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부인이 지은 시
古之婦人能文者, 曹大家班姬以下, 不可殫記.
我東女子不事文學, 雖有英資, 止治紡績, 故婦人之詩罕傳. 惟我朝鄭氏所詠‘昨夜春風入洞房’一絕, 載於徐四佳『東人詩話』. 鄭氏又有「詠鶴」詩曰: ‘一雙仙鶴叫淸霄, 疑是丹邱弄玉簫. 三島十洲歸思闊, 滿天風露刷寒毛.’
又有宗室肅川令內子詩, 蘭雪軒許氏詩. 肅川令內子「詠氷壺」詩曰: ‘最合床頭盛美酒, 如何移置小溪邊. 花間白日能飛雨, 始信壺中別有天.’
許氏「宮詞」詩曰: ‘淸齋秋殿夜初長, 不放宮人近御床. 時把剪刀裁越錦, 燭前閑繡紫鴛鴦.’
又有趙承旨瑗之妾楊斯文士奇之妾, 皆善於文詞. 而瑗之妾, 玉峯李氏, 稱爲國朝第一, 其「卽事」詩曰: ‘柳外江頭五馬嘶, 半醒半醉下樓時. 春紅欲瘦臨鏡粧, 試畫梅窓却月眉.’
士奇之妾「閨怨」詩曰: ‘西風摵摵動梧枝, 碧落冥冥雁去遲. 斜倚綠窓仍不寐, 一眉新月上西池.’
諸篇各臻其妙, 自是閨房之秀.
해석
古之婦人能文者, 曹大家班姬以下, 不可殫記.
옛날엔 부인들 중 시를 잘 짓는 이는 조대고(曹大家) 반소(班昭)【반소의 자는 혜반(惠班)이며, 일명 희(姬)라고도 한다. 반표(班彪)의 딸이자 반고(班固)와 반초(班超)의 누이로 조세숙(曹世叔)에게 시집갔다가 일찍 과부가 되었다. 반고가 『한서(漢書)』를 저술하다가 팔표(八表) 및 천문지(天文志) 등을 끝마치지 못하고 졸하자 화제(和帝)가 반소에게 명하여 완성하게 하였다. 수차례 궁중에 들어가 황후와 귀인들을 가르쳤으므로 대가(大家)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하는 두루 기록할 수 없다.
我東女子不事文學, 雖有英資, 止治紡績, 故婦人之詩罕傳.
우리 동방의 여자들은 문학을 일삼지 않아 비록 뛰어난 자질이 있더라도 길쌈만을 열심히 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부인들의 시가 드물게 전해졌다.
惟我朝鄭氏所詠‘昨夜春風入洞房’一絕, 載於徐四佳『東人詩話』.
오직 우리 정씨가 읊은 아래의 한 구절이 서사가의 『동인시화(東人詩話)』에 게재되어 있다.
昨夜春風入洞房 | 어젯밤 봄바람이 침방에 들어왔죠. |
鄭氏又有「詠鶴」詩曰: ‘一雙仙鶴叫淸霄, 疑是丹邱弄玉簫. 三島十洲歸思闊, 滿天風露刷寒毛.’
정씨가 또 「영학(詠鶴)」이란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一雙仙鶴叫淸霄 | 한 쌍의 신선 학이 맑은 밤에 절규하니 |
疑是丹邱弄玉簫 | 의심컨대 신선세계[丹邱]의 진 목공(秦穆公)의 딸인 농옥(弄玉)의 퉁소소리이려나? |
三島十洲歸思闊 | 삼신산과 십주에 돌아갈 생각이 멀어 |
滿天風露刷寒毛 | 하늘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에 차가워진 털만을 쓸어대네. |
又有宗室肅川令內子詩, 蘭雪軒許氏詩.
또한 종실 숙천령(肅川令)의 안 사람 시와 난설헌 허씨의 시가 있다.
肅川令內子「詠氷壺」詩曰: ‘最合床頭盛美酒, 如何移置小溪邊. 花間白日能飛雨, 始信壺中別有天.’
숙천령(肅川令)의 안 사람의 「영빙호(詠氷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最合床頭盛美酒 | 상 머리에 성대하게 좋은 술에 합치되는데 |
如何移置小溪邊 | 어째서 작은 시냇가로 옮겼나? |
花間白日能飛雨 | 꽃 사이 대낮에도 비를 날리게 할 수 있으니 |
始信壺中別有天 | 비로소 호리병 속에 별개의 세계가 있다는 걸 믿겠네. |
許氏「宮詞」詩曰: ‘淸齋秋殿夜初長, 不放宮人近御床. 時把剪刀裁越錦, 燭前閑繡紫鴛鴦.’
허초희의 「궁사(宮詞)」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淸齋秋殿夜初長 | 깨끗이 재계한 가을 궁전의 밤이 막 깊어졌지만 |
不放宮人近御床 | 궁녀는 임금께 가까이 이르지 못하게 하네. |
時把剪刀裁越錦 | 이따금 가위 잡고 월나라 비단을 재단하며 |
燭前閑繡紫鴛鴦 | 촛불 앞에서 한가롭게 자주빛 원앙을 수놓는다네. |
又有趙承旨瑗之妾楊斯文士奇之妾, 皆善於文詞.
또한 승지 조원(趙瑗)의 첩과 유학자 양사기(楊士奇)의 첩이 모두 문장을 잘 지었다.
而瑗之妾, 玉峯李氏, 稱爲國朝第一, 其「卽事」詩曰: ‘柳外江頭五馬嘶, 半醒半醉下樓時. 春紅欲瘦臨鏡粧, 試畫梅窓却月眉.’
조원(趙瑗)의 첩은 옥봉 이씨로 조선의 제일이라 칭송되었으니 「즉사(卽事)」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柳外江頭五馬嘶 | 버들 밖 강 어귀에 오마가 울어 |
半醒半醉下樓時 | 반쯤 취하고 반쯤 깨어 누각에서 내려왔네. |
春紅欲瘦臨鏡粧 | 술기운으로 붉어져 야위어 보이기에 거울에 다가가 화장하며 |
試畫梅窓却月眉 | 시험삼아 매화핀 창가에서 달같은 눈썹을 그린다네. |
士奇之妾「閨怨」詩曰: ‘西風摵摵動梧枝, 碧落冥冥雁去遲. 斜倚綠窓仍不寐, 一眉新月上西池.’
양사기(楊士奇)의 첩이 지은 「규원(閨怨)」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西風摵摵動梧枝 | 가을바람에 우수수 오동나무 가지 흔들어대고 |
碧落冥冥雁去遲 | 푸른 하늘은 까마득하게 기러기 떠남을 더디게 하네. |
斜倚綠窓仍不寐 | 푸른 창에 비껴 기대니 잠 오지 않아 |
一眉新月上西池 | 한 눈썹 같은 새 달이 서쪽 못에서 뜨고 있네. |
諸篇各臻其妙, 自是閨房之秀.
여러 시편이 각각 오묘한 데로 나갔으니 절로 규방에서 빼어난 작품이다.
인용
'문집 > 소화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화시평 하권 - 100. 전우치의 시 (0) | 2021.10.30 |
---|---|
소화시평 하권 - 99. 기녀가 지은 시 (0) | 2021.10.30 |
소화시평 하권 - 97. 여항 시인 (0) | 2021.10.30 |
소화시평 하권 - 96. 승려 시인 (0) | 2021.10.30 |
소화시평 하권 - 95. 한 연만 남은 시 (0) | 2021.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