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여항 시인
有劉希慶ㆍ金孝一ㆍ崔大立者, 出於卑流, 而皆能詩. 劉希慶, 祭服匠, 號村隱, 「襄陽途中」詩: ‘山含雨氣水含烟, 靑草湖邊白鷺眠. 路入海棠花下去, 滿枝香雪落揮鞭.’
金孝一, 禁漏官, 號菊潭, 「鷓鴣」詩云: ‘靑草湖波接建溪, 刺桐深處可雙栖. 湘江二女寃魂在, 莫向黃陵廟裏啼.’
崔大立, 譯官, 號蒼崖, 「喪室後夜吟」詩云: ‘睡鴨薰消夜已闌, 夢回虗閣枕屛寒. 梅梢殘月娟娟在, 猶作當年破鏡看.’
又有白大鵬ㆍ崔奇男者, 皆賤隸而工詩. 白大鵬, 典艦司奴也, 「醉吟」詩云: ‘醉插茱萸獨自娛, 滿山明月枕空壺. 旁人莫問何爲者, 白首風塵典艦奴.’
崔奇男, 東陽尉宮奴也. 號龜谷, 其「寒食道中」詩云: ‘東風小雨過長堤, 草色和烟望欲迷. 寒食北邙山下路, 野烏飛上白楊啼.’
諸詩皆淸絕. 噫! 才之不限於貴賤, 如是夫!
해석
유희경과 김효일과 최대립은 미천한 부류에서 나와 모두 시를 잘 지었다.
劉希慶, 祭服匠, 號村隱, 「襄陽途中」詩: ‘山含雨氣水含烟, 靑草湖邊白鷺眠. 路入海棠花下去, 滿枝香雪落揮鞭.’
유희경(劉希慶)은 제복(祭服)의 장인으로 호는 촌은(村隱)이니 「양양도중(襄陽途中)」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山含雨氣水含烟 | 산은 빗기운을 머금고 물은 이내 머금어 |
靑草湖邊白鷺眠 | 청초호 가에서 백로는 잠자네. |
路入海棠花下去 | 길은 해당화 아래로 들어가니 |
滿枝香雪落揮鞭 | 가지 가득 향내는 눈 같아 휘두르는 채찍에 떨어지네. |
金孝一, 禁漏官, 號菊潭, 「鷓鴣」詩云: ‘靑草湖波接建溪, 刺桐深處可雙栖. 湘江二女寃魂在, 莫向黃陵廟裏啼.’
김효일(金孝一)는 물시계 담당 관리로 호는 국담(菊潭)인데 「자고(鷓鴣)」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靑草湖波接建溪 | 청초호 물결이 건계【건계(建溪): 중국 복건성(福建省)에 있는 차의 명산지로 뒤에 차의 이명(異名)으로 불렸다.】에 닿아 |
刺桐深處可雙栖 | 엄나무[刺桐]의 깊은 곳엔 쌍쌍히 깃들만 하네. |
湘江二女寃魂在 | 소상강의 두 여인의 원통한 혼이 있으니 |
莫向黃陵廟裏啼 | 황릉묘(黃陵廟) 속을 향해서 울진 말아라. |
崔大立, 譯官, 號蒼崖, 「喪室後夜吟」詩云: ‘睡鴨薰消夜已闌, 夢回虗閣枕屛寒. 梅梢殘月娟娟在, 猶作當年破鏡看.’
최대립(崔大立)은 역관(譯官)으로 호는 창애(蒼崖)인데, 「장실후야음(喪室後夜吟)」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睡鴨薰消夜已闌 | 향로[睡鴨]의 향기 사그라들어 밤은 이미 한창인데 |
夢回虗閣枕屛寒 | 빈 누각에서 꿈 깨니 베개와 병풍은 차네. |
梅梢殘月娟娟在 | 매화 끝 지는 달이 곱게도 있어서 |
猶作當年破鏡看 | 그 해에 깨진 거울 보는 것 같아라. |
또한 백대붕과 최기남은 모두 천출이었지만 시를 잘 지었다.
白大鵬, 典艦司奴也, 「醉吟」詩云: ‘醉插茱萸獨自娛, 滿山明月枕空壺. 旁人莫問何爲者, 白首風塵典艦奴.’
백대붕(白大鵬)은 선박관리 기관의 머슴인데, 「취음(醉吟)」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醉插茱萸獨自娛 | 취해 수유꽃 꽂고 홀로 즐기니 |
滿山明月枕空壺 | 산 가득 밝은 달에 빈 병을 베네. |
旁人莫問何爲者 | 곁의 사람들아 ‘뭐 하는 사람이예요?’라고 묻질 마라. |
白首風塵典艦奴 | 바람과 먼지에 머리 센 선박 관리하는 기관의 머슴이라오. |
崔奇男, 東陽尉宮奴也. 號龜谷, 其「寒食道中」詩云: ‘東風小雨過長堤, 草色和烟望欲迷. 寒食北邙山下路, 野烏飛上白楊啼.’
최기남(崔奇男)은 동양위(東陽尉) 신익성(申翊聖)의 관노로, 호는 구곡(龜谷)인데 「한식도중(寒食道中)」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東風小雨過長堤 | 봄바람에 부슬비가 긴 둑을 지나니 |
草色和烟望欲迷 | 풀빛에 안개가 섞여 바라보더라도 흐릿하네. |
寒食北邙山下路 | 한식날 북망산 아래 길은 |
野烏飛上白楊啼 | 들판의 까마귀 백양목에 날아 올라서 울어대네. |
諸詩皆淸絕.
모든 시가 다 맑고도 뛰어나다.
噫! 才之不限於貴賤, 如是夫!
아! 재주란 귀천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게 이와 같구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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