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벌심(伐心)과 행검(行檢) / 태양인의 태음 기운
벌(伐)이 사심(邪心)이 되는 과정
이제 태양인의 사심(邪心)과 박통(博通)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태양인의 사심(邪心)은 벌심(伐心)이라고 한다. 벌(伐)이라는 글자는 ‘벌목(伐木)’ 처럼 부드럽게 사용되기도 하고, ‘토벌(討伐)’과 같이 좀 살벌(殺伐)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어쨌든 쳐내고, 잘라내고, 배척하고, 그런 것이다. 앞의 경우와 같이, 벌심(伐心)이란 태양인이 태음인을 잘못 이해하고 어설프게 흥내 내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걸 왜 벌이라 부르느냐가 요점이다.
벌은 사실 전쟁을 칭하는 용어 중의 하나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이라크 전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용어다. 전쟁이란 명분도 비슷하고 세력도 비슷한 집단 간의 무력 충돌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의 행위는 '침략이 가장 적절한 용어다. 어쨌든 전쟁을 칭하는 한자가 많아서 적절한 단어를 찾아 쓰는 것이 어렵다. 그 이야기도 참 재미있는 데, 다 설명하기는 한자 실력도 부족하고 이야기도 너무 길어질 것 같다. 벌만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자.
벌이란 명분이 옳은 쪽이 명분이 틀린 쪽을 공격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란 세력을 칠 때 주로 쓰는 글자다. 특히 주도 세력이 반란 세력보다 명분도 앞서고, 도덕성에서도 앞섰을 때 벌이란 용어를 쓴다. 그렇다고 역사 속에서 정벌이라는 용어로 표현된 모든 것이 공격 측의 명분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격 측에서 그렇게 주장한 것이 그냥 역사 기록으로 남은 것도 많기 때문이다. 역사란 늘 강자에게 관대하게 기술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어쨌든 벌이란 옳은 쪽에서 틀린 쪽을 공격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인데, 이를 왜 사심(邪心)이라 부르느냐 하는 점이 벌심(伐心)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다른 체질의 사심(邪心)과 비교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태음인의 교심(驕心)이란 것이, 없는 것을 꾸며서 우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확실하게 경험한 것을 토대로 주장하는 것인데, 충분한 경험이 쌓이지 않은 것을 함부로 일반화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소음인의 긍심(矜心)도 역시 틀린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으로 맞는 내용을 주장하는 것인데, 그 논리가 적용될 범위를 넘어서서 다른 영역에 무리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것이다.
벌심(伐心)도 마찬가지다. 옳은 것을 내세워 그릇된 것을 공격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까지는 맞다. 그러나 그 정도가 정당한 한계를 넘어서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잘못된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킨 세력을 공격한다면, 결국 그 명분을 퍼뜨리고 조장하는 지도부를 무너뜨리면 끝나는 일이다. 단순 가담자들마저 혹독하게 다룬다면 이제는 오히려 공격하는 쪽이 명분을 잃게 된다. 단순 가담자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모범과 인내가 필요하다. 공포나 처벌로 될 일이 아니다. 벌심(伐心)이 사심(邪心)이 되는 이유는 모두를 싸잡아 쳐내려는 방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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