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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1. 관우는 왜 형주에서 죽어야만 했나: 화용도(華容道)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1. 관우는 왜 형주에서 죽어야만 했나: 화용도(華容道)

건방진방랑자 2021. 12. 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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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용도(華容道)

 

마지막에 가장 첨예해진 것이 형주 처리 문제이고, 이것이 왕권 문제와도 연관되기에 그 이야기를 먼저 했지만, 관우와 제갈량(諸葛亮, 181~234)이 코드가 맞지 않는 부분은 처음부터 나타난다. 관우는 능력 있는 사람이 난세에 초야에 묻혀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백성들이 고초를 겪으면 당연히 나서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유비에 대한 존경 때문에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따라가지만, 속이 썩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 탐구에만 매달려 산속에 은거하고 있는 사람을 굳이 찾아간다는 일이.

 

제갈량 쪽에서도 관우가 그리 편하지는 않다. 각각 자신이 맡은 일을 차질 없이 행해서 구조적이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선호하는 소음인의 관점에서 볼 때, 관우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유비진영은 큰일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 결과가 화용도(華容道)에서 나타난 것이다화용도는 적벽대전에서 대패한 조조가 후퇴하다가 관우의 복병을 만났던 곳이다, 제갈량(諸葛亮, 181~234)은 유비에게, 아직은 조조의 운세가 다하지 않아서 죽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관우를 보냈다고 한다.

 

조조가 어차피 살 형편이라면 관우가 조조에게 입은 은공을 씻어서 빚이 없게 만들어주려고 관우를 보냈다는 것이다관우는 한때 조조의 포로가 된 적이 있다. 관우는, 조조에게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 조정에 항복하는 것이며, 유비의 거처(居處)를 알면 언제라도 다시 가겠다는 조건으로, 결사 항전을 포기하고 조조의 포로가 된다. 조조는 관우를 극진히 대접하며, 관우가 떠나려 하자 정말 관우를 아무 조건 없이 보내준다. 그런데 제갈량의 그 주장이 진심일까?

 

제갈량은 조조를 죽일 생각이 없다. 조조를 죽인다는 것은 유비가 대신 조조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바로 천하 경영에 나선다는 의미다. 그러나 유비 진영은 아직 그럴 만한 역량이 안 된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바로 오()의 밥이 될 뿐이다. 적벽대전의 와중에 확보한 형주, 양양, 강릉의 세 군을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 당시 유비의 역량에 맞는 최대한이다. 그리고 그것은 조조와 손권의 대립구조가 유지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조조를 살려 보내야 한다. 그러나 죽일 수가 없어서 살려 보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공적인 일을 맡은 장수가 사적인 감정 때문에 죽일 수 있는 조조를 살려주었다는 식이 가장 최선의 처리다. 그 악역을 누가 담당해야 할까? 그걸 관우에게 시킨 것이다.

 

관우는 유비 진영의 장수 중에 조조를 죽일 수 없는 유일한 장수다. 조조에게 입은 은혜 때문에 죽이지 못한다? 관우가 공과 사를 구분 못할 그런 작은 그릇은 아니다. 또 의를 지키기 위해 조조를 죽이고, 역량이 안 되어 오의 밥이 된다면 흔쾌히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관우의 고민은 그것이 아니다. 조조가 죽는다는 것은, 다시 중원이 산산조각으로 갈라지고 각지의 영주가 다 다시 봉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중의 고통이 뻔히 눈에 보인다. 조조 이상의 역량이 되기 전에는, 천하를 안정되게 다스릴 역량이 되기 전에는, 조조를 죽여서는 안 된다. 그나마 조조의 영지 내에서는 안정적 삶을 살고 있는 민중을 다시 전란에 내모는 일이다. 민중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그걸 아는 유일한 인물인 관우를 화용도로 보내 조조를 살리게 하는 제갈량. 죽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조를 못 죽이면 자기 목을 내놓겠다는 맹세를 하고 화용도로 떠나는 관우, 그 상황에서 제갈량과 관우 사이에는 이미 넘기 힘든 선이 그어졌다고 생각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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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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