出御題, 令諸公製進, 余適居魁, 上賜豹皮一領, 谿谷居第二, 賜虎皮一領, 其餘各賞賜有差.
하루는 임금께서 어제를 내어 여러 사람에게 지어 바치라 명하셨는데 나는 마침 장원에 뽑혀 임금께서 표범 가죽 하나를 하사하셨고 계곡은 이등에 뽑혀 호랑이 가죽 하나를 하사하셨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각각 상을 하사함에 차등이 있게 했지.
仍遣中使宣醞, 諸公相與歡飮, 酒酣, 座中合辭, 謂余曰: ‘今日應製, 子爲壯元, 吾等之文, 子可第其高下.’
이어 궁중의 내시[中使]에게 술을 베풀어 여러 사람들이 마시길 권유했고 술이 거나해지자 좌중이 말을 합하여 나에게 ‘오늘의 응제에 그대가 장원이 됐으니 우리들의 문장을 그대가 높고 낮음을 품평할 만하네.’라고 말했다.
余笑而頷之, 因謂谿谷曰: ‘子之文如長江一瀉, 千里無聲, 汝固如山逕幽峭, 花草生馨,
나는 웃으며 끄덕였고 계곡에게 말했다. ‘자네의 문장은 장강(長江)이 한 번 쏟아져 천 리에 소리 없는 것과 같고 여고(汝固)는 산 길이 그윽하고 험해서 꽃과 풀이 향내 내는 것 같으며
天章如羅公遠所嗅黃栢, 華色燁然, 內缺一瓣, 肅羽如白鸚鵡, 天性慧到, 時有一二句能言.’
천장(天章)은 나공원(羅公遠)【나공원(羅公遠): 도사(道士)를 따라 월궁(月宮)에 갔다가 왔다고 한다】이 맡은 누런 잣나무 향기가 화려한 색에 빛나지만 안은 하나의 씨가 부족한 것 같고 숙우 오숙(吳䎘)은 흰 앵무새가 천성은 지혜롭고 치밀해 이따금 한 두 시구가 말할 만한 게 있는 것 같네.’
諸公相顧大笑, 皆稱的論.
여러 사람들이 서로 돌아보며 크게 웃으며 모두 적확한 평론이라 칭찬했지.
其時座中不止此四人, 各有所評論, 而余老矣, 忘不能記.”云,
그 당시 좌중에 이 4명만 그치지 않고 각각 평론한 것이 있었지만 내가 늙어 잊어버려서 기록할 수가 없다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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