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윤순지의 시
余近得涬溟子尹順之詩稿而觀之, 其詩非唐非宋, 自成一家, 格淸語妙, 句圓意活, 深造古人閫域. 第世罕知之, 略揀七言近體數首.
其「覓句戱占」詩日: ‘結習多生未忘癡, 尙從文字鬪新奇. 但令美玉連城在, 不厭良金鼓槖遲. 活意有時勝驥足, 苦心終夜引蛛絲. 尋花問柳閒閒處, 笑爾沈吟復索詩.’
其「望海亭」詩曰: ‘鴻荒開闢坎離門, 碣石崑崙左右蹲. 垂手恰堪扶日轂, 側身今已躡天根. 挾山超海非難事, 暴虎憑河不足論. 落帆長風吹萬里, 眼邊吳楚浪中飜.’
又曰: ‘劈海危亭峻欲飛, 任公曾作釣鰲磯. 風雷傾洞喧蛟窟, 金碧參差瀁日暉. 尙父提封看隱約, 薊門烟樹望依微. 吾生豪橫誠堪詫, 貝闕珠宮踏得歸.’ 嬌嬌騰踔, 可與芝川「海」ㆍ「山」詩爭衡.
해석
余近得涬溟子尹順之詩稿而觀之, 其詩非唐非宋, 自成一家, 格淸語妙, 句圓意活, 深造古人閫域.
내가 최근에 행명자(涬溟子) 윤순지(尹順之)의 시고를 얻어서 보니 그 시는 당시체도 아니고 송시체도 아니라 스스로 일가를 이뤘으니 격조는 맑고 시어는 오묘했으며 시구는 원만하고 뜻은 살아있어 깊이 옛 사람의 경지에 나아갔다.
第世罕知之, 略揀七言近體數首.
다만 세상에 드물게 알려졌으니 대략 7언 근체 몇 수만을 추려본다.
其「覓句戱占」詩日: ‘結習多生未忘癡, 尙從文字鬪新奇. 但令美玉連城在, 不厭良金鼓槖遲. 活意有時勝驥足, 苦心終夜引蛛絲. 尋花問柳閒閒處, 笑爾沈吟復索詩.’
「멱구희점(覓句戱占)」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結習多生未忘癡 | 여러 생에 걸친 습벽(習癖)이라 어리석음을 잊질 못하고 |
尙從文字鬪新奇 | 여전히 문자를 쫓으며 신이하고 기이함을 다투네. |
但令美玉連城在 | 다만 아름다운 구절[美玉]이 문집[連城]에 있으니 |
不厭良金鼓橐遲 | 좋은 금을 풀무로 바람내는 것을 느리게 해도 싫지 않네. |
活意有時騰驥足 | 이따금 살아있는 뜻은 준마가 발을 달리는 듯하고 |
苦心終夜引蛛絲 | 밤새도록 하는 고심은 거미가 실을 뽑아내는 듯하네. |
尋花問柳閒閒處 | 꽃을 찾고 버들을 묻는 한가롭디 한가로운 곳에서 |
笑爾沈吟復索詩 | 웃으며 나지막이 읊조리다가 다시 시를 찾는다네. |
其「望海亭」詩曰: ‘鴻荒開闢坎離門, 碣石崑崙左右蹲. 垂手恰堪扶日轂, 側身今已躡天根. 挾山超海非難事, 暴虎憑河不足論. 落帆長風吹萬里, 眼邊吳楚浪中飜.’
「망해정(望海亭)」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鴻荒開闢坎離門 | 혼돈이 감리의 문에서 열렸고 |
碣石崑崙左右蹲 | 갈석산과 곤륜산이 좌우에 쭈그려 있네. |
垂手恰堪扶日轂 | 손을 드리우면 흡사 해바퀴를 붙들 것 같고 |
側身今已躡天根 | 몸을 기울이면 제 이미 천근을 밟을 것 같네. |
挾山超海非難事 | 산을 끼거나 바다를 건너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고 |
暴虎憑河不足論 | 호랑이를 맨 손으로 때려잡거나 맨몸으로 강을 건너는 건 논할 것도 없다네. |
落帆長風吹萬里 | 만 리를 부는 거센 바람이 돛에 떨어지니 |
眼邊吳楚浪中飜 | 눈가엔 오나라와 초나라의 파도만 일러이네. |
又曰: ‘劈海危亭峻欲飛, 任公曾作釣鰲磯. 風雷傾洞喧蛟窟, 金碧參差瀁日暉. 尙父提封看隱約, 薊門烟樹望依微. 吾生豪橫誠堪詫, 貝闕珠宮踏得歸.’
또 다른 시는 다음과 같다.
劈海危亭峻欲飛 | 바다를 쪼개고 위태로운 정자 날 듯이 솟아나니 |
任公曾作釣鰲磯 | 임공이 일찍이 만든 자라 낚던 곳이라네. |
風雷傾洞喧蛟窟 | 바람과 우레가 골짜기에 기울어쳐서 교룡의 굴을 시끄럽게 하고 |
金碧參差瀁日暉 | 단청[金碧]이 엎치락뒤치락 햇볕에 일렁거리네. |
尙父提封看隱約 | 여상이 봉함받은 제(齊)나라는 희미하게 보이고 |
薊門烟樹望依微 | 계주(薊州)의 안개 속 나무는 희미하게 보이지. |
吾生豪橫誠堪詫 | 내 삶은 호쾌하고 멋대로여서 참으로 자랑할 만하니 |
貝闕珠宮踏得歸 | 조개궁궐과 구슬궁궐 밟고서야 돌아가리라. |
嬌嬌騰踔, 可與芝川「海」ㆍ「山」詩爭衡.
아리땁고 아리따워 치솟아 지천의 「해(海)」와 「산(山)」이란 시와 다툴 만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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