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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평 하권 - 98. 부인이 지은 시 본문

문집/소화시평

소화시평 하권 - 98. 부인이 지은 시

건방진방랑자 2021. 10. 3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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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 부인이 지은 시

 

 

古之婦人能文者, 曹大家班姬以下, 不可殫記.

我東女子不事文學, 雖有英資, 止治紡績, 故婦人之詩罕傳. 惟我朝鄭氏所詠昨夜春風入洞房一絕, 載於徐四佳東人詩話. 鄭氏又有詠鶴詩曰: ‘一雙仙鶴叫淸霄, 疑是丹邱弄玉簫. 三島十洲歸思闊, 滿天風露刷寒毛.’

又有宗室肅川令內子詩, 蘭雪軒許氏. 肅川令內子詠氷壺詩曰: ‘最合床頭盛美酒, 如何移置小溪邊. 花間白日能飛雨, 始信壺中別有天.’

許氏宮詞詩曰: ‘淸齋秋殿夜初長, 不放宮人近御床. 時把剪刀裁越錦, 燭前閑繡紫鴛鴦.’

又有趙承旨瑗之妾楊斯文士奇之妾, 皆善於文詞. 而瑗之妾, 玉峯李氏, 稱爲國朝第一, 卽事詩曰: ‘柳外江頭五馬嘶, 半醒半醉下樓時. 春紅欲瘦臨鏡粧, 試畫梅窓却月眉.’

士奇之妾閨怨詩曰: ‘西風摵摵動梧枝, 碧落冥冥雁去遲. 斜倚綠窓仍不寐, 一眉新月上西池.’

諸篇各臻其妙, 自是閨房之秀.

 

 

 

 

해석

古之婦人能文者, 曹大家班姬以下, 不可殫記.

옛날엔 부인들 중 시를 잘 짓는 이는 조대고(曹大家) 반소(班昭)반소의 자는 혜반(惠班)이며, 일명 희()라고도 한다. 반표(班彪)의 딸이자 반고(班固)와 반초(班超)의 누이로 조세숙(曹世叔)에게 시집갔다가 일찍 과부가 되었다. 반고가 한서(漢書)를 저술하다가 팔표(八表) 및 천문지(天文志) 등을 끝마치지 못하고 졸하자 화제(和帝)가 반소에게 명하여 완성하게 하였다. 수차례 궁중에 들어가 황후와 귀인들을 가르쳤으므로 대가(大家)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하는 두루 기록할 수 없다.

 

我東女子不事文學, 雖有英資, 止治紡績, 故婦人之詩罕傳.

우리 동방의 여자들은 문학을 일삼지 않아 비록 뛰어난 자질이 있더라도 길쌈만을 열심히 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부인들의 시가 드물게 전해졌다.

 

惟我朝鄭氏所詠昨夜春風入洞房一絕, 載於徐四佳東人詩話.

오직 우리 정씨가 읊은 아래의 한 구절이 서사가의 동인시화(東人詩話)에 게재되어 있다.

 

昨夜春風入洞房 어젯밤 봄바람이 침방에 들어왔죠.

 

鄭氏又有詠鶴詩曰: ‘一雙仙鶴叫淸霄, 疑是丹邱弄玉簫. 三島十洲歸思闊, 滿天風露刷寒毛.’

정씨가 또 영학(詠鶴)이란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一雙仙鶴叫淸霄 한 쌍의 신선 학이 맑은 밤에 절규하니
疑是丹邱弄玉簫 의심컨대 신선세계[丹邱]의 진 목공(秦穆公)의 딸인 농옥(弄玉)의 퉁소소리이려나?
三島十洲歸思闊 삼신산과 십주에 돌아갈 생각이 멀어
滿天風露刷寒毛 하늘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에 차가워진 털만을 쓸어대네.

 

又有宗室肅川令內子詩, 蘭雪軒許氏.

또한 종실 숙천령(肅川令)의 안 사람 시와 난설헌 허씨의 시가 있다.

 

肅川令內子詠氷壺詩曰: ‘最合床頭盛美酒, 如何移置小溪邊. 花間白日能飛雨, 始信壺中別有天.’

숙천령(肅川令)의 안 사람의 영빙호(詠氷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最合床頭盛美酒 상 머리에 성대하게 좋은 술에 합치되는데
如何移置小溪邊 어째서 작은 시냇가로 옮겼나?
花間白日能飛雨 꽃 사이 대낮에도 비를 날리게 할 수 있으니
始信壺中別有天 비로소 호리병 속에 별개의 세계가 있다는 걸 믿겠네.

 

許氏宮詞詩曰: ‘淸齋秋殿夜初長, 不放宮人近御床. 時把剪刀裁越錦, 燭前閑繡紫鴛鴦.’

허초희의 궁사(宮詞)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淸齋秋殿夜初長 깨끗이 재계한 가을 궁전의 밤이 막 깊어졌지만
不放宮人近御床 궁녀는 임금께 가까이 이르지 못하게 하네.
時把剪刀裁越錦 이따금 가위 잡고 월나라 비단을 재단하며
燭前閑繡紫鴛鴦 촛불 앞에서 한가롭게 자주빛 원앙을 수놓는다네.

 

又有趙承旨瑗之妾楊斯文士奇之妾, 皆善於文詞.

또한 승지 조원(趙瑗)의 첩과 유학자 양사기(楊士奇)의 첩이 모두 문장을 잘 지었다.

 

而瑗之妾, 玉峯李氏, 稱爲國朝第一, 卽事詩曰: ‘柳外江頭五馬嘶, 半醒半醉下樓時. 春紅欲瘦臨鏡粧, 試畫梅窓却月眉.’

조원(趙瑗)의 첩은 옥봉 이씨로 조선의 제일이라 칭송되었으니 즉사(卽事)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柳外江頭五馬嘶 버들 밖 강 어귀에 오마가 울어
半醒半醉下樓時 반쯤 취하고 반쯤 깨어 누각에서 내려왔네.
春紅欲瘦臨鏡粧 술기운으로 붉어져 야위어 보이기에 거울에 다가가 화장하며
試畫梅窓却月眉 시험삼아 매화핀 창가에서 달같은 눈썹을 그린다네.

 

士奇之妾閨怨詩曰: ‘西風摵摵動梧枝, 碧落冥冥雁去遲. 斜倚綠窓仍不寐, 一眉新月上西池.’

양사기(楊士奇)의 첩이 지은 규원(閨怨)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西風摵摵動梧枝 가을바람에 우수수 오동나무 가지 흔들어대고
碧落冥冥雁去遲 푸른 하늘은 까마득하게 기러기 떠남을 더디게 하네.
斜倚綠窓仍不寐 푸른 창에 비껴 기대니 잠 오지 않아
一眉新月上西池 한 눈썹 같은 새 달이 서쪽 못에서 뜨고 있네.

 

諸篇各臻其妙, 自是閨房之秀.

여러 시편이 각각 오묘한 데로 나갔으니 절로 규방에서 빼어난 작품이다.

 

 

인용

목차 / 작가 / 서설

한시사 / 한시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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